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AI는 강 AI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강 AI는 어떤 문제를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범용적인 지적 능력을 갖춘 시스템을 말한다. 반면 약 AI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된 AI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얼굴 인식 AI, 운전하는 AI, 문장을 이해하는 AI 등은 거의 약 AI에 속한다. 실제로 현재 특정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을 이미 넘어선 부분이 이미 상당히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앞으로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꿈이자 연구의 최종 목표를 범용 AI라고 이야기할까. 뛰어난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임팩트 있는 연구를 갈망한다. 즉,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연구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다. 범용 AI가 가진 임팩트는 연구자들의 연구 의지를 키우기에 충분하고 모두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판단하는 로봇. 영화 속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범용 AI의 임팩트는 ‘지능 폭발’이라는 아이디어로 설명할 수 있다. 초기 AI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1965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어빙 존 굿(Irving John Good)은 미래에 지능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초지능형 기계(ultraintelligent machine)가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을 훨씬 능가할 수 있는 기계라고 정의하자”며 “기계 설계는 이러한 지적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에 초지능형 기계는 인간보다 훨씬 더 나은 기계를 설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지능 폭발이 있을 것이고 인간의 지능은 훨씬 뒤처질 것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초지능 기계는 인간이 만들 필요가 있는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이러한 지능 폭발로 인한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공각기동대’ 그리고 ‘트랜센던스’ 등 너무나 많은 영화 속에서 이미 그려져 왔던 미래이기에 AI 기술의 발전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사실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기계를 만든다는 것은 여전히 무모한 도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불과 30~40년 전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왔던 수많은 기술들이 상당수 실현됐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와 태블릿 그리고 동시 통역 기계는 ‘스타트랙’ 영화에 나왔던 꿈의 기술이었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는 영화 속의 기술을 불가능하다고 치부하기보다 그 기술이 실현되는 전후 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일 것이다.
범용 AI의 핵심적인 특징은 당연히 범용성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간단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카운터에서 잔돈을 계산해 주기도 하고 친구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줄 수도 있다.
범용성은 현재 주요 AI 연구의 주요 관심사다. 구글 딥마인드의 DQN(Deep Q-Network) 알고리즘은 하나의 알고리즘이 수많은 아타리 게임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범용적 AI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다. 해당 연구는 범용 AI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자연어 처리 기술인 오픈AI의 GPT-3가 AI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GPT-3는 소설이나 기사를 쓰기도 하고 심지어 프로그래밍도 하는 등 해당 영역에서 어느 정도 범용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이 오늘날 AI 연구원들은 범용 AI로 가는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가고 있다 .
가끔은 내 일을 대신해 줄 로봇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기술에는 양날이 있듯이 범용적인 AI가 발명된다면 분명히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겠지만 지능 폭발의 단계를 넘어선 AI는 더 이상 인간의 말을 듣고 그대로 수행만 하는 존재가 아닐 수 있다. 마치 개미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듯 우리는 AI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그 순간이 되면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아직 갈 길은 멀다. 혹자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짓는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에 이를 때쯤엔 이미 많은 부분에서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도 있다. 우리가 경험하듯이 기술은 빠르다. 그리고 그 진보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상용화 흐름 역시 막을 수 없다.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발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기반을 어떻게 닦고 준비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송호연 뤼이드 이사(VP of AI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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