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도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와 비교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제품이 비일비재하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제품별로 지난해에 비해 평균 5~10% 정도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제품이 있다. 바로 망고주스 등 망고 관련 제품이다. 오렌지주스 등이 정체 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심지어 올해 초에 나온 일부 제품은 월매출액만 수십억원씩을 기록하며 불황에 시달리는 업체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누가 뭐래도 ‘망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망고는 더운 날씨의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과일이다. 원산지는 말레이반도, 미얀마, 인도 북부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아프리카와 브라질, 멕시코,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지에서도 많이 재배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 망고의 일종인 애플망고가 소량이지만 나온다.망고가 등장하자마자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단맛이 나는데다 섬유질이 많고, 비타민A와 카로틴이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과 맛에서 으뜸가는 과일인 셈이다.게다가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좋은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객의 증가로 망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데다 특유의 망고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망고주스의 경우 캔제품이 1,000원 안팎으로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상당히 비싼 데도 잘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망고열풍의 진원지는 국내 최대 음료업체인 롯데칠성이다. 이 회사는 오랜 준비를 거쳐 지난 1월 ‘델몬트 망고주스’를 출시하며 국내에 처음으로 망고음료를 소개했다. 물론 처음에는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회사측 역시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점을 감안해 매출 면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연간 매출목표도 약 60억원 정도로 잡았다. 월 단위로는 5억원 정도를 기대했던 것이다.하지만 홍보기간이 끝난 3월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새콤달콤한 맛에 건강에도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매점에서 제품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3월에만 무려 22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당초 회사측이 기대했던 5억원을 무려 네 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이후에도 이 제품은 마치 날개가 돋친 듯 불티나게 판매됐다. 4월 40억원, 5월 80억원 등 매달 큰폭으로 증가했다. 6월에는 마의 100억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음료업계에서 히트상품의 기준을 대략 월매출 30억원 정도로 잡는 것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빅히트를 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일각에서는 국내 음료 사상 최고의 히트작으로 기록돼 있는 ‘2% 부족할 때’와 비교하기도 했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5개월 만에 캔제품 기준으로 5,000만개를 팔았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동안 매출액이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롯데칠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망고주스시장에 뛰어들었다. 해태음료는 올해 상반기에만 ‘쿠바나’를 비롯해 ‘썬키스트후레시 소다’ ‘썬키스트 망고’ 등 망고원액을 넣은 주스를 무려 3가지나 잇달아 출시했다.회사측은 올해 기존의 주력제품 매출이 5~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망고 관련 제품이 선전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특히 ‘썬키스트 망고’는 5월 말 출고와 동시에 열흘 동안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 6월에는 18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또 건영식품이 ‘가야망고농장’을 내놓았고, 동원F&B는 ‘타히티망고’로 맞서고 있다. 또 유가공업체인 남양유업이 ‘망고생’이라는 음료를 출시했고, 한국야쿠르트는 ‘망고주스’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일화의 ‘망고망고’와 샤니의 ‘스위트 망고’도 망고열풍 경쟁에 참여한 상태다. 이밖에 아이스크림과 빙수, 케이크, 심지어 화장품업체들까지 망고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망고열풍을 실감하게 한다. 과일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제품에 망고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망고가 올해 유통가를 휩쓸면서 그 이면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흥미롭다. 대표적인 것이 망고난이다. 업체마다 갑작스럽게 망고제품을 내놓다 보니 원료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특히 일부 업체는 망고를 구하지 못해 제품을 소매상에 공급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선두주자인 롯데칠성은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데다 망고 원액을 공급받는 루트를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필리핀산 망고 원액을 2년치 가량 확보해 놓고 있어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미리 손을 써놓은 결과다.이에 비해 후발주자들은 원액 확보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롯데가 이미 필리핀에서 나오는 양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까닭에 다른 지역을 상대로 원료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건영식품이다.이 회사는 새로 출시한 ‘가야망고농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원료가 달릴 정도다. 수입선을 이스라엘로 돌렸지만 장기적으로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망고 원액을 들여온다는 방침이다.서울우유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망고맛을 추가한 ‘칸 망고’를 출시했지만 원료를 필리핀 등지에서 들여오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루트를 이스라엘로 돌렸고, 향후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인도와 콜롬비아의 현지사정도 검토하고 있다.주스 등의 인기에 힘입어 과일 망고도 인기다. 백화점 등의 매장과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망고는 이미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망고 1개 가격이 최저 3,000원에서 최고 2만~3만원선으로 매우 비싸지만 선물용으로 선호도가 높다.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집중 분석세금인하 부양책의 효과와 부작용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최근 세금인하 대책을 쏟아냈다. 자동차와 에어컨, PDP TV 등에 부과했던 특별소비세를 인하했고 근로소득자가 부담하는 소득세도 내렸다. 또한 기업들이 올해 안으로 설비투자를 하면 15%의 세액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100억원을 투자하면 법인세에서 15억원을 깎아주겠다는 얘기다.세금인하는 기업이나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므로 사업의욕과 근로의욕을 북돋워준다.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도 활성화된다. 침체된 경기를 어느 정도 되살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세금인하를 잘못 사용하면 경제행위를 왜곡시킨다. 특히 한시적인 세금인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10%인 임시투자세액 공제율을 올해 하반기까지 15%로 확대해 적용키로 한 결정은 내년에 예정된 설비투자를 앞당기는 효과만 발휘할 뿐이다.올해 경기에는 많은 도움을 줄 게 확실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반대로 부정적인 여파가 나타난다. 내년에 쓸 돈을 올해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투자시기만 앞당기면 문제는 적을 수 있다.그러나 늘어난 세액감면을 받기 위해 설비투자를 무리하게 집행하면 부실투자가 발생한다. 부정부패가 발생할 소지도 크다. 실제로 내년에 집행되는 설비투자를 올해 회계연도에 넣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의 급격한 변경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초래한다.중소기업의 연구 및 인력비 지출에 3년간 법인세 최저한 세율 적용을 배제하는 것도 적용기간만 다소 길어졌을 뿐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비 지출은 장기적으로 이뤄지므로 3년은 ‘단기’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채용하면 투자기간이 더 길어진다.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인하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간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하위 40%에 속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는 소득세 인하가 전혀 소용이 없다. 연봉 1,800만원을 버는 근로자는 연간 2만원, 4,800만원을 버는 근로소득자는 9만원, 2억원을 버는 사람은 14만원으로 혜택이 소득금액에 비례해 늘어난다.개인소득세 감면은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보면 ‘재정지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소득세 감면으로 줄어드는 세금만큼 저소득 계층에 나눠준다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효과가 더 크다.자동차와 에어컨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는 일부 품목에만 부과되는 세금을 깎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효율을 높인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해당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경제발전에도 긍정적이다.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소득세율을 총급여의 18%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역차별을 초래한다. 세후 순소득을 기준으로 연봉을 제시해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경우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기업은 세금부담이 덜한 외국인을 뽑을 것이다. 세금 정책은 이처럼 기업들의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상 신중해야 한다.현승윤ㆍ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