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있는 고깃집 사리원은 여러 면에서 ‘튀는’ 곳이다. 한식만이 가질 수 있는 정겨운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실내 분위기는 유럽풍 레스토랑이다. 고풍스러운 적벽돌로 둘러싸인 실내에 들어서서 와인진열장을 보면 고깃집은커녕 와인바에 들어선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하지만 이곳은 한국 대표음식 불고기를 주력메뉴로 삼는 토종 한식집이다. 다만 불고기에 소주 대신 와인을 곁들여 보라고 권하는 ‘특이한 고깃집’일 뿐이다.사리원의 대표메뉴 불고기(1만5,000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모양과 맛이 전혀 다르다. 라성윤 사장은 “고기부위, 썰고 양념하는 방법이 불고기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다”고 강조한다.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라사장 할머니의 손맛은 사리원 불고기의 뿌리다. 라사장 할머니는 당뇨병으로 고생한 부군을 위해 설탕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고 만드는 불고기를 개발했다고. 숯숙성실에서 숙성시킨 고기를 고유의 맛을 살려 구워낸 후 12가지 종류의 과일과 야채즙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는 게 사리원 불고기의 ‘정체’다.또 다른 특화 메뉴인 육수불고기(1만2,000원)는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육수에 고기를 재워 양념해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진한 육수에 갖가지 야채와 고기로 맛을 낸 국수전골(1만1,000원), 숯숙성실에서 숙성해 고기의 잡냄새를 제거하고 양념에 와인을 첨가한 양념갈비(1만4,000원)도 유명하다. 메밀 방앗간 기계를 도입, 강원도 봉평에서 가져 온 메밀을 직접 빻아 뽑은 면으로 만든 냉면(5,500원)은 적당히 부드럽고 쫄깃해서 사랑받는다.사리원을 설명하는 것으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불고기 등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30여종의 고급 와인을 시중의 절반 가격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승리를 자축하며 마셨다는 꼬뜨 듀론(Cote du Rhone) 등 대부분의 와인(750㎖)이 2만~5만원대에 제공된다.소믈리에와 함께하는 불고기와 와인의 만남, 주한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불고기 와인파티 등을 꾸준히 개최해 불고기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그 덕분에 외국손님을 접대하는 자리로 지명도가 높다. 깨끗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한국적 특징과 와인이 조화된 메뉴 등이 외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는 자랑이다. 무연세라믹 숯불로스터를 설치해 냄새와 연기를 없애 쾌적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최근 사리원은 단체고객을 위해 와인 파티석과 대형 만찬장(100석)을 새롭게 만들었다. 소형 룸은 8명에서 40명까지 이용이 가능해 각종 모임에 적당하다. 한식당과 양식당의 장점을 고루 뽑아내 적절하게 버무렸다는 점에서 진정한 ‘퓨전’이라 할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