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여개 영업소 대상으로 아이디어 모아, 사무실 분위기 서로 칭찬하는 곳으로 바뀌어

맞벌이생활을 하는 한 친구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 “가정교육을 위해 필요하니 ‘혼자서도 잘해요 상’이라고 만들어서 아들에게 수여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한다.선생님의 도움으로 상을 받은 아들은 말 그대로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칭찬의 힘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에야 칭찬해주면 좋아하지만 더 큰 후에 칭찬을 듣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는 이런 생각을 갖는다.사실 칭찬의 효과는 어렸을 때 주효하다. 아무런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상대방의 칭찬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경우가 많아진다.“저 사람이 나를 떠보려고 저러나” “저게 사람을 살살 놀려”라고 불쾌해하기도 한다. 순수한 마음에서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면서 학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칭찬, 격려, 봉사, 협력이 전사적으로 이뤄져 하나의 문화를 이룬다면 어떨까. 아무리 더 큰 사람들이라 해도 그 문화 속에 동화돼 들어가게 된다.현대자동차(대표이사 사장 김동진)의 대구 지산지점이 보여주는 변화가 그렇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전국 1,000여개 영업소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를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변화의 시동을 건 지점들이 심사를 거쳐 지산지점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좋으나 싫으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직장인데 이왕이면 웃음이 그치지 않는 일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지난해 8월 부임했던 이종기 지점장은 스스로의 새해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부터 바뀌어야겠다고 다짐했다.남들보다 일찍 나와 지점장실 밖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반갑게 맞이하기 시작했다. 출근 기분을 돋워주기 위한 음악도 직접 골라 틀어놓았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직원들에게서 반응이 나타났다.한 여직원은 “매일 목표달성을 채근하며 ‘몰아붙여야만 뭔가 된다’는 식의 영업소 풍경이 차츰 ‘같이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한다.과거에는 시간이 돼도 참석을 미적거리던 아침 미팅 분위기도 서로를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자리로 변해가면서 달라졌다. 이지점장은 본사에서 내려오는 지시공문도 해당직원의 관심도와 수용태도를 고려해 다시 정리해서 전달하곤 했다.‘필승’ ‘고지탈환’ 등의 사무실 내 플래카드들도 ‘진정한 승리자는 자주, 많이 웃는다’ 등으로 바뀌었다. 출장이나 휴가를 떠난 직원들은 남은 직원들의 웃는 모습을 생각하며 호박엿ㆍ오징어 등의 보따리를 챙겨오기도 했다.평균 출근시간이 20분 정도 앞당겨졌다. 영업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국지점들 중에서 중하위에 머물렀던 영업실적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국 우수지점으로 선정될 만큼 신장됐다. 미팅 때는 기발한 영업아이디어들이 속출했다.개인택시 영업을 맡고 있는 팀에서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비번 때는 주로 등산을 간다는 데 착안, 담당직원들이 개인택시 등산모임에 가입하는 전략을 내놓아 큰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현재 이지점장은 다른 지점으로 옮겨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또 울산 달동지점이 추진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 활동을 보면 다채롭다. 대부분의 지점장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입안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활동은 △매월 첫째주 금요일 전 직원이 흉금을 털어놓는 오픈하우스 △출근 선착순 7명이 지점장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커피토크 △지점의 현안 등을 자발적으로 논의하는 운영위원회 △동호회 활동인 서클데이 △이달의 달동인의 선정 포상 등이며 누가 더 재미있는 일터를 만드는지를 놓고 다른 지점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판매교육팀은 본사 차원에서 전체를 기획하고 지원행사를 갖는다. 재미있는 일터로의 직원가족 초청행사도 그 일환이다. 남편의 직장을 방문하거나 그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일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 가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전체적으로는 부인들을 대상으로 자녀 경제교육, 도자기 굽기 꽃박람회 등 문화체험을 제공하고 각 가정에 가훈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점별로는 부인에게 남편의 책상을 정리하고 장식하는 경험을 갖게 하고 부부동반의 영화관람, 부부대항 체육대회를 열기도 한다.판매교육팀의 권혁준 대리는 “일하기에 훌륭한 지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실적을 연계시키지는 않는다”며 “그렇지만 전사적으로 활기차고 재미있는 일터문화가 정착되면서 영업실적은 자동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편의 직장을 체험해 본 부인들은 현대자동차 열성 가족이 돼 구전 마케팅의 선두주자를 자임하곤 한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필요한 것은 하나의 실로 꿰는 작업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주는 메시지처럼 다양한 실천사례들을 일관된 조직문화 이론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신뢰경영을 실천하는 훌륭한 리더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정말로 구성원과 함께 호흡하면서 재미있게 조직을 운영하고자 하는 중간리더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상위조직을 포함한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문화로 정착되지 않는다면 리더가 변하면서, 또 리더가 바뀌면서, 어떤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순식간에 헝클어지게 된다.판매교육팀의 김탁근 부장은 “모 지점장은 영업사원들과 보다 가까워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실제로 직원들 옆에 작은 책상을 마련해서 그곳에서 일상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열린문화를 상징하는 훌륭한 제도 및 방침의 하나로 많은 기업들이 오픈도어(open door)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그러나 정작 문을 열어놓았다고 해도 마음이 열리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태반이다. 앞에서 언급한 현대자동차의 지점장처럼 정말로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스스로 다가가면 된다.실천사례, 제도, 방침 등이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상호간에 지속적인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한두 번의 칭찬 릴레이 같은 행사를 통해 재미있는 일터의 문화가 조성될 수는 없다. 자리잡기도 전에 중단된다면 애당초 실행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아이들에게는 칭찬의 효과가 주효한 데 반해 어른들은 그 효과가 나타내는 데 오래 걸린다. 받아들이는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또 이상한 행사를 하면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군”이라는 의혹을 가질 만하다.그만큼 많은 행사가 관공서 기획부서 주도로 실시됐다가 중단돼 왔다. 현대자동차의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 경진대회는 장기간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