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원들은 스팸메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출근해 e메일을 열어보면 수십개의 광고메일이 쌓여 있다. 음란사이트 광고에서 상품소개, 대출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e메일 주소를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스패머들은 귀신 같이 알아내 스팸메일을 뿌려댄다. 미국에서 스팸메일은 전체 e메일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회사들은 스팸메일 때문에 연간 100억달러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스팸메일 홍수에 질린 미국 네티즌들은 정부 차원에서 스팸메일 규제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치인들도 스팸메일 규제법에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스팸메일 규제법은 결론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스팸메일 규제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미 의회에는 현재 두 가지 스팸메일 규제 법안이 올라가 있다. 민주당의 윌슨-그린 법안과 공화당의 스팸축소법안(RID)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스팸메일 규제방법, 관리당국의 권한, 소송방법 등 세 가지 부분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그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소송방법이다. 민주당 법안은 집단소송을 허가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금지하고 있다. 집단소송은 스팸메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항상 대립해 왔던 것이다. 일종의 당 노선 차이인 셈이다.스팸메일 규제법 지연의 진짜 문제가 여기에 있다. 스팸메일 자체에 대한 의견차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노선 때문에 스팸메일 규제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투고 있는 동안 네티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네티즌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도 대립이지만 두 법안은 네티즌들의 반대에도 부딪치고 있다. 두 법안은 스패머가 불특정 다수에게 무한대로 광고메일을 보낼 수 있게 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신자가 향후 메일 리스트에서 삭제요청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광고메일에서 바로 수신거부 요청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수신거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스패머에게 자신의 e메일 주소가 유효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원하지 않는 스팸메일을 아예 받지 않게 하는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미 의회에는 최근 네티즌들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스팸메일 규제 법안이 상정됐다. 찰스 슈머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스팸금지리스트’(Do-Not-Spam List) 법안이다. 네티즌이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스팸을 받지 않는 리스트에 등록하는 것이다.텔레마케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전화금지리스트’(Do-Not-Call List)와 비슷하다. 스팸금지리스트에 등록된 e메일로 스팸메일을 보내는 것은 불법이며 처벌을 받을 수 있다.스팸금지리스트는 네티즌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E프라이비트그룹이 최근 성인 1,0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연방정부가 스팸금지리스트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일각에서는 그러나 스팸금지리스트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방무역위원회(FTC)의 하워드 빌스씨는 최근 “흥미 있는 아이디어지만 주도면밀한 스패머들을 실제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스패머가 리스트를 악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E프라이비트그룹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는 스팸메일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7%는 스팸메일의 수신거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스팸메일은 ‘자신과 관계없는 회사에서 보내는 광고메일’로 정의했고, 자신과 관계가 있는 회사의 광고메일은 스팸메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