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한투자신탁운용은 당시 문제가 되고 있던 “SK글로벌 관련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며 희색을 보였다.SK글로벌 채권으로 고민하던 다른 운용사와 달리 여유를 보이며 차별화를 부각한 것. 대투운용측은 “지난해 총 2,800억원 규모의 관련 채권 및 기업어음(CP) 등을 운용했으나 전부 처분해 잔고가 없다”고 설명했다.대투운용은 지난해 상반기 중 SK글로벌 관련 채권 등을 최대 1,800억원(채권 800억원, CP 1,000억원) 규모까지 운용했고 하반기에는 1,000억원 가량(채권 700억, 평균적 CP운용 200억~400억원)을 운용했다. 그러나 SK에 대한 정밀 평가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매도했다.대투운용측은 “지속적인 물량조정으로 보유규모를 줄였으며 지난해 말 400억원 가량 남아있던 교환사채(EB)도 SK텔레콤 주식으로 전환해 현재는 SK글로벌 발행 회사채와 CP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지난해 2분기 대투운용 자체 정기점검 결과 SK글로벌의 저성장, 저수익 사업구조와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지급보증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것. 또 SK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아 신규투자를 유보했고 한도축소를 결정했다고 한다.SK글로벌 사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던 결정적 배경은 지난해 초 강화한 대투운용 채권투자전략팀의 신용분석 기능. 신규투자 및 기존 투자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거쳐 리스크관리를 강화했다. 각 기업의 구조와 문제점 등을 낱낱이 파헤친 신용분석 업무는 대투운용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맡았다.국고채 3년물 3%선 하락도 ‘신용탓’지난 6월11일 국고채 3년물이 장중 한때 3.99%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이 3%선을 기록한 것은 보기 드문 일로, 1일물 콜 목표금리인 4%선을 밑도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역전 현상을 보였다.정부는 지난 6월18일 국고채 지표금리의 하락에 따른 한국은행 콜금리와의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국고채 발행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채권시장에 확산되면서 오히려 국고채 금리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4.0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3년물도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3.95%를 기록, 6월16일의 사상 최저치(3.95%) 수준을 보였다.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풀리지 않으면서 시중자금이 안전한 국공채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공채를 발행하는 국가만큼 ‘믿을 만한’ 신용우량 기업이 적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을 한바퀴 돌려서 생각하면 믿을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하겠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실제로 투신사 등 투자전문기관들은 그동안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에만 의존하는 투자관행에서 벗어나 자체 신용분석 시스템 구축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자체 신용분석 능력 강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대우사태 때 필요성을 절감했다.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다 같이 두들겨 맞는’ 상황이라 신용분석의 중요성을 머릿속에서만 인지했다. 99년 대우사태 이후에는 신용분석시스템 구축을 각사마다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됐다. 최근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 문제 또한 개별기업의 신용분석 및 평가가 투자수익률에 직결된다는 것을 증명했다.크레디트 애널리스트 60~70명 활동중이 같은 이유로 주식분석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에 이어 신용분석연구원인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스포트라이트받는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크레디트 애널리스트’라는 직함이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이는 사실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신용평가사의 연구원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이 투신사나 증권사 등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아 생소했을 뿐이다.2~3년 전까지만 해도 전무하던 시장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현재 증권사와 투신사에 60~7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최근 조재환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32개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 신용분석 전문인력인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총 67명으로 1개사당 평균 2.09명으로 나타났다. 조의원은 도이치, 랜드마크, 세종, 신영, 아이 등 5개 투신사들은 이들 인력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투신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경우 주로 채권투자전략팀에 소속돼 내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증권사는 대고객마케팅 수단으로 채권분석팀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를 고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동시에 특정 기업의 투자 여부와 규모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강화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의 경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신용평가사에 재직했던 연구원과 공인회계사나 종금사 등 제2금융권 경력자, 보험사의 심사인력이다. 