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일본 제과시장이 충치예방 껌 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껌시장을 리드해 온 메이저업체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의학적 효능을 놓고 상호비방은 물론 법정다툼까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충치예방 껌 전쟁의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롯데와 에사키 글리코가 최근 광고 문안을 놓고 벌인 충돌사태다. 에사키 글리코는 신제품 ‘포스캄’을 지난 5월 초 발매하면서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 일대의 편의점과 역 구내매점 등에 자극적 문구의 광고물을 일제히 내걸었다.‘약 5배의 재(再)석회화’충치에 걸린 이를 복구시키는 재석회화 효과에서 포스캄은 경쟁사들의 기존 제품보다 5배의 효과를 낸다는 의미였다. 광고를 본 롯데는 발끈했다. 자사가 판매 중인 ‘자일리톨+2’가 오히려 포스캄에 비해 2배의 효과를 갖고 있다며 에사키 글리코를 허위광고혐의로 도쿄지방법원에 제소했다.업체들간의 껌 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번째 충돌은 지난해 봄에 일어났다. ‘리칼덴트’를 선보인 화이자가 15억엔의 거금을 투입한 판촉행사를 통해 ‘효과가 2배 뛰어나다’며 자일리톨을 간접적으로 깎아내리자 롯데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롯데는 도쿄치과대와 손잡고 벌인 자체 실험 결과를 앞세워 화이자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호주의 멜버른대에 의뢰해 진행한 화이자의 실험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일리톨의 효과가 1.5배 더 높다고 반박했다.싸움의 궤적만 놓고 본다면 최대 메이커인 롯데의 아성에 화이자와 에사키 글리코가 번갈아가며 도전장을 던지고 신경을 건드린 셈이다.특정 보건용식품시장 급신장일본 언론은 껌 전쟁이 제과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을 부쩍 높아진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찾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찾게 되었고 충치예방 껌이 후생노동성에 의해 특정보건용식품으로 지정받자 업체간의 경쟁이 한층 더 불을 뿜게 됐다는 것이다.특정보건용식품은 과학적으로 증명됐거나 안전성이 확인된 것을 조건으로 후생노동성이 그 효능을 겉포장에 표기할 수 있도록 한 식품을 말한다. 치료효과를 연상시키는 표시는 금지하고 있지만 6월 말 현재 358건이 후생노동성의 허가를 받았으며 식생활 개선과 생활습관 교정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식품회사들의 주장이다.치아건강을 해치는 적으로 인식돼 온 껌이 ‘건강’ 이미지를 앞세워 메이커간의 격돌을 초래한 원인은 말하자면 충치예방 껌이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미래 유망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계산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특정보건용식품의 시장규모는 지난 97년 1,314억5,000억엔에 그쳤으나 2001년 4,120억엔 이상으로 급신장하면서 황금연못으로 각광받고 있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특정보건용식품으로 지정받기만 하면 히트상품 타이틀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다.실제로 야쿠르트가 판매 중인 차음료 ‘겐소레이차’는 99년 시판 초기 990만병을 판매하는 데 머물렀으나 특정보건용식품으로 지정받자 2000년 4,500만병으로 판매량이 훌쩍 뛴 전례를 남겼다.껌메이커들간의 감정 및 법정다툼에 법원과 행정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험방법에 따라 껌의 효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혀 판정에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후생노동성은 행정 당국의 심사와 관계없는 싸움이라고 일축, 껌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