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 마이페이먼트 사업 확대를 위해 지급결제개시서비스사업자(PISP) 라이선스제를 도입한다. 소비자는 로그인 한 번만으로 모든 계좌를 활용해 결제, 송금이 가능해지고 전통 금융사에 높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금융서비스 관련 권리를 요구하면 결제 등 업무를 PISP 사업자가 대신 처리하게 된다. 기존 결제 핵심 사업자인 카드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카드사들도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받고 PISP 사업을 준비 중이다. PISP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충성고객 접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독점적 권한을 가져왔던 금융서비스 영역에서 주객이 전도되고 마이데이터와 연동한 지급결제 시장 혁신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PISP가 가져올 미래 변화는
앞으로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는 자금이 없어도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은행 계좌에 별도 충전 없이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직불결제 수단이 대중화될 수 있다.
PISP가 대중화되면 종전 금융사 수수료 체계는 붕괴된다. 소비자가 송금이나 물건을 구입할 때 은행 망을 활용하거나 신용카드사 ‘여신’ 기능을 이용했다. 그 댓가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마이데이터 시장이 열리면 이 같은 서비스 기능 상당 부분을 PISP 사업자가 대신하게 된다. 빅테크 기업 등이 금융 챌린저로 참여하며 파격적인 수수료 체계를 들고 나올 확률이 높다.
오픈뱅킹과 연동한 수수료 체계의 붕괴를 예고했다. PISP 사업자가 이 같은 사업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 바로 오픈뱅킹이다. 금융 결제망, 오픈뱅킹 시대 도래
금융기관이 갖는 상당 기능을 PISP 사업자가 보유하게 되는데, 그럼 은행이나 카드사가 아닌 다른 사업자가 어떻게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능할까. 바로 ‘오픈API’, 오픈뱅킹이라는 개방형 금융 결제망을 이용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오픈뱅킹은 모든 핀테크 기업 등이 개별 은행과 별도 제휴 없이도 신규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조회, 이체 등 핵심 금융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API 형태로 제공하는 공동 인프라다. 그동안 정보통신기술(ICT), 중소 핀테크 스타트업은 금융사에 펌뱅킹이라는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 서비스를 해 왔다. 일종의 통행료다. 연간 많게는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고 이로 인해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수료 악순환이 반복됐다.
금융당국이 펌뱅킹 수수료의 10% 정도만 내면 활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을 도입했고, 중대형 빅테크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조치로 금융사가 아닌 이종 사업자들도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참여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파괴적 혁신 마이데이터 시대, PISP가 적용되면 환전과 송금, 결제 서비스가 모바일 기반으로 가능해져 종전 금융사가 제공하던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파격적으로 인하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이종 영역 간 데이터 융합을 통한 컨버전스 사업이라면, 마이페이먼트는 지급결제 인프라를 혁신한 간편결제 사업 확대 버전으로 보는 게 맞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이페이먼트 시장 선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막대한 금융소비자 정보와 플랫폼 장악력을 쥘 수 있다. 은행, 카드사 등 대형 금융사는 물론 핀테크 기업까지 마이페이먼트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제 구조 인프라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마이페이먼트 서비스 대열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전통 금융사는 금융 창구 기능만 수행하는 처지로 몰린다. 전문가들은 PISP 사업자 지정제가 도입될 경우 전통 금융사보다 ICT 기반 핀테크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전표 매입 단계부터 카드사, 은행과 연결됐던 기존 지급결제 구조를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즉, 금융기관과 계약을 통해 별도로 개발하는 어려움이 대폭 줄어든다. 최근 정부가 후불결제를 허용하면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 직불카드를 이용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도 PISP의 빅테크 기업 경쟁력에 힘을 실어준다. 소비자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가장 큰 악영향이 예상되는 곳은 바로 신용카드 업계다. 카드사 고유 영역인 여신 수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9번에 걸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는 외형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또 한 번의 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중은행도 입지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이제 은행이 PISP 사업자에 종속될 위기에 몰렸다. 고객 접점이 분산되고 은행-은행, 카드사-소비자로 국한됐던 결제 구조가 모든 은행-계좌-PISP-소비자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은 수신, 여신 기능만 취급하고 지급결제와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을 PISP 사업자가 더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마이페이먼트 사업 부흥이 종전 금융인프라를 혁신하는 촉매는 맞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는 의무수납이나 세제 혜택, 각종 부가 서비스를 받는다. 이 같은 혜택을 단기간에 줄일 경우, 오히려 소비자 혼란과 서비스 외면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균형 잡힌 경쟁이 촉발돼야 한다. PISP로 너무 많은 권한이 몰릴 경우 오히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업 재편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마이데이터 산업이 흘러가야 하지만 데이터 집중과 금융 기능 권한의 쏠림 현상으로 제2의 옥상옥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제도 수립이 수반돼야 한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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