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출신 전계열사서 맹활약…금융분야는 전문가형 선호
한진그룹 사람들은 ‘발탁인사’‘파격승진’ 등의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심이택 대한항공 사장(63), 김찬길 한진해운 사장(62) 등 CEO 반열에 오른 12명의 전문경영인들의 대부분 발탁이 아닌 계단식으로 단계를 밟아서다. 이런탓에 이들 CEO의 연령은 다른 그룹과는 달리 평균 60대다.물론 그룹 사장단의 고령화 현상은 ‘수송전문기업’이라는 그룹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즉 수송전문기업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운항, 영업, 정비 등 각 부문이 조화롭게 움직여야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이들 각 부문을 조율하는 것이 CEO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 한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각 부문을 섭렵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아야만 CEO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또 그룹이 항공, 중공업, 해운, 금융 등 경영권이 독립된 소그룹 체제가 정착단계에 있고 이들 4개의 소그룹을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네 아들이 각각 맡고 있다는 점도 ‘고령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네 아들은 지난 99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너 경영인’으로 회사에 매일 출근하며 회사 일을 꼼꼼히 챙기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이들 ‘오너 경영인’들의 철학과 전략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노련하고 실무에 강한 전문가형 CEO가 각광받는 것은 자연스럽다.대한항공 출신 CEO한진그룹을 흔히 ‘육해공 전문 수송기업’으로 부른다. 대한항공, 한진해운, (주)한진 등 3개사가 그룹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이 중에서도 대표기업인 대한항공 출신들이 주요계열사에 대거 포진해 있다.대한항공이 잦은 사고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던 1999년 4월 ‘구원투수’로 사령탑을 맡은 심이택 사장(62)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한진상사에 입사, 35년째 몸담고 있는 전형적인 항공맨.지난해 9.11테러 사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임원 25명을 잘라내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안전위주의 경영으로 ‘사고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상당부분 씻어내면서 재도약의 터를 닦았다는 평. 해외근무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와 일어가 능통하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다.김찬길 한진해운 사장(62)은 중앙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대한한공에 입사했다. 대한항공에서 국제, 금융, 재무 부문 등을 두루 거친 그는 1987년 한진그룹의 대한상선 인수단(재무담당)으로 파견돼 해운업에 입문했다. IMF 직전인 1997년 8월 위기상황을 감지하고 31척의 선박을 매각, 위기관리능력을 인정받았다.김인진 (주)한진 사장(61)은 한국 외국어대 영어과 출신. 1966년 (주)한진의 전신인 한진상사에 입사해 1972년 대한항공으로 옮겼다. 이후 22년 동안 미주, 일본지역 본부장을 거친 뒤 1996년 친정으로 복귀했다.국내 물류업계 최초로 미국 정부기관(우정성)과 업무제휴를 성사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최소한 5분전에 약속장소에 나타나는 것을 신조로 여길 만큼 시간약속을 비즈니스맨의 제1덕목으로 들고 있다.김정훈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사장(60)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대한항공에 몸을 담았다. 주로 인사업무를 담당(인재개발관리본부장)하다가 2000년 3월 한진중공업의 관리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옮겼다.1999년 8월 통합(한진중공업, 한진건설, 한진종합건설 3개사 합병)이래 부드러운 리더쉽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조직을 원만히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올 3월 조선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이 밖에 진성주 한국공항 사장, 이윤석 한진관광 사장 등이 대한항공 출신 CEO다.전문가형 CEO대한항공 출신이 아니지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CEO 반열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박재영 한진중공업 사장(60·건설부문)은 한양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30여년간 건설업계 몸담아온 건설통이다. 1990년 한진건설로 자리를 옮기면서 조남호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왔다.정건섭 동양화재 사장(61)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한국자동차보험에 입사한 뒤 1983년 동양화재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 CEO에 오른 정사장은 2001년 전체 보험종목 성장률이 24.1%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속적인 고성장을 이끌어왔다.고원용 한진정보통신 사장(57)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IBM에 입사해 30여년간 영업과 마케팅 부서를 두루 거친 전문 세일즈맨이다. 2001년 10월 한진에서 스카웃했다.차세대 주역들그룹 CEO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차기 CEO풀’인 부사장 및 전무급은 전문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한진의 인사 관행상 머지않아 경영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뉴리더군’에 속한다.단국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종희 대한항공 부사장(60·여객사업본부장)은 대한항공 설립직후인 1969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기획, 자재, 영업 부서를 거쳐 여객영업부문에서만 20여년간 근무한 여객영업분야 전문가다. 2000년 부사장에 오른 뒤 현재 스카이팀운영위원회와 서비스혁신추진위원회를 맡고 있는 등 대한항공 경영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이원형 대한항공 부사장(58·화물사업본부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72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기획관리실을 거쳐 20여년간 화물관련부서를 두루 거쳤다.1983년 회장 비서실장, 1985년 구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한 뒤 현재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과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글로벌로지스틱스시스템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부사장은 상황판단이 정확하고 선이 굵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최원표 한진해운 수석부사장(62)은 중앙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67년 한진상사에 입사한 뒤 대한항공, 한진, 항국공항, 한진해운 등 육해공 수송 계열 기업을 두루 거쳤다. 총무, 노무 등 관리분야와 해외 현장영업을 거친 실력파로 알려져 있다.홍순익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부사장(56)은 서울대 조선과 졸업 뒤 한진(구 대한조선공사)에 입사, 미국에 유학 및 외국계 회사에서의 수석엔지니어, 대형조선사의 조선소장 및 부사장을 역임한 정통 조선맨. 국내 조선업체 1호인 한진중공업을 세계 조선기술의 센터로 발전시켜 나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