최근에는 증권사와 투신사에 공채로 입사한 인력을 내부에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로 키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위상이나 연봉수준은 아직까지는 주식분석 애널리스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에서 시장으로 이동한 신용분석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시절에 비해 연봉은 올랐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이나 금융권의 초봉에 비해 신용평가사의 초봉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연봉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신용평가사 출신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으로 뛰어든 후 장단점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는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를 지닌 대신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대세를 이뤘다. 마켓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주로 연봉계약을 하는 계약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활동하다 신용평가사의 간부급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신용평가사 출신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장에서 일하다 신용평가사로 되돌아간 사례는 드물다.외국의 경우 S&P 등 신용평가사에 입사해 일을 배운 후 한창 일할 나이에 투자은행으로 이동해 연봉을 두세 배 불리다 신용평가사로 돌아가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경우를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이상적인 인생여정으로 본다고 한다.크레디트 애널리스트 모임 ‘크레디트 피플’지난 2001년 10월에는 ‘크레디트 피플’(Credit People)이라는 마켓에서 활동하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의 친목모임이 탄생했다. 그당시 18명이던 회원은 현재 68명으로 늘었다. 세 배에 이르는 회원수 증가는 지난 2년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를 도입한 회사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기반으로 온ㆍ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는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는다. 최근에는 기업탐방도 펼치고 있다. 하이트와 오일뱅크 등을 방문한 것.이 모임의 커뮤니티 마스터인 이석호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연구원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는 IR를 활발히 하는 반면, 채권시장에는 적극적이지 않아 아쉽다”며 “신용분석전문가로 기준을 갖기 위해 경험을 교류하는 장”이라고 모임의 성격을 설명했다.이 모임은 마켓에서 활약하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와 평가회사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정보 등 신용평가사와 공동 세미나를 시작했다. 시장과 신용평가사의 상호의견을 들어보는 이 같은 자리가 예전에는 없었다는 설명이다.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수가 많아지고 위상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채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시장이 거듭나는 것이다. 장영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채권분석팀장은 “외국 투자회사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투자비율 가운데 30~50%가 주식이고 나머지가 채권”이라며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등 외국계 금융사의 채권리서치센터는 40~50명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말했다.국내에서는 삼성증권의 채권분석팀이 가장 큰 규모지만 6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장팀장은 “국내 최대 규모지만 매월 70여개 업체의 신용분석을 담아내는 분석 유니버스(Universe) 리포트를 발간하려면 부족한 인원”이라며 “주식처럼 채권도 유동성이 강화되면 신용분석 전문인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도 “펀드의 대형화와 장기화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인력 확대의 선결 과제”라고 강조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수가 늘고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INTERVIEW / 임정근 동원증권 DS본부 트레이딩팀장“개별기업 신용분석 능력 중시된다”“2003년 이후에는 신용평가사 직원의 몸값이 급등할 겁니다.”펀드매니저 출신 임정근 동원증권 DS(파생상품)본부 트레이딩팀장(39)의 전망이다. 지난 99년 펀드매니저의 몸값이 치솟은 데 이어 2000년 선물브로커가 각광을 받았고, 그 뒤를 신용평가사 출신이 잇는다는 설명이다.“국고채 금리가 3%대에 진입했던 요즘 채권투자자들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채권의 투자 원본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기는 수입인 ‘캐피털게인’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신용’에 주목하게 된 거죠.”비우량 회사채와 국고채의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임팀장은 앞으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향후 2~3년 내에 CDS(Credit Default Swapㆍ부도 스와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미국의 경우 CDS가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CDS 발행을 막고 있는 상태지만 국내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CDS시장이 2~3년 내에 열릴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도 CDS에 눈을 돌리고 있죠.”국내에서 CDS 발행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CDS가 포함돼 있는 해외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에 투자하고 있다고 임팀장은 전했다. CDS를 발행만 못할 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ABS처럼 특정 기업의 신용분석이 CDS의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신용평가인력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임팀장은 예상한다. 기업의 신용분석을 통해 신용등급을 매기고, 투자가능성을 진단하는 준비된 인력이 바로 신용평가사 직원이라는 얘기다.“개별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능력이 금융기관 종사자의 필수덕목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신용분석 전문인력의 양성 또한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