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 설계·재설계부터…일의 흐름 시각화해 문제점 파악해야
[경영 전략] 업무 프로세스는 한 조직의 ‘일하는 방법’ 혹은 ‘일의 흐름’이다. 경영은 다름 아닌 프로세스 관리이고 경영 혁신은 바로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면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하고 혁신해 낼 수 있을까. 프로세스 혁신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업무 프로세스를 가시화하고 유형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로세스 맵(process map)’은 현재 프로세스 상태를 시각화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기 위해 하나의 프로세스를 여러 개의 하위 프로세스로 나누는 과정을 거쳐 프로세스 맵을 그리게 된다. 최근에는 시간 가치가 중시되면서 산업계에서 가치 흐름도, 혹은 시간 가치 흐름도라고 하는 ‘가치 흐름 맵(VSM : Value Stream Map)’이 자주 활용된다.
VSM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치 흐름을 통해 생산되거나 제공될 때 그 바탕이 되는 ‘재료와 정보의 흐름’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다. 프로세스의 처리 시간을 측정해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린(LEAN)’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툴이다.
프로세스 표준화의 대표 사례 스타벅스업무 프로세스가 없거나 가시화되지 않은 조직은 보통 1~2명의 효율이 높은 우수 인력에 의해 성과가 나타나며 그 인력이 빠지면 성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프로세스가 잘 정비된 조직은 업무의 생산성이 높고 성과를 내며 누구라도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일을 해도 동일한 효율(맛과 서비스)을 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표준화했다. 커피 재료, 물의 온도, 끓이는 기구, 넣는 양과 순서 등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사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변동 요소를 제거해 ‘프로세스 성숙도(Process Maturity Level)’를 달성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지식 서비스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 조직의 프로세스는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발전하고 성숙돼 가는데 가장 성숙한 프로세스 모습을 프로세스 베스트 프랙티스(BP : Best Practice)라고 하며 대표적인 모델은 미국 생산성 품질센터(APQC)와 아서앤더슨이 공동 개발한 프로세스 분류 프레임워크(PCF : Process Classification Framework)다. 프로세스 개선과 설계를 위한 글로벌 ‘진단 참조 모델’로 자주 활용된다.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은 조직 내 업무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다음 3가지 방식 중 하나를 활용한다.
첫째, 업무 목표 활용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부문의 업무 프로세스는 문제 영역이다. 예를 들면 고객의 요청 후 3일 내 해결이 목표인데 이를 늘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고질적인 문제 영역으로 리스팅한다.
둘째, 현행 프로세스 분석이다. 앞뒤 연관 프로세스를 다운 스트림, 업 스트림으로 정의함으로써 타 프로세스와 연관 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이슈들을 정의하고 도출한다.
셋째, 진단 참조 모델 활용이다. 베스트 프랙티스인 진단 참조 모델을 잣대로 활용해 문제 영역으로 리스팅한다. 예나 지금이나 벤치마킹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시간과 비용, 공간의 제약 등으로 진단 참조 모델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은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5가지 변수, 즉 프로세스 자체, 측정 지표, 시스템(IT 자동화), 조직 역할과 책임(R&R : Role & Responsibility), 운영 규정(R&P : Rule & Policy) 등을 분석해 이들 변수를 설계·재설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5가지 설계 변수 분석(5 DPA : 5 Design Parameter Analysis)’이라고 부른다.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설계 변수를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로세스 자체는 업무에 필요한 프로세스가 다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완결성), 업무 처리에 맞도록 기능하는지(기능성), 대기 시간 증가나 재고 증가 등 낭비 요소가 제거돼 전체적으로 최적화돼 있는지(최적성),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전략과 잘 연계돼 있는지(전략 연계성),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고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발전되고 있는지(성숙도)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도출해 개선하게 된다. 이 5가지를 프로세스의 5가지 속성(5 process properties)이라고 한다.
프로세스 설계 변수의 하나인 측정 지표는 경영 전략을 수행하는 실질적인 수단이다. 한 프로세스가 제대로 기능하고 조직의 전략과 제대로 연계돼 있다면 프로세스가 제대로 운영되고 성과를 낸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프로세스는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세스의 핵심 성과 지표(KPI)인 측정 지표를 도출하고 이를 측정해야 한다.
이마트·세븐일레븐, 자동화로 서비스 혁신현업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성과 지표로서 측정 지표 선정과 타깃 설정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중요시해 오던 재무적 관점 외에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이라는 3가지 비재무적 관점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성과 기록표(BSC : Balanced Score Card)’ 관점이 한 조직의 경영 전략을 입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적인 성과 관리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KPI 모니터링과 평가 과정에서 현재 경영 전략의 유효성을 점검할 수 있게 되고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KPI는 조직 간 혼선을 초래하고 신속한 문제 해결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의식(CSR)이 강화되면서 조직원의 성장, 전사적 경영 혁신, 사회와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는 성과 지표를 채택하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다. 또 다른 설계 변수는 시스템, 즉 정보기술(IT)에 의한 자동화다. 이는 반복되는 단순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혁신하는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 중 일부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자동화를 통해 확보된 잉여 인력을 좀 더 중요한 업무에 투입해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우편번호 자동 분류 시스템과 현금자동인출기(ATM) 시스템이 시스템화의 좋은 예다. IT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경쟁력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이마트와 세븐일레븐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설계 변수인 R&R은 새로 설계된 프로세스를 누가 담당하고 누구의 승인을 받고 누구를 참조인으로 둘 것인지에 대한 설계다. R&R은 새로 설계된 프로세스의 경우 담당 조직과 상의해 결정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도구가 ‘RASCI(Responsible·Accountable·Consulted·Informed) 차트’다.
마지막 설계 변수는 R&P다. 설계한 프로세스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규정한 사내 규정 매뉴얼이다.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설계 변수로서 일반적으로는 하얀색 두꺼운 바인더로 인쇄해 부서별로 갖춰 놓는데 요즘은 CD나 기타 저장 매체에 저장해 놓는다.
결국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 내기 위해서는 검증된 추진 방법과 과학적 도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검증된 추진 방법은 바로 개선 활동이나 혁신 활동을 ‘업무 프로세스’를 살펴보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적 도구는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있는 5가지 설계 변수를 통해 프로세스를 설계·재설계하는 것이다.
김왕용 사물Net·전략경영 및 변화관리연구원 대표
*표
<프로세스 혁신 사례>
*우편번호 자동 분류 시스템
-과거 1명이 하루 평균 2000~3000건 분류
-1대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하루 3만~5만 건 처리, 20 여 명의 업무 처리 가능
-분류 작업을 하던 인력을 배송 업무에 투입, 배송 시간 단축 가능
*ATM
-1대의 ATM이 창구 직원 여러 명의 역할
-단순 업무는 ATM으로 대체하고 기존 창구 직원은 대출·상담 등 좀 더 중요한 업무에 투입
*이마트
-1993년 창동 1호점에서 현재 100여 개 점포 보유, 한국 최대 유통 업체로 성장
-첨단 물류 시스템을 통해 지점별 정보를 분석하고 매장별로 차별화된 상품 배치를 통해 경쟁사 대비 뛰어난 핵심 경쟁력을 갖춤
*세븐일레븐
-1만 개의 체인점과 총 7만 개의 컴퓨터로 연결된 네트워크망
-하루 3회 주문과 공급을 받을 수 있는 프로세스 및 시장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훈련된 20만 명의 직원 구축. 매년 매장 상품의 70%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신규 상품으로 변경해 세계 톱5 유통 업체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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