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커뮤니티 거버넌스 논의 화두…투자 시장에서 회사와 주주 관계 방향성 제시

[비트코인 A to Z]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투자하는 크립토 VC들은 누구일까 [비트코인 A to Z]
벤처캐피털(VC)은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리스크가 있는 작은 회사(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회사가 상장 혹은 인수됐을 때 투자금을 회수해 돈을 버는 기관을 의미한다. 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의 업무 영역을 보통 사후 관리라고 부른다.

이는 투자자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 즉 투자자의 금전적 수익의 확률에 집중돼 있는 경우가 많다. VC 중에서도 초기 투자 전문 VC는 최소한의 팀이 구성되고 제품 완성 이전 시기의 창업자에게 집중 투자하고 이 회사가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데 집중하는 것에서 역할이 다소 다르다.

조력자 크립토 VC의 역할

일반적으로 VC는 3가지 분야에서 조력한다. 후속 투자 유치(go-to-market 준비, 후속 투자 VC 소개), 네트워크 소개(파트너십 소개, 고객사 소개, 에이전시·법무·마케팅 소개), 채용 지원(개발자 소개, 해커톤 개최, 기술 면접 지원) 등이다. 이들은 창업자가 회사를 운영하며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칠 때 이전 창업·투자 경험에 기반해 포트폴리오사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초기 스타트업에서 창업자와 투자자는 매우 포괄적인 분야에 대해 같이 조력하고 호흡하기 때문에 결이 맞는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블록체인 프로토콜들에 투자하는 크립토 VC들의 역할은 어떨까. 프로토콜 팀들은 투자자들을 어떻게 정할까.

최근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익명의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시스와프 탈중앙화 거래소의 VC 펀딩을 받기위한 탈중앙화 조직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커뮤니티 거버넌스 논의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스시스와프는 이더리움상의 탈중앙화 거래소 1인자 유니스와프의 소스 코드를 포크(fork)해 만든 서비스로, 최근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시작된 블루칩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탈중앙화된 프로젝트로서 론칭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인 선례들을 만들어 냈다. 스시(SUSHI)라는 토큰을 발행해 토큰 보유자에게 거버넌스 권한을 주고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매출과 유동성 제공에 대한 보상을 줌으로써 스시스와프의 유저들이 프로토콜을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해 줬다. 당시 유니스와프는 토큰이 없었고 스시스와프의 등장이 유니스와프의 UNI 토큰 론칭 시점을 앞당겼다고 시장은 보고 있있다.

암호화폐가 오픈 소스 정신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과 점차 많아지고 있는 허가가 필요없는 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이 소프트웨어 형태의 새로운 공공재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VC 펀딩을 받으며 성장해 온 유니스와프는 소수의 펀드가 너무 많은 양의 UNI 토큰 비율을 소유하고 있고 이는 프로토콜에 중앙화된 리스크로 존재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 왔다.

이 배경에서 생각해 볼 때 스시스와프가 VC 펀딩을 받기 위해 거버넌스 포럼에 올린 기획안이 지금 매우 뜨거운 찬반 논의를 만들어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앞서 정리한 VC들의 조력 포인트를 생각하면 스시스와프가 처음으로 기관투자가들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번 기획은 매우 전략적이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 의견들이 의아할 수 있다.

변동성이 매우 높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커뮤니티를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지탱하고 있는 리테일 투자자들은 지난 기간 동안 기관과 고래들의 시장 장악에 대해 높은 피로도와 불신이 쌓여 있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의 해당 프로토콜에 대한 기여 부분은 외부적으로 봤을 때 불투명했고 기관투자가들은 리테일보다 100배까지도 싼 가격에 투자해 시장에서 덤핑(dumping)하는 것이 아닌가 일부 비난을 받아 왔다.

이번 거버넌스 기획안에서도 스시스와프는 VC 투자자들을 위해 20~25% 수준의 시장 가격 대비 디스카운트를 오퍼하려고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커뮤니티는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천 명, 수만 명까지 될 수 있는 DAO 형태의 프로토콜 커뮤니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너무나 다양한 의견과 니즈를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기획안 논의를 건설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스시스와프 팀은 보다 상세한 투자의 필요성과 투자금 활용 방안을,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 투자자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10년 방향성 제시할 실험

해시드를 포함한 스시스와프에서 공표한 전략적 크립토 VC들은 각자 해당 펀드가 어떻게 스시스와프 커뮤니티에 기여해 왔고 이번 투자를 통해 어떤 추가적인 가치 부여(add-value)를 할 것인지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있다.

아직 스시스와프의 VC 투자 거버넌스 논의는 진행형이다. 첫 시도로서 커뮤니케이션과 오퍼레이션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커뮤니티를 통한 투자자 결정, 투자자들의 공개적인 조력 방안 발표 등 기존 상장사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상장사의 이사회 미팅과 주요 미래 전략에 대해 그동안 해당 주식의 리테일 투자자들은 참여할 수 없었고 분기별 업데이트로 일방향으로만 듣고 판단해 올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블록체인 프로토콜들의 거버넌스 논의와 실험들은 앞으로 10년간 투자 시장의 회사와 주주 관계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믿는다.

김백겸 해시드 선임심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