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이 유비쿼터스를 지향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위성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를 둘러싼 SK텔레콤과 KT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무선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내년 상용화를 공언하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유선통신 1위 사업자인 KT도 독자참여를 선언하면서 유무선 1위 사업자간의 진검승부가 바야흐로 가시권에 들어온 것.2010년에 가입자가 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위성DMB는 이제 차세대 통신서비스로 자리매김하면서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위성DMB가 낯익은 용어로 등장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6월9일부터 7월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03세계전파통신협회(WRC)’에서 KT가 위성DMB용 주파수를 획득하면서 업계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했다.KT가 ‘2003WRC’에서 위성DMB용 2,605~2,630GHz 대역 주파수를 추가 확보하면서 기존 위성DMB ‘독점사업’을 기대했던 SK텔레콤과의 일전이 불가피해졌고, 현재 두 업체는 개별서비스를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차세대 사업 두고 SKT와 KT ‘격돌’‘느닷없는’ KT의 돌출 전에 SK텔레콤은 ‘느긋하게’ 위성DMB사업을 준비해왔다.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이미 2001년 9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위성궤도 등록을 신청했으며, 같은해 11월에는 분당에 실험국을 개설했다.또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위성사업자인 MBCO와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해 2월에는 삼성전자 등 19개 단말기업체가 참여하는 단말기개발협의회 구성을 끝냈다.올해 초 개인이동위성서비스(PMSB)사업추진단을 발족시킨 바 있는 SK텔레콤은 지난 6월 사업설명회를 통해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선언했다. 먼저 SK텔레콤은 7월까지 방송사, 자동차제조사, 장비제조업체, 유통사, 통신업체 등 위성DMB 관련업체를 총망라해 최고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이어 MBCO와 7월 중 위성구매계약을 체결, 연말이나 내년 초 위성을 발사하고 내년 3월 시범서비스 후 5월 상용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오는 8월 말까지 위성DMB사업을 위한 신규법인 설립을 마치기로 했다.KT(대표 이용경)는 ‘2003WRC’에서 주파수를 획득한 기세를 몰아 ‘독자위성발사’를 통해 2006년께 서비스 개시를 공언한 상태.김춘식 KT 기획조정실 신사업전담반장의 표현대로 “경쟁을 통한 질 좋은 서비스”를 표방한 KT는 별도로 위성DMB용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며, 특히 2.3GHz 휴대인터넷과 위성DMB 연계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 및 투자비 절감을 꾀한다는 방침이다.사업권을 둘러싼 이들 업체간 신경전도 본격화됐다.먼저 위성DMB용 서비스 방식에 대한 입장차이. KT는 SK텔레콤이 채택한 일본식 ‘시스템 E’ 방식 대신 유럽식인 ‘시스템 A’로 맞불을 놓은 상태. 지상파DMB와 동일한 기술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 및 세계시장 수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이와 관련, 정보통신부는 7월7일 “지난 4월 시스템 E 방식 결정은 KT 참여하에 각 방식간에 충분한 비교검토가 이뤄진 상태에서 내린 것”이라며 “향후 복수표준 채택에 대한 검토계획은 없다”고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상용화 시기 역시 양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KT는 단말기 개발 및 인접국과의 위성망 조정문제 등을 들어 SK텔레콤의 상용화 일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물론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문제없다”고 반박했다.위성DMB, 과연 돈 되나국내 유무선통신 1위 업체간 위성DMB 주도권 쟁탈전은 한계에 봉착한 기존의 주류 서비스에 대한 ‘대안 찾기’ 성격이 강하다. 유ㆍ무선통신 모두 음성 위주 서비스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데이터 위주 차세대 서비스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위성DMB가 매력적인 서비스로 등장하게 된 것.문제는 ‘위성발사’가 선결돼야 하므로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는 데 있다. 국내의 적정한 사업자수에 대한 논란도 이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독자 위성체 발사를 추진 중인 KT측은 “위성체 제작에만 총 2,500억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CO 위성을 공동 사용하게 될 SK텔레콤이 계상한 위성체 투자비는 920억원. 특히 서비스(또는 위성) 속성상 지상의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갭필러(Gap Fillerㆍ중계기) 설치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갭필러의 대당 예상가격은 2,500만원. SK텔레콤은 2005년까지 모두 2,300억원을 들여 9,000개의 갭필러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위성DMB에 2010년까지 총 3,16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이러한 막대한 투자는 벌써부터 ‘중복(과잉)투자’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국내에 2개의 위성DMB 사업자가 필요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여기서 비롯된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SK텔레콤과 KT간의 ‘그랜드 컨소시엄’이 구성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T가 ‘동등지분’을 전제로 그랜드 컨소시엄 참여의사를 밝힌 것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시장전망에 대한 SK텔레콤과 KT의 판단은 일단 모두 낙관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자체조사를 인용해 “위성DMB 가입의향률이 32.3%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업개시 3년차인 2006년에 당기 손익분기점에, 2008년에는 누적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목표다.KT 역시 현재 이동통신 및 초고속인터넷 시장규모를 전제, “시장은 만들어봐야 안다”고 답했다. “돈 안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돈 된다”고 사업자들은 주장하는 셈이다.돋보기 / 위성DMB란?이동 중에도 CD, DVD급 고음질·고화질 방송 만끽위성DMB는 음성ㆍ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 위성으로 고정ㆍ휴대용ㆍ차량용 수신기에 제공하는 방송서비스다. 이동 중에도 이동전화나 PDA, 차량용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CD, DVD급 고음질ㆍ고화질 방송을 즐길 수 있어 차세대 신개념 위성방송서비스(혹은 이동방송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당초 음성과 음악방송 위주의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로 소개됐으나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를 반영해 다채널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DMB’로 확장, 통용된다. 말 그대로 위성을 사용하면 ‘위성DMB’가 되는 것. 이에 반해 지상의 전파송신기를 이용하는 방식은 ‘지상파 DMB’로 구분된다.국내 위성DMB용 주파수 대역은 2,605~2,655GHz(SK텔레콤 2,630~2,655GHz, KT 2,605~2,630GHz)이며, 현재 SK텔레콤이 내년 중순께, KT가 2006년께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전망에 따르면, 위성DMB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생산유발 효과가 8조8,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4조2,000억원, 고용효과도 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성DMB 가입자는 2004년 50만명에서 2005년 100만명, 2006년 220만명, 2010년 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SK텔레콤은 내다봤다.SK텔레콤 PMSB사업추진단장 이상길 전무는 “위성DMB서비스는 기존 방송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소비자의 이동방송 시청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뉴미디어”라며 “시청자 확대를 통한 방송산업 규모확대 등 기존 방송사업을 보완하며, 이동형 방송 콘텐츠 개발을 통해 국내 콘텐츠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난 6월 위성DMB 사업설명회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