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 최유신 전 리타워텍 회장, 이용호 전 삼애인더스 회장, 김진호 전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가 최근 M&A 시장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은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들의 M&A 행적을 추적했다.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바른손’ 인수 실패 후 ‘휴먼컴’ 인수시도방송물 프로덕션과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등록업체 ‘휴먼컴’. 올해 들어 줄곧 액면가 500원을 밑돌던 휴먼컴의 주가가 7월 둘째주 한때 1,000원을 기록했다. 3월19일 최저 290원까지 기록해 등록취소가 우려됐던 종목이다. 지난해 실적도 매출 103억원에 순손실 87억원. 경영호전을 알리는 특별한 재료 없이 6월 중순부터 갑자기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배경을 증시 관계자들은 궁금해 했다.그 궁금증은 7월11일 휴먼컴이 내놓은 공시로 해소됐다. 어드벤티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가 휴먼컴의 지분 8.27%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내용. 특히 어드벤티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의 배경에 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이 있다는 사실은 증시 관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드벤티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의 전신은 피마이어드 바이져리 홀딩스로 홍 전 회장의 아내 오상지씨(탤런트 오현경)가 대주주로 있던 회사다. 이 회사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거래소 상장업체인 바른손을 인수하려다 증자자금 100억원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인수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이후 계몽사는 4월28일 최종부도로 상장이 폐지됐다. 홍 전 회장은 계몽사 인수시 법정관리인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회사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휴먼컴 인수금액은 총 24억5,000만원. 어드벤티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는 7월11일 계약금으로 6억원을 납입했다. 중도금과 잔금 각각 8억원과 10억5,000만원을 납입한 후 임시주총을 열어 경영진을 새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어드벤티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는 공시를 통해 ‘향후 유망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의 진출’이라는 목적만을 밝혔을 뿐, 향후 사업방향이나 투자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휴먼컴의 한 간부급 직원은 “인수사실을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며 “부실이 컸던 SI사업부를 털어내는 과정을 통해 경영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와 과감한 투자와 명확한 비전제시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증시전문가도 “홍 전 회장과의 연관설 하나만으로 휴먼컴 주식은 ‘머니게임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경영활동을 통해 실적으로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최유신 전 리타워텍 회장키이엔지니어링, 씨큐리콥 등 인수지난 2000년 인수 후 개발(A&D) 붐을 일으켰던 최유신 전 리타워텍 회장(미국명 찰스 스팩만)의 행보도 최근 활발해졌다.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스팩만그룹(홍콩 소재)의 자회사인 ‘컨설리데이티드 싸이언스 코프’(버뮤다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스닥 등록업체인 키이엔지니어링과 씨큐리콥(구 씨큐어테크)을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7월14일에는 통신 솔루션업체인 노스텍을 전격 인수했다.최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초에도 보일러용 배출기 제조업체인 파워텍(리타워텍으로 상호변경)을 사들인 뒤 당시에는 생소했던 A&D 방식을 통해 12개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그동안 리타워텍의 주가는 넉 달 만에 2,000원에서 36만원으로 120배 이상 폭등해 당시 최대의 화제가 됐다.그러나 2000년 후반부터 리타워텍 주가가 급락하고, 이 과정에서 ‘검찰조사설’이 흘러나오자 최 전 회장은 돌연 한국을 떠난다.한때 5조4,600억원에 달했던 리타워텍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3억원으로까지 곤두박질쳤고, 결국 감사의견 거절의 이유로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불과 2년 11개월이라는 단기간에 5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공중에 증발해버린 것이다.지난해 사법부에 의해 무혐의 판결을 받은 최 전 회장은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씨큐리콥 대표이사는 리타워텍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허원혁씨가 맡고 있고, 스팩만그룹 일원인 카를로스 페레스 등이 5월30일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로 취임했다. 같은날 회사이름도 이전 씨큐어테크에서 현재 사용 중인 씨큐리콥으로 변경됐고, 법인등기부등본상 사업 목적에도 국내외 투자사업과 투자 관련 컨설팅 등의 항목이 추가됐다. 향후 M&A 작업이 씨큐리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그 첫 작업이 7월14일 인수한 유무선통신 솔루션업체 노스텍. 씨큐리콥 관계자는 “씨큐리콥의 보안관련 기술과 노스텍의 유무선통신 솔루션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합병회사의 올해 매출액을 165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씨큐리콥의 실적은 매출액 86억원, 순이익 3억1,000만원이다.지난 4월 이후 씨큐리콥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3월11일 최저가 78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4월8일 컨설리데이티드 싸이언스 코프에 의한 경영권 인수 소식이 확인되면서 크게 오르기 시작해 7월10일에는 5,490원까지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도 크게 늘어 4월25일에는 총발행주식 815만5,000주 가운데 570만주가 거래되는 등 4월 이전 거래량과 큰 차이를 보였다. 