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해 나아가는 데 노사화합은 필수적인 토대이다. 한동안은 근로자를 착취해서 어떻게든 외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영은 한계가 뚜렷하다. 보다 차원 높은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은 구체적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종업원들의 자발적 협력을 끌어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그러나 노사관계는 갈등과 대립으로 표출되기 일쑤이다. 최근 국내의 한두 기업은 직장폐쇄 결정까지 내렸다. 노사갈등은 경영진과 종업원 서로가 이해를 달리한다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을 때 일어나게 된다.그러나 한 발씩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과연 서로의 입장과 이해가 정말로 다른가. 그렇지 않다. 경영진이나 종업원이나 한울타리인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플러스가 된다. 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이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이익을 배분하는가, 어떻게 성과를 보상하는가 하는 과정에서 돌출하게 된다.성과배분과 보상 프로그램은 신뢰경영의 구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내부 구성원의 신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만으로, 구성원을 존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성과배분과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써 경영진과 종업원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성과배분과 보상은 무엇보다도 기본적이고 실질적으로 서로의 신뢰관계를 높일 수 있는 항목이 된다. 또 성과배분과 보상의 프로그램이 정비되지 않고는 일하기에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ㆍGWP)으로 나아갈 수 없다.한일시멘트(대표이사 사장 정환진)는 투명한 회계처리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의 하나이다. 투명한 회계처리는 성과배분과 보상의 기초가 된다. 재무상황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성과를 배분하고 있다”고 백번 강조해도 “그렇다면 왜 떳떳하게 드러내 놓지 않느냐”는 반문이 들어올 것이다.이 회사의 경영 성과배분은 자료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난다. 88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내리 최고 250%의 생산격려금을 지급했다. 각 종업원에게 월 통상임금의 두 배 반이 격려금으로 들어온 것이다. 외환위기가 시작됐던 97년에도 250%가 지급됐다.유일하게 98년에만 노사결의를 통해 매년 지급됐던 격려금이 반납됐다. 생산격려금은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는 별개이다. 1년 농사의 경영성과를 함께 고생한 구성원들이 나눠 갖는 일은 미덕이 아닐 수 없다.이 회사의 성과배분은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의 경영이념을 통해 강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기업은 종업원과 그 가족의 생계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인간존중의 경영이념이 이 같은 제도를 낳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이념에 기초하다 보니 다양한 보상제도 역시 잘 정비돼 있다. 99년 이후 창립기념일을 기해 우수공로자에 대한 포상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발상으로 개선과 혁신을 끌어낸 종업원, 영업력 신장에 기여한 종업원, 비용절감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종업원이 대상이다.우수공로자 보상제도는 임원이나 본부장, 공장장, 팀장, 동료의 추천에 의해 대상자가 모아진 후 본사 총무팀에서 근거자료를 검토하고 임원회의에서 심사를 거친다. 창사 40주년이었던 2001년에는 16명을 선발해 1,6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또 근로자의 날에는 별도로 사장과 공장장의 표창이 이뤄진다. 99년 이후로는 해마다 10명 이상이 포상의 대상자가 됐다. 성실한 업무수행으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는 종업원에게 수여된다. 장기근속종업원에게는 그 노고를 격려하는 포상제도가 있다.10, 20, 30년 근속에 따라 무게를 달리한 금반지와 여행권이 주어진다. 최근 5년 동안에만 335명이 장기근속종업원으로 보상을 받았다. 나아가 장기근속 후 퇴직한 사람에 대한 보상도 있다. 무엇보다 정년퇴직한 종업원의 자녀에 대해서는 채용과정에서 우선권을 부여한다.“종업원은 회사의 자산입니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회사를 대하는 사원이야말로 보배이며 자산입니다”라는 고 허채경 회장의 경영이념은 문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성과배분과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배와 자산을 그 가치에 맞게 대하고 있는 것이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중국 고전의 어딘가에 ‘동고는 가하나 동락은 불가하다’는 말이 있다. 고생해 함께 일구는 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그후로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불가능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창업을 해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은 전체 구성원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서 이뤄진다. 초창기에는 특히 자기희생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게 일을 해 회사를 키우는 데 일조하는 것은 장기적인 비전을 품고 훗날 성장했을 때 그 결실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그러나 어느 정도 성장하고 이익잉여금이 생겨났는데도 그것을 나누는 성과배분을 등한시한다면 어느 누구도 회사 일을 진정 자기 일로 여겨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고전 속의 말처럼 함께 성과를 나눠 즐기는 것이 어려운 것은 현실적으로 등장한 재물을 앞에 두고 탐욕스러운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한일시멘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배분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으며 역시 단 한 번의 노사분규도 일어난 적이 없는 기업이다.그러나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반드시 성과배분이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행위의 이면에 높은 차원의 기업경영을 바라보는 확고한 이념이 자리잡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성과배분과 보상 프로그램은 신뢰경영의 다섯 가지 범주에서 공정성(Fairness)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분류된다. 때문에 배분이나 보상의 크기보다 얼마나 공정한 프로세스를 거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진행되는 있는지가 중요하다.재무적인 차원의 배분이나 보상은 전체 구성원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비재무적인 부분인 승진 기회 제공 등과 더불어 공정하게 관리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나아가 성과배분과 보상의 시행과정에서 견지돼야 할 자세는 일을 열심히 한 데 따른 정당한 배분과 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채찍과 당근의 한 부분으로서 배분과 보상을 생각하는 것은 신뢰를 깨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