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전문 기업, 거래 수익금 재원으로 ‘좋은친구’ 프로그램 운영…동반 성장·탄소 저감·지역사회 발전 꾀한다

[ESG 리뷰]
포스코 자회사 엔투비는 기업시민 기반의 ESG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엔투비 제공
포스코 자회사 엔투비는 기업시민 기반의 ESG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엔투비 제공
기업의 전통적 경영 방식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춰 왔다. 달리 표현하면 이윤 극대화와 주주 가치 창출이 기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본주의를 정비(reset)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위기를 겪으며 기업이 환경·사회 문제에 책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인류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에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 성과를 담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ESG가 이슈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 성과가 포함된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한 흐름이 됐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매출과 이익 확대 중심의 경영 활동을 펼쳐 왔지만 재무적 가치 이외의 영역에서 예기치 못한 리스크로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이 외면 받는 등 경영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2019년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아동 노동 착취와 환경 오염 논란으로 국제권리변호사회(IRA)로부터 피소된 테슬라의 사건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의미 있는 사례다.

ESG의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기업들

ESG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활동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을 넘어 기업 경영 전반에 ESG에 가치를 부가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실현을 기업 경영에 내재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ESG에 대해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고민하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기업이 이런 평가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반응은 진정성 없는 사회적 활동이나 짝퉁 친환경 활동인 그린 워싱에 대해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ESG 어젠다를 비용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고 ESG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잘 반영해 포스코는 2018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시민은 기업에도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개념으로,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사회 발전을 위해 공존·공생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달리 표현하면 기업이 사회에서 어떻게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모든 경영 활동에 기업시민 이념을 내재화해 ESG 활동을 추진하고 성과 창출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을 점차 넓혀 가고 있다.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중 최근 주목받는 기업은 (주)엔투비다. 2000년 설립된 엔투비는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회사로, 개별 기업이 충분한 구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소량 구매에 따라 원가가 높아지면 엔투비에서 대량 구매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업무 효율을 높임으로써 고객사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경쟁력 있는 우수 중소기업을 지속 발굴해 판로를 만들어 줌으로써 강건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일조하고 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엔투비가 주목받는 것은 구매 고객사와 물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에 기업시민 기반의 ESG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엔투비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구매 솔루션 전문 회사’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정보기술(IT) 기반의 구매 업무 혁신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 투명하고 공정한 B2B 전자 상거래 비즈니스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사 엔투비가 중소기업 ESG 활동을 지원하는 이유
지난 5월부터 도입한 ‘좋은친구’ 프로그램

특히 주목할 만한 활동은 지난 5월부터 도입한 ‘좋은친구’ 프로그램이다. 엔투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거래 고객사와의 구매 대행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재원으로 고객사와 공동으로 동반 성장, 탄소 저감, 지역사회 발전, 취약 계층 지원 등 다양한 ESG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SG 경영 시대에 엔투비가 주목받는 것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사와 연대·협력을 통해 산업계 상생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친구’ 프로그램을 조금 더 구체적을 살펴보면 첫째, 고객사의 MRO 구매 프로세스를 혁신함으로써 구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대기업과의 거래 진입 장벽을 낮춰 판로 확대와 매출 증대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둘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시민 기반의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이는 종전 공생 가치 창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사와 함께 공동으로 공익적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 ESG 구매 시스템을 통해 지속 가능한 거래 환경을 구축한다. 먼저 사회적 약자 기업인 사회적 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 시 입찰 금액의 5%를 인센티브로 부여 △입찰 물량의 10%를 우선 협상해 납품 기회를 제공하는 우선 협상 제도 △사회적 경제 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제한 경쟁 입찰 제도를 운영하며 실질적인 매출 확대를 돕고 있다. 또한 친환경 물품 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친환경 물품 제안방’을 상시 운영하는 등 지속 가능한 ESG 구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좋은친구’ 프로그램 외에도 엔투비는 이해관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업시민 대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활동으로 두드림(Do-Dream)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보육원 퇴소 청년(보호 종료 청년)의 자립과 성장을 돕기 위한 활동으로, 한국폴리텍대 진학에 필요한 학비·생활비·기숙사비 등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졸업 이후 기술·기능 인력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래 중소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중소기업의 일자리 미스 매치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마케팅의 정의에 대해 “창조와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엔투비에서는 이해관계인과 함께 ESG 경영을 추진하고 협력 기업에 ESG 생산 체계 구축을 독려함으로써 기업시민의 경영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ESG 경영 시대를 맞아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새 시대에 맞는 ‘더 나은 가치’를 위한 실천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엔투비가 협력사들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통해 MRO 산업의 기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