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감소 불구 안전교육 투자 대폭 늘려, 최첨단 운항통제센터도 설치

이라크전이 임박한 지난 3월, 국내외 각 기업들은 혼돈에 빠져들었다. 언제 전쟁이 시작될 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확한 손실예측과 대책마련은 불가능했다.특히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항공업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대한항공의 움직임은 조용했다. 지난해 9월부터 위기관리시스템이 가동하고 있었던 것이다.위기강도 따라 레벨Ⅰ, Ⅱ, Ⅲ 발령지난해 9월 대한항공은 위기관리 레벨I을 발령했다. 이어 전쟁을 목전에 둔 3월18일에 레벨Ⅱ, 전쟁발발일인 3월20일에는 레벨Ⅲ를 선포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위기의 강도에 따라 위기관리 수위도 조정돼야 한다는 위기관리론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레벨Ⅲ는 아직도 가동 중이다. 이라크전에 이어 사스(SARS)가 창궐했기 때문이다.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대한항공은 수익감소를 보완할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몇 차례에 걸쳐 중단했다.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200명 규모의 직원을 명예퇴직시키고 비정규인력을 감축해 비용절감을 도모했다.유가급등과 환율변동에 대비해 헤징을 실시, 재무손실을 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조치는 대한항공이 2001년 구축한 위기관리시스템 아래 이뤄졌다. 즉흥적인 조치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위기관리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도 나름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있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각 부서별로 제각각 운용돼 기업 전체의 통합적인 위기관리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위기에 대한 정의, 조직, 임무, 비상대책수립, 대응태세에 대한 전사적 시스템이 요구된 것은 당연했다. 특히 전세계를 사업무대로 삼은 대한항공으로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시스템이 절실했다.대한항공의 위기관리시스템은 위기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다. 레벨I은 항공기 사고, 납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위기상황을 책임부문의 본부사장이나 본부장이 해결할 수 있을 때 발령된다.모든 처리상황이 총괄사장이나 회장에게 보고되는 것은 물론이다. 레벨Ⅱ는 책임부문 본부사장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선포된다. 총괄사장을 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회의가 즉각 구성되며 상황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된다.전사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경우에는 레벨Ⅲ가 발령된다. 이때부터 회사는 비상대책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지난 3월 발령한 레벨Ⅲ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셈이다.절대안전 운항주의 표방항공업은 매일매일이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기에 노출된 업종이다. 언제 어디서 항공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번의 사고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만큼 안전에 대한 대비와 투자가 필수적이다.대한항공은 ‘절대 안전 운항주의’를 표방할 정도로 안전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안전부문에 대한 누적투자액이 지난해까지 4,930억원에 이를 정도다.대한항공은 2000년 8월 65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운항통제센터를 본사에 설치했다. 이 센터는 전세계 국가의 위험정도를 실시간으로 입수해 위험지역에 있는 항공기 승무원에게 관련정보를 제공, 사고가능성을 줄이고 있다.지난 98년부터는 미국 FSB(Flight Safety Boeing)사에 의뢰해 국제표준의 훈련과 심사를 통과한 우수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외국항공사의 안전전문가를 영입해 안전사고의 예방 수준을 높였다.수익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에는 137억원을 들여 연면적 7,700여㎡에 달하는 항공안전훈련센터를 개원했다. 실제상황을 연출해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이 센터의 역할이다.직원훈련프로그램도 인상적이다. 대한항공은 운항승무원은 물론 객실승무원들을 위한 인적자원관리시스템(CRM)을 운용하고 있다. 운항승무원을 위한 실수 관리 프로그램, 객실승무원이 동참하는 CRM, 기장들을 위한 리더십 과정들이 그것이다.타업종에 비해 항공업은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가는 말할 것도 없고 환율과 금리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된다. 고가의 항공기 도입을 위해 거액의 외화를 차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11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220억원, 배럴당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 3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대한항공은 유가, 금리, 환율로 인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각 부문 최고 30%를 헤지하고 있다. 2002년 상반기에는 항공유의 10%를, 올 상반기에는 8%를 헤지했고 상황에 따라 추가 헤지를 단행할 계획이다.또한 외화부채를 원화부채로 대체해 환율변화로 인한 손실을 예방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 지난해부터는 외환을 구매해 좀더 능동적으로 환율변화에 대비하고 있다.항공동맹 스카이팀 출범 주도대한항공은 서비스 품질 기준을 정하고 전사적 서비스 품질관리 업무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특히 고객의 불만과 제언을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접수된 고객의 불만은 공개처리시스템에 자동으로 등재되고 해당부서는 이에 대한 경위와 대책을 마련해 공개처리시스템에 등재할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전직원이 공유하고 서비스 개선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공개처리시스템을 실시한 후 고객불만도 많이 줄었다. 고객 1만명당 불만 발생건수가 2000년 2.1건, 2001년 1.5건, 2002년 1.0건으로 감소된 반면, 칭찬 건수는 2000년 2.0건, 2001년 2.2건, 2002년에는 3.0건으로 증가했다.대한항공은 2000년 6월22일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와 연합해 항공 동맹인 스카이팀을 출범시켰다. 이는 안전운항, 고객서비스, 위기관리능력 등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알리타리아항공사와 에어체코도 회원사로 가입해 회원사가 6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6개 항공사는 마일리지 완전 제휴, 카운터 공동 사용 등 하나의 항공사처럼 움직이고 있다. 회사측은 “스카이팀은 각 대륙을 연결하는 항공사들이 모여 탄생한 만큼 타 동맹체보다 앞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