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히터 성공 힘입어 공기청정기까지 진출… 수출 2000만달러, 매출 350억원 목표

이푸른하늘의 김상봉 사장(37)은 지난해 1월 초 시무식 겸 첫 대면인사를 위해 창원공장으로 갔다. 그리고 공장 강당의 단상에 올랐다. 남도였지만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 털장갑에 방한모를 하지 않곤 다소 견디기 힘든 날씨였다. 하지만 이날 직원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포근함을 느꼈다. 김사장이 직원들에게 화끈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매년 상여금과 임금을 각각 100%와 9%씩 인상해 3년 내 ‘떠나고 싶지 않은 회사’로 키우겠다고 직원들에게 취임일성을 한 것. 직원들이 놀라며 의아해하자 김사장은 “약속을 지킬 테니 두고 보라”며 장담했다.그는 지난해 목표한 경영성과를 달성해 상여금과 임금을 올려주는 등 직원들에게 약속을 지켰다. 김사장은 “올해도 직원들과의 약속을 틀림없이 지킬 자신이 있다”며 힘줘 말했다.김사장은 대구에서 규모 있는 사업을 하는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유복한 생활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1학년 중퇴할 때까지 일본에서 생활했다.그의 청소년시절 생활은 한마디로 ‘방황’ 그 자체였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불량서클 활동을 하고 가출을 일삼는 등 방황의 터널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남한테 절대 의지하지 않았다.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지하철에서 신문팔이를 하고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이때 세상은 스스로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김사장은 회고했다.김사장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사업을 해야겠다며 스스로 학업을 포기했다. 그는 “당시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을 용기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89년 여름 서울행 비행기에 올라 귀국한 김사장은 친구 다섯 명과 함께 명동에 채권중개회사를 차렸다.일본에 있을 때 국제금융업에 몸담았던 친구에게서 배운 서툰 실력이 기반이 됐다. 그러면서 그는 동대문시장의 의류를 떠다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에서 사귄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월 약 3,000만엔 정도의 의류를 수출했어요.”이처럼 김사장이 사업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갈 수 있었던 것은 18살 때 서울에서 채권중개업을 하는 한 사업가를 만난 게 인연이 됐다. 그는 방황기 있는 김사장에게 공부를 독려하며 일을 가르쳤다.“2년쯤 지나자 저를 친자식처럼 여겨주었어요. 저도 집안일을 돌보며 부모처럼 따랐습니다.” 김사장은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자면서 공부를 하고 일을 배웠다.91년 3월 결혼을 하면서 김사장은 채권시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경영하던 삼우종합건설에 들어가 건설현장을 누볐다. “건축주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 오는 날 혼자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어요. 하지만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잦아 결국 2년 만에 쫓겨나다시피 분가했습니다.”김사장은 93년 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보안경비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당시 나이스무인안전이라는 보안경비회사를 차렸다. 그의 사업수완은 남달랐다. 진흙에서 진주를 찾는 격이었다. 그는 “황무지를 개간하는 심경으로 사업을 했다”고 말했다. 보안경비회사는 전국에 48개 지사를 운영하며 직원만 300명이 넘는 회사로 키웠다.1년 6개월 후 보안경비회사를 매각한 김사장은 95년 대신투자금융을 설립하고 이를 97년에는 A2캐피털로 전환했다. 부동산개발 기업투자 등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서울에만 강남 등 3곳에 지점을 둘 정도였다.“언젠가 제조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등불 밑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손에 기름을 묻히며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김사장은 지난 85년 설립된 가스히터 생산업체인 대명을 2001년 말 130억원에 인수했다. 그후 금융업에서 손을 뗐다. 창원에서 가스히터를 생산하는 대명을 인수한 김사장은 회사명을 이푸른하늘로 변경했다. ‘푸르고 맑은 마음으로 사업을 영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김사장은 요즘 제품생산에 푹 빠져 있다. “상품과 함께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줄 미처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회사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 만들던 가스히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이를 위해 김사장은 고정형 가스히터 대신 회전형 디지털가스히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3개월 동안 밤낮없이 연구실에서 개발해 내놓은 최신형 모델”이라고 김사장은 강조했다.이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해 오던 고정형 가스히터와 달리 ‘가스피아’라는 자체 브랜드를 붙였다. 오는 11월 본격 국내 시판에 들어갈 예정인 가스피아는 이미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수출타진이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김사장은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와 수출협의를 하고 있는데, 연말부터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김사장의 연구개발 투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최근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기청정기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푸른하늘이 내놓을 공기청정기는 ‘고성능 공기청정기’로 러시아의 한 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해 만들고 있다.그는 “러시아 항공우주국이 우주정거장 미르에 설치했던 것과 같은 공기청정기능이 있어 유독가스 제거 및 멸균기능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푸른하늘은 게임 및 화상통화가 가능한 디지털영상전화기도 연말에 내놓을 계획이다.특히 지난해 9월에는 강원도에 있는 중소 먹는샘물회사를 흡수합병하는 등 사업확장을 거듭하고 있다.18ℓ들이는 대학이나 기업에 납품하고 0.5ℓ 페트병은 일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사장은 “먹는샘물사업에서만 내년에 50억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이푸른하늘은 미국의 가스난방기 전문업체인 시에프엠알엠시와 대형할인매장인 월마트 홈디포 등에 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수출한다는 전략이다.국내 업체로는 한일전자, 동양매직, SK가스 등에 가스히터를 공급하고 있다. 이푸른하늘은 올해 수출 2,000만달러를 포함해 350억원의 매출(순이익 3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김사장의 욕심은 대단히 크다. 오는 2005년에 수출 2억달러를 포함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자신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내년에 출시할 고성능 공기청정기가 2005년에 중국에만 2,000억원 상당의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02-537-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