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23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은 안정제 주사를 맞은 듯 잠잠해진 모습이다.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촉발돼 전국으로 퍼져나간 아파트가격 상승세는 최근 몇 달 사이 확연하게 주춤해졌고, 투기지구에 대한 분양권 전매금지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전세시장 역시 빈집이 늘어나 ‘역전세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이에 비해 재개발시장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활기가 살아있었다. 최근 새로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이 발표되기 전까지 말이다.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영업 중인 김정수 M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투기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전면 금지되자 상대적으로 지분거래에 제한이 없는 재개발 투자로 관심이 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6월 들어 새 도정법 시행이 예상되면서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고 요즘은 간간이 문의전화가 이어지는 정도”라고 밝혔다.새 도정법의 골자는 재개발지역에 대한 투기성 거래를 근절시킨다는 것이다.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의 지분을 쪼개 여러 명이 소유하는 이른바 ‘지분쪼개기’를 금지하고 기본요건을 갖추지 않은 재개발 희망지역은 가차 없이 사업추진을 막는다는 게 핵심이다.이에 따라 ‘소문에 사고, 확인 후 파는’ 재개발 투자 혹은 투기는 효력을 잃을 전망이다. 이미 재개발지분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지분 크기, 지역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그러나 한편으로 실수요자 등 ‘안전성’을 제1의 가치로 여기는 투자자들에게는 호기가 되고 있다. 재개발 지분의 옥석가리기가 명확해져 오히려 좋은 투자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재개발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은 “새 도정법 시행으로 지분쪼개기가 금지되면서 시세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므로 실수요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소형 아파트 수요자 ‘미니지분’에 관심을7월1일부터 시행된 도정법은 재개발ㆍ재건축사업 및 주거환경정비사업의 새로운 근거 법률이다. 이전에는 각각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해 시행되던 것을 동일한 법으로 통합, 적용받도록 한 것이다.지난 7월16일 서울시가 입법예고한 도정법 조례안에 따르면, 재개발 추진지역 내에서 지난 7월10일 이전에 다세대로 분할돼 지분쪼개기가 이뤄진 주택에는 전용면적 60㎡(18평) 이하의 분양권이나 임대아파트 입주권이 부여된다.또 건립가구의 20% 이상을 임대로 지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의 다세대 전환이 금지되면서 이미 지분쪼개기가 된 5평 안팎의 미니지분에 대해서는 분양권 자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조례안을 통해 최소 평형 입주권은 보장된 셈이다.그러나 종전까지 미니지분도 분양면적 32평 아파트의 입주가 보장되는 것으로 알고 매입한 투자자들이나 조합원수가 아파트 건립가구수보다 많은 구역, 조합원이 소유한 지분의 크기가 큰 구역의 경우에는 기존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했다면 원금보전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시장에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 각 조합의 규약 등을 통해 유연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이처럼 피해를 볼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앞으로 재개발 지분에 투자할 투자자들에게는 정확한 기준이 제시됐다는 이야기와도 통한다.정용진 REI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 추진지역에서 쪼갠 지분 투자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역으로 보면 25평 이하 소형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에게는 미니지분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정소장은 “기존에 30평형대 입주를 바라보고 매입한 투자자는 손해를 보기도 하겠지만 25평 이하 아파트에 입주를 바라는 투자자라면 시장에 나와 있는 미니지분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만하다”고 말했다.단 도정법 시행 전에 다세대로 전환이 돼 있고 토지, 건물이 정상적으로 등기가 돼 있는 물건이 안전하다는 조언이다. 또 조합원수가 건립가구수보다 적어야 하며 무허가주택이나 시유지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하는 게 낫다.미니지분의 ‘팔자’가 벼랑 끝에서 올라선 만큼 가격대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5평형 입주가 가능한 미니지분은 지명도가 높아질 전망이지만, 당초 30평형대 입주가 예상됐던 10평 안팎의 소형 지분은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30평형대와 20평형대의 수익률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의 H공인중개사는 “성동구나 마포구 등 재개발이 많이 추진되는 지역은 쪼갠 지분이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며 “30평형대 입주가 예상됐던 미니지분이 25평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