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브랜드가 되려면…소비자 정체성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주목

[서평]
브랜딩 거장이 전하는 성공 마케팅 전략…‘문화’에 초점을 맞춰라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
더글러스 B. 홀트 지음 | 윤덕환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9800원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런데 왜 어떤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영향력이 유효한 이른바 ‘아이코닉 브랜드(iconic brand : 문화 아이콘이 된 브랜드)’가 되고 어떤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은 아이코닉 브랜드의 성공 비법을 연구하며 그들의 마케팅 방법을 전설처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인 더글러스 B. 홀트 옥스퍼드대 로레알 마케팅 석좌교수는 널리 회자되고 있는 브랜드 이야기들이 실은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설적 아이코닉 브랜드의 역사적 기록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바탕으로 브랜드 전략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모델인 ‘문화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브랜드가 한 국가의 문화 속에서 도발적이고 가치 있는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문화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브랜드의 차별적 특징(USP)과 소비자 혜택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마케팅에는 없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아이코닉 브랜드는 신화를 보여줌으로써 극심한 문화적 갈등과 이 갈등이 만들어 내는 광범위한 대중의 욕구와 불안을 해결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광고를 통해 전달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문화적 갈등을 완화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코닉 브랜드는 목적이 뚜렷한 전략 아래에서가 아니라 광고 기획자들의 ‘감’에 더 많이 의존해 왔다. 이 책은 이러한 직관 뒤에 있는 공통의 원리들을 추출해 고객 세분화·타기팅·포지셔닝·브랜드 자산 및 브랜드 충성도를 포함한 핵심 마케팅 원리에 관한 기존의 내용을 완전히 뒤흔든다. 그리고 아이코닉 브랜드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연구를 통해 문화 브랜딩을 상세히 설명하고 기존 마케팅 상식에 반하는 통찰을 전달한다.

역사적 문화 아이콘이 된 아이코닉 브랜드 이야기

이 책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강력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 즉 일반적으로 아이코닉 브랜드라고 불리는 것들 중 일부에 대해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역사적으로 분석해 그들이 성공을 거둔 원리인 ‘문화 브랜딩’에 대해 알아본다. 이 연구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사례 연구 방법론과 인문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문화 분석 기법을 결합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동경하는 이상을 형상화한 브랜드,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브랜드에 몰린다. 이런 브랜드들 중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가 아이코닉 브랜드가 된다. 마치 한류 아이돌 스타라는 상품을 넘어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문화 아이콘이 된 방탄소년단(BTS)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존의 브랜드 모델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대부분 무시해 왔고 일반적으로 정체성 가치를 아주 피상적으로 생각해 왔다. 즉 이들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또래 집단 내에서 우월감이나 관심을 얻기 위한 상징물 정도로 사용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컨설턴트와 학자들은 일상적으로 모든 종류의 브랜드를 한 덩어리로 모아 하나의 설명 틀로 통합해 일률적인 모델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체성 브랜드는 다른 유형의 브랜드가 기능하는 것과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 만약 브랜드 매니저들이 아이코닉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뚜렷하게 구별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성공한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략인 상품이 아니라 문화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즉 문화 브랜딩은 주로 브랜드 매니저가 고용한 광고 대행사의 크리에이터들과 마케터 등 전문가들의 직감 속에 숨어 있었지만 마인드 셰어라는 전략 아래 가려져 왔다. 사실 기획자들은 수년간 브랜드의 문화적 핵심 부분을 찾아 강력한 정체성 신화 만들기 전략을 개발했다. 하지만 브랜드를 문화적으로 풀어 내기 위한 이러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들조차 자신의 노력을 설명하기 위해 또다시 ‘마인드 셰어의 언어’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처럼 모순적으로 보이는 조직 환경에서 문화 브랜딩이 개발됐다는 것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다.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은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혜택을 전달하라는 기존 마케팅 전략의 요구에 문화적인 콘텐츠를 ‘몰래 숨겨’ 왔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를 문화에 맞게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결과 대부분의 문화 브랜딩에 대한 시도는 실패한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브랜드가 아이콘이 돼야 진짜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은 진정한 문화적 본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원리를 밝히고 이 원리를 이용해 아이코닉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적 언어가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브랜드 종사자와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