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올해 6월21일 기준으로 누적 유료관중 7,00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남북한 인구를 다 합친 숫자로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프로야구 관중은 출범 첫해 157만명을 시작으로 95년에는 페넌트레이스 540만명을 포함해 총 587만명을 동원하면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9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프로야구의 관중은 외환위기를 맞은 98년에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기도 했다.프로스포츠에서 관중은 단순한 경기 활동을 비즈니스, 즉 산업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큰 수입원이 되는 동시에 구단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료관중 7,000만명이라는 숫자는 프로야구가 비즈니스로써 한몫을 담당할 수 있는 주요인이 된다.현재 야구단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라이온즈), LG(트윈스), 현대(유니콘스), SK(와이번스), 기아(타이거즈), 두산(베어스), 롯데(자이언츠), 한화(이글스)의 8개. 미국, 일본과의 차이점이라면 재계순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들이 대거 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삼미, MBC 등이 출범 초기 멤버였던 점과 비교하면 야구단의 운영규모가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국내 여건상 프로스포츠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만한 토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대규모의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재벌기업 정도는 돼야 구단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프로야구단 운영비용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15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으며 일부는 200억원 가량을 매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프로야구 원년에는 구단 하나를 운영하는 데 대략 20억원 정도가 필요했다.그중 가장 많이 늘어난 부분은 선수들의 연봉. 82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선수는 144명으로 이들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17억4,960만원이었다. 올해 등록선수는 450명으로 이들의 연봉으로 261억원이 나갔다. 평균 5,800만원꼴이다.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금액이 선수들 급여로 나간 셈이지만 사실상 프로야구라는 경기가 만들어낸 고용창출 규모로는 상당한 수준이다.최고연봉 규모도 20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 82년 최고연봉자는 박철순 선수(당시 OB 베어스)로 2,400만원이 그의 1년 급여였다. 20년이 지난 올해 초 이승엽 선수가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연봉은 6억3,000만원이다.홍보야말로 가장 큰 프로야구의 외부효과프로야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수입은 크게 관중의 입장수익과 TV중계권료, 그리고 대회타이틀을 지원하는 스폰서십 비용의 세 가지다.이중 TV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비용은 KBO의 몫이다. 각 기업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은 관중의 입장료다.그러나 경기장 입장료는 선수들의 연봉과 달리 20년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82년과 83년 서울에서 야구 한 경기를 보는 데 필요한 비용은 지정석의 경우 5,000원, 일반석의 경우 3,000원이었다.이것이 97년 이후 지난해까지 지정석 8,000원, 일반석 5,000원으로 달라졌다. 그동안의 물가 변동폭을 감안하면 오히려 낮아진 셈이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올해부터는 구단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경기장 입장료가 매겨진다. 그야말로 야구가 산업으로써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서게 됨을 의미한다. 예컨대 인천에 신설된 문학야구장은 음식서비스와 야구관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좌석 ‘스카이박스’를 마련했다. 이 경우 일반 좌석과 가격 면에서도 차별화돼 구단의 수입원을 다양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선수들의 캐릭터를 응용한 상품이나 관람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모자, 점퍼 등의 야구용품 판매도 기업이 야구를 통해 올리는 주요 수입의 일부다.이 같은 용품 판매도 20년 세월과 무관하지 않다. 출범 초기 국내 야구용품 판매는 몇몇 야구단이 어린이 회원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념품 수준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기념품 판매코너가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곳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KBOP(Korea Baseball Organization Property)의 출범을 계기로 달라지고 있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해 7월 설립된 KBOP는 각 구단으로 분산돼 있는 야구의 수익사업을 통합ㆍ운영하는 회사다. 타이틀 스폰서 유치와 구단에서 위임받은 상표권사업의 진행 등을 담당한다. 또 프로야구의 각종 라이선스사업도 KBOP의 주요 업무다.특히 상표권사업은 중구난방으로 제작되던 야구 기념품들을 KBO 공식상품으로 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수익성 강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 공식 상품화권자를 선정한 상태이며, 이미 일부는 제작ㆍ판매 중이다. 일본 한신 타이거즈 효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캐릭터 상품의 판매실적 증대였다.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로야구의 경제효과로써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홍보효과다. 삼성의 경우 이미 구단운영에 20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는데다 타이틀스폰서십(삼성증권배)을 맡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100억원을 후원하게 된다.턱없이 부족한 입장료 수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큰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골프의 ‘박세리 효과’처럼 막강한 힘이 발휘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96년 말 프로골퍼 박세리와 8억원에 10년 장기계약을 맺었는데 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어냈다. 당시 삼성측은 박세리의 광고효과를 5억6,000만달러로 추산했다.레너드 코페트는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 designtimesp=24126>에서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 게임이다’고 서두를 열고 있다. 단순히 경쟁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닌 팀워크와 작전이 조화를 이루는 경기가 야구라는 이야기다.‘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요즘 국내 경기의 현주소다. 지금의 총체적인 난국이 조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20여년간 부침을 겪으면서도 한국프로야구가 꾸준히 관중을 모으는 뉴비즈니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