어린아이들을 목욕시킬 때 부모들이 요긴하게 사용하는 물건 중 하나는 장난감이다. 물에 들어간 아기가 싫증을 내거나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갖고 놀 장난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완구메이커 ‘반다이’가 일본시장에서 한창 재미를 보고 있는 상품은 이 같은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히트작이다. ‘빅쿠라 다마고’(다마고는 알, 달걀이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한마디로 장난감 캐릭터를 집어넣어 만든 입욕제다. 목욕할 때 물에 넣는 입욕제를 장난감의 겉에 씌운 후 이를 달걀모양으로 만든 것이다.판매가격이 개당 300엔에 불과해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발매 1년 만에 누계판매량이 300만개를 넘어섰으며 인기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빅쿠라 다마고의 아이디어는 일본시장에 넘쳐나던 저가 수입 잡화상품에서 나왔다. 가운데에 인형이나 꽃이 들어 있는 상품들을 바탕으로 이를 응용할 만한 분야를 찾는 과정에서 가닥이 잡힌 것.빅쿠라 다마고 탄생의 주인공인 이 회사의 이이요시 고지씨는 아기가 즐겁게 갖고 놀 수 있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부모와 어린아이 사이의 애정이 더 따뜻하게 꽃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목욕용 입욕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장난감과 입욕제를 결합한 상품을 만들어낸다면 부모와 어린아이 모두 기뻐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시제품을 우선 자신의 가정에서 테스트했다. 물에 집어넣은 입욕제에서 거품이 솟아나오면서 달걀모양으로 된 표면이 녹아내리는 모습에 어린 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안에서 미키마우스 등 장난감 캐릭터가 나타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부인도 기뻐했음은 물론이다.입욕제가 녹으면 장난감이 ‘쑥’성공가능성을 확신한 이이요시씨는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전 행여 부작용이 생길까 1년여 동안 준비에 완벽을 기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장난감을 둘러싼 달걀모양 입욕제가 부서져 나가 상품 외관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이와 함께 장난감 표면에 바르는 도료가 입욕제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입욕제를 녹여 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거듭했다. 어린이가 갖고 노는 상품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위해 그는 협력업체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실험에 실험을 반복했다.개발과정에서 특히 신경을 쓴 또 하나는 장난감의 무게였다. 장난감은 입욕제가 다 녹아버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욕조의 물위로 솟아올라야 했다. 어린아이가 기뻐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장난감이 너무 무거우면 물에 잘 뜨지 않을 수 있다.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도 안된다. 이이요시씨는 개당 300엔짜리 상품이라 해도 제대로 된 품질을 갖춰야 된다고 믿고 장난감을 만드는 협력업체에 완벽한 마무리를 당부했다.빅쿠라 다마고는 일반 입욕제에 비하면 일본시장에서 사실 값싼 상품이 아니다. 일반 입욕제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값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표정을 바라보면서 행복에 잠기고 부모, 자식간의 애정을 재확인하는 어른들이 300엔을 아까워하지 않는 점이 빅쿠라 다마고의 대박을 받쳐주고 있는 셈이다.빅쿠라 다마고의 속에 들어가는 장난감 캐릭터는 키티, 미키마우스에서 앙팡맨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끄는 것들이 망라돼 있다.하지만 반다이는 장난감 캐릭터의 모양과 컬러를 원래 작품과 똑같이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빅쿠라 다마고에서 알을 깨고 나타나는 장난감을 기다릴 어린이들의 꿈을 소중히 지켜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