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남부지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차안에서 들었던 일기예보 그대로, 부산 하늘은 잔뜩 흐렸고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부산지역 경기도 날씨와 비슷한 형편이다.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잘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부산시내 택시기사들은 물론이고 유통, 화학, 섬유, 운송업체 기업인들 모두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아무리 불황이래도 생필품을 파는 할인점은 매출이 잘 줄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점포에 따라 매출이 10~15%씩 떨어지고 있습니다.”부산ㆍ경남지역의 대형할인점 아람마트 최성민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출기업의 형편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제품들 때문에 해외영업에서 타격이 심각합니다. 예전에는 총매출 중 내수와 수출 비중이 3대7 정도 됐는데 지금은 5대5로 수출이 낮아졌습니다.” 낚시용품을 생산하는 부산지역 기업인 은성사 이규진 부장의 말이다.부산지역 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는 부산항 사정도 좋지 않다. 최근 잇단 파업 등으로 타격을 맞은데다 중국과 일본항에 밀려 부산항을 이탈하는 대형 외국선사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의 차이나쉬핑, 스위스의 MSC라인, P&O네들로이드의 선박들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기항지를 옮겼다. 최근 중국 항만들이 눈부시게 개발되고 있으며 일본은 외국 선사에 대해 하역비 할인혜택 등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화물처리 속도가 느린 부산항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국가 전체적으로는 하반기에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어 ‘곧 갤 것’이라는 분위기라면 부산 분위기는 여전히 ‘흐림’이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BSI지수는 85로 100보다 낮았다. 부산지역 중소기업 조업률 역시 2002년 80.5%에서 올 1월 79.9%, 2월 79.7%, 3월 79.3%, 4월 79.2%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그러나 또한 현재 부산은 각종 미래 청사진이 펼쳐지면서 또 한쪽에서는 개발열기가 뜨겁다. 부산정보화신도시인 센텀시티에 가보면 주변이 온통 공사장이다. 센텀벤처타운은 준공됐고, 곧이어 센텀파크가 착공한다.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수영만 매립지, 해운대 신시가지 등 그 일대에는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건축 및 분양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인프라에 대한 대대적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부산신항 방파제는 준공됐고 신항만 배후도로는 착공했으며 광안대교도 개통됐다. 한편으로 부산시는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등 모두 4건의 3조2,948억원짜리 민간투자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993억원짜리 사업인 낙동강 고수부지 개발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미 78억원이 투자됐고, 올해 추가로 2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또한 불황 중에 부산에서는 유통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농심 메가마트 등 대형할인점 체인과 아람마트 등 지역 유통업체들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점포를 내면서 ‘대전’을 치르고 있다.신세계 이마트는 7월과 8월에 부산 문현점, 금정점 등 2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인데다 최근 까르푸가 철수한 사상점까지 인수했다. 현재 부산의 할인점수는 30개에 달하고 있다. 결국 부산은 냉과 온이 공존하는 묘한분위기다. 잔뜩 찌푸린 하늘 구름 사이로 한줄기 햇빛이 보일는지도 모른다.INTERVIEW / 안상영 부산시장 인터뷰“부산항만공사 설립 가시화”안상영 부산시장은 지난 7월1일자로 취임한 지 꼭 1년을 맞았다. 민선시장 3기로 지난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러내는 등 숨가쁘게 1년을 지낸 안시장의 관심사는 부산을 세계도시화하는 것. 부산시는 새정부 출범 이후 ‘동북아 해양수도’라는 비전을 정하고 ‘동북아 물류 비즈니스 중심도시’라는 과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부산지역 경기에도 예외 없이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부산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부산시가 할 일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을 겁니다. 부산시는 경기침체 요인이 경제적 변수보다는 경제외적 변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파악,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웠습니다.7월1일부터 1단계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시행에 들어갔고, 2단계는 경제상황 변화 추이를 봐가며 집행하려고 합니다. 1단계 대책 중에는 수요증대를 위한 재래시장 활성화 이벤트, 테마관광 상품개발, 재정 조기 집행, 기업인 우대정책, 신용보증 지원 확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모두 14억4,700만원을 투입해 경제활성화 사업을 시행할 것입니다. 또 중앙정부에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에 대한 금리인하, 보증수수료 요율 인하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하려 합니다.제조업에서나 물류에서나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서 ‘동북아 물류 비즈니스 중심도시가 된다’는 부산시의 계획이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부산시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부산신항입니다. 부산신항의 차질 없는 완공을 위해서는 애초 민자로 계획됐던 남쪽 부두를 정부재정사업으로 전환, 조기 착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또 2004년까지는 부산항만공사를 설립하게 될 것입니다. 공사가 설립되면 시정과 항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산항 항만배후도로는 2008년까지 완공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이제 본격적으로 휴가철입니다. 불황 와중에 올해 부산시의 관광수입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시의 주요 축제와 이벤트를 잘 엮어서 상품화하고 있어 관광수입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안리와 해운대 모두 정비를 마쳤습니다.또한 일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뷰티부산’, 부산바다 축제 및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자갈치 축제, 광안대교 투어 등 다양한 테마관광 상품들이 개발돼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이 깊어갈수록 부산지역 경제도 활기를 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