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도미노 현상

요즘 들어 세계 각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당국의 지나친 개입에 시장참여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일반적으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직접 개입과 구두 개입의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직접 개입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환율을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정책수단이다. 반면 구두 개입은 단지 환율정책 방향이나 외환당국의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개입이다.대부분의 국가들은 외환당국의 신뢰성과 실제 시장개입 비용 등을 고려해 일상적으로는 구두 개입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만 직접 개입한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구두 개입이 실패해 한계를 느꼈을 때만 직접 개입하는 ‘cheap talk’의 원칙을 가능한 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점이다.개입의 형태에 있어서는 최근의 환율추세를 역전시키는 역풍적 개입과 최근의 추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순풍적 개입으로 구분된다. 엄격히 따진다면 환율이 급등락할 때 이를 안정시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세계 각국들이 유행처럼 추진하고 있는 시장개입은 대부분 역풍적 개입에 속한다.그렇다면 개별국가 차원에서 세계 각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 시장개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는 연립방정식 모델, 시차분석 모델 등 분석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직접 개입이든 구두 개입이든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특히 한국과 같이 시장규모가 작고 중층적 발전이 안된 국가일수록 개입효과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실증결과를 놓고 본다면 어떤 형태든 개별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시장개입의 정책방향을 제시한다면 직접 개입은 시장환율이 일시적인 충격으로 인해 경제여건과 괴리됐을 때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구두 개입의 경우도 시장이 불안정할 때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잦은 구두 개입은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과 외환시장의 중층적 발전을 저해한다.이처럼 개별국가 차원에서 시장개입 효과는 있으나 최근의 시장개입은 세계 각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하와 함께 외환시장 개입도 도미노 현상으로 부르고 있다.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개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窮乏化) 정책’의 관점에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나라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얻어지는 수출과 경제성장 측면의 이득은 인접국 또는 경쟁국들의 희생에 다름 아니라는 견해다. 최근처럼 글로벌화시대에 있어서는 가장 경계하는 정책수단이다.결국 최근에 이뤄지고 있는 세계 각국들의 시장개입은 통화전쟁 성격이 강하다. 즉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의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다른 나라들이 시장개입할 때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집중되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따라서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잦은 개입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외환당국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중요한 것은 세계 각국들이 최근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시장개입 문제를 놓고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들 간에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환율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여부에 따라 명암이 크게 엇갈려왔다. 심지어 환위험 관리를 못함에 따라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기업들은 효율적인 환위험 관리를 위해서 다른 기업들의 경험을 부단히 연구ㆍ참고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기업인 S전자는 환위험 관리에 대표적인 성공사례 기업으로 꼽힌다. 이 기업이 달성했던 여러 가지 성공사례 가운데 지난 95년 3월에 고정금리로 3억마르크 자금을 차입한 건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당시 이 회사의 기준통화는 미 달러화였기 때문에 마르크화 부채를 미 달러화로 고정시켜야 했다. 당시 이 회사의 외환분석팀은 마르크화 가치와 독일 금리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판단했다.이런 예상을 토대로 이 회사는 먼저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스와프를 체결한 후 독일 금리가 최저치로 떨어진 97년 1월에 다시 역스와프를 통해 거래를 상쇄시켰다. 동시에 마르크화 가치가 최저수준까지 하락한 97년 3월에 미 달러화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그 결과 이 회사는 환위험과 금리위험을 방지했을 뿐만 아니라 약 350억원의 환차익까지 얻었다.이 사례를 통해 S전자가 환위험 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환위험에 대한 인식과 △이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와 전문인력이 확보됐고 △정확한 환율과 금리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반대로 국내외환역사상 환위험 관리에 가장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S지하철공사가 70년대 중반 이후 지하철 건설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차입한 엔화조달사건을 들고 있다.당시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기였다. 문제는 이런 환율예상에도 불구하고 이 지하철공사는 아무런 전략과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엔화자금을 차입한 이후 지속적인 엔화강세로 인해 상환시기에는 원리금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만약 당시처럼 엔화강세가 예상되는 시기에 엔화자금 차입시의 환율로 미리 선물환 계약을 했다면 원리금 상환액은 598억원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 지하철공사가 환위험 관리를 무시함에 따라 총상환액은 1,048억원으로 늘어나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결국 이 지하철공사가 환위험 관리에 실패한 것은 △환위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됐고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부서와 전문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자금의 운영계획에서 환율변화와 관련된 계획이 없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았다.환위험 관리의 성공과 실패사례는 한해에도 무수히 많이 발생된다. 최근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더욱 증대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런 시대에 기업의 생존은 종전처럼 범위(scope)나 규모(scale)에 좌우되기보다 얼마나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 하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