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신용 등급에도 1000억 회사채 발행에 수요 4500억원 집중

[마켓 인사이트]
펜트업 효과 톡톡히 누린 롯데하이마트, ‘일거양득’ 공모채 발행
롯데하이마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TV와 PC 등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교체 수요가 증가해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판매 촉진 활동을 줄인 것도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1년 만에 복귀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환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단,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데다 집객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경쟁 업체의 공격이 거세지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채 투자 경쟁률 4.5 대 1

올해 6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 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하며 롯데하이마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재 회사채 신용 등급은 ‘AA-’다. 저신용 등급은 아니지만 ‘AA급’의 가장 아래여서 기관투자가가 매력을 느낄 만한 투자 안정성이 보장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하이마트가 공모 회사채 시장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1년 만이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판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라는 변수에 ‘AA급’ 신용도에도 기관투자가의 외면을 받는 기업들이 속출한 전례도 많다.

1년 전 코로나19 확산 초기 롯데하이마트는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2000억원의 수요가 몰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과거 대비 인기가 식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관투자가의 수요는 업종과 사업 포트폴리오 등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수요 예측 전후의 채권 시장 변동성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식지 않은 상황이어서 롯데하이마트의 회사채 발행을 맡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단어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기관투자가들이 내놓은 자금은 4500억원에 달했다. 투자 경쟁률만 4.5 대 1인 셈이다. 자산 운용사와 증권사·보험사 등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이 수요 예측에 참여해 회사채를 사들이기 위해 경쟁했다.

결국 기관투자가의 요청을 받아들여 롯데하이마트는 총 14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채무 상환이라는 자금 조달 목적을 달성하고 시장의 우호적 평판까지 확인한 ‘일거양득’의 기회였던 것이다.
펜트업 효과 톡톡히 누린 롯데하이마트, ‘일거양득’ 공모채 발행
코로나19 딛고 끌어올린 수익성

롯데하이마트는 1987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종합 전자 유통 업체다. 대우전자 계열로 설립됐지만 1999년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후 다양한 가전 브랜드를 취급하는 전문 마트로 사업 형태를 전환했다. 2012년 10월 롯데그룹에 편입됐고 올해 3월 기준 롯데쇼핑이 6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롯데그룹에 편입된 후 롯데마트에 입점하는 등 점포망이 빠르게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445개 매장을 기반으로 한국 전자 제품 전문 유통 업체 1위의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부분의 업종이 위기 상황에 몰렸지만 롯데하이마트는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와 전국 매장을 기반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또 외부 요인으로 억제된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는 ‘펜트업 효과’까지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재택근무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제품의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인테리어·디자인 가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고 이에 맞물려 프리미엄 대형 가전 교체도 많아졌다. 외출과 해외여행 자제로 가계 여유 자금이 쌓이면서 대형 가전을 중심으로 한 보상 소비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4조517억원으로 2019년(4조265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단,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로 2019년 2.7%에 비해 크게 늘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도 지난해 7.5%로 전년 6.1%와 비교해 1.4%포인트 증가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과거 인수·합병(M&A)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된 차입금 규모를 매년 창출되는 잉여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상당 부분 감축했다”며 “현금 창출 능력에 비해 순차입금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펜트업 효과 톡톡히 누린 롯데하이마트, ‘일거양득’ 공모채 발행
성장 정체와 소비 채널 이동은 풀어야 할 과제

롯데하이마트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해외여행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사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최근 전자 제품 보급률이 포화에 달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도 위기 요인 중 하나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은 2019~2020년 4조원 안팎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산업 내 경쟁이 거세지면서 마진율 하락을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이후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고 매장을 통폐합해 고정비를 절감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추세적으로 따져보면 절대적인 영업 수익성은 낮아졌다. 2017년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5.1%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한 소비 채널도 부담 요인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집중도가 높아 소비 채널 변화와 오프라인 채널 간 경쟁 심화는 신용도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납품 업체 종업원을 직원처럼 활용해 불거진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행위 이슈가 있어 향후 상황에 따라 신규 인력 채용이 요구될 수도 있다. 인건비 부담이 단기간 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 신용 등급을 결정하기 위해선 전자 제품 유통업계 내 경쟁 강도가 더 심화하는지 등의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며 “소비 심리 변화에 따른 영업 실적 변동 추이, 매장 고급화에 따른 자금 소요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