노스텍 인수 예정을 공시한 7월11일 직전에도 주가가 갑자기 뛰고, 매수량도 크게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한편 증시전문가는 “최근 최유신 전 회장 관련 주식이 크게 올랐다고는 하지만 리타워텍 당시 주가 변동폭과 비교하면 그리 큰폭은 아니다. 리타워텍 학습효과 때문에 큰손은 물론 개인투자자조차 쉽게 동조하지 않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 A&D 사례처럼 최 전 회장이 어떤 새로운 기법을 소개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용호 전 삼애인더스 회장대리인 통해 디에이블 등 부실기업 잇달아 인수주가조작 및 회사자금 횡령으로 2심에서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용호 전 삼애인더스 회장도 M&A를 통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코스닥에서 퇴출된 삼애인더스는 자회사 뉴브리지홀딩스를 통해 누보텍(거래소), 디에이블(거래소), 인터리츠(코스닥) 등의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뉴브리지홀딩스의 원래 이름은 삼애캐피탈. 이후 지엔지구조조정전문회사, 보라투자개발 등으로 사명이 바뀌다 지난해 11월 뉴브리지홀딩스가 됐다. 이 전 회장은 현재도 뉴브리지홀딩스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뉴브리지홀딩스의 자회사인 지엠홀딩스가 각각 29.78%와 33.27%의 지분을 갖고 있는 디에이블과 인터리츠는 인수 당시 재무상태가 매우 부실한 상태였다. 디에이블은 2000년 16억원, 2001년 60억원, 2002년 65억원 등 3년 연속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다. 7월16일 현재 디에이블의 주가는 1,185원. 올해 들어 주가가 액면가인 5,000원을 넘어서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지엠홀딩스가 15억원에 인수한 인터리츠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0년 38억원, 2001년 60억원, 2002년 7억원 등 인터리츠 역시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액면가 1,000원을 밑돌던 인터리츠 주가도 지엠홀딩스의 인수사실을 확인하는 6월3일 공시를 전후해 크게 뛰기 시작해 6월12일에는 2,650원까지 기록했다.인터리츠 주식은 최대주주인 지엠홀딩스의 요청에 의해 오는 10월 주당 200원으로 액면분할될 예정이다.한편 이 전 회장은 지난 5월 말 삼애인더스 주주들에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애인더스 주식을 자신에게 위임할 경우 향후 인수할 예정인 제3법인의 주식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100억원이 넘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김진호 전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대규모 유상증자 통해 문어발식 확장김진호 전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는 올해 1월 12억5,000만원을 투자해 유무선통신 솔루션업체인 비젼텔레콤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코스닥에 복귀했다. 2000년 4월 경영권분쟁으로 골드뱅크를 떠난 이후 2년 9개월 만의 컴백이다. 지난해에는 골드뱅크 재직시절 저지른 주가조작 및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비젼텔레콤은 2001년과 2002년에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2년에는 유가증권 평가손실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 영업외비용이 크게 늘어 당기 순손실규모가 89억원에 달했다. 특히 매출원가(124억원)가 전체 매출액(108억원)을 초과,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매출구조를 보였다. 비젼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시장의 침체로 인한 매출부진과 경쟁사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매출단가의 하락에 따라 매출이익 감소가 주요 원인이며, 영업외적 측면에서는 상용화 개발비에 대한 감액손실, 제품재고 및 원재료 재고에 대한 평가손실, 유가증권 및 투자유가증권의 평가손실로 인한 것이 지난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김사장은 비젼텔레콤의 경영권을 확보하자마자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190억원의 자금으로 코스닥 등록기업인 아이빌소프트를 비롯해 하두리, 라피스, 디지털넷뱅크 등의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아이빌소프트는 교육용 솔루션, 하두리는 인터넷 화상채팅서비스, 라피스는 의료기제조, 디지털넷뱅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이들 기업을 인수하는 데 모두 64억원이 소요됐다.지난 3월 비젼텔레콤의 계열사가 된 아이빌소프트도 대주주가 바뀌자마자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 각각 25억원과 20억원을 투자해 아이빌에듀와 두비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등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아이빌에듀는 학원사업, 두비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M&A목적, 자금출처 분명해야…“이들이 인수하는 기업을 살펴보면 ‘자본금이 적고, 대규모 적자로 경영이 부실하면서, 사업상 연관성이 적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당연히 ‘머니게임용’ 기업쇼핑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도 하다”고 한 M&A 전문가는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불미스러운 전력 때문에 증시에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본인들은 부당하다고 느낄 만한 이러한 의혹을 씻기 위해서는 M&A한 기업의 실적으로 시장의 재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들과 관련된 종목 대부분은 재무구조가 나쁘고 투기성이 높아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대상이 아니다”며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결정은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한편 금융감독기관 관계자는 “기업인수시 관계인으로 추정되는 특정 계좌의 집중 매수ㆍ매도가 종종 눈에 띄어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의 출처와 회사자금 유용 여부도 주요 감시대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