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스티커 갈이’ 논란으로 본 리더의 의사 결정 오류

[강함수의 레드 티밍]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가 서울 중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8월 9일 불매 운동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가 서울 중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8월 9일 불매 운동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맥도날드가 유효 기간이 지난 폐기 대상 식자재에 새로 스티커를 부착해 재사용한 사실이 공익 제보자를 통해 8월 3일 드러났다. 맥도날드는 ‘팀 리더’ 직책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잘못 판단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첫 대응 조치로 그를 징계했다.

알바생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논란이 일면서 맥도날드는 2차 사과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과 시민 단체의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이슈가 확산되고 있다.

8월 2일 기준 ‘맥도날드’ 키워드로 온라인에서 언급하는 버즈량을 보면 약 1914건 중 절반가량이 방탄소년단(BTS) 프로모션 실적 관련 내용이 확산된 것이었다. 8월 4일 버즈량은 2783건, 5일은 2581건인데 버즈의 80% 이상이 스티커 갈이 관련 이슈다.

4~5일 이틀간 카페와 커뮤니티에서만 비판적인 목소리가 1000여 건이나 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커 갈이 이슈가 BTS 프로모션 실적의 뉴스 효과를 상쇄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민이 지속적으로 온라인상에서 관련 기사를 공유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표출하게 한 원인은 위기 의사 결정의 오류 때문이다.
분노를 증폭시키는 리더의 책임 전가·회피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두 개의 내러티브를 요구한다. 먼저 그 사건·사고의 상황과 배경을 알 수 있는 ‘사실’을 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피해를 봤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등이다. 그런데 이 ‘배경 스토리(the back story)’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가 나타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기업은 무엇을 개선하고 배웠나’, ‘해당 사건으로 리더는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나’, ‘회사는 이 질문에 대해 어떤 이야기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사회적 증폭의 원인인 공중의 ‘분노(outrage)’를 촉진하는 잠재 요인이기 때문에 ‘촉진(triggering) 이야기’라고 한다.

사건·사고의 사실 확인 과정에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한다. 법적 책임의 확인을 떠나 사건·사고의 당사자인데도 ‘책임 없음’을 섣불리 표현한다. 나아가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이해관계인들은 과거 위기 발생 이력을 끄집어내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데 정작 해당 기업의 조직과 리더는 별 반응이 없다.

‘스티커 갈이’를 정규직이 아닌 알바생이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해관계인들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 자료, 검증 절차의 노력 없이 점장을 비롯해 징계를 내리는 ‘내러티브’를 누가 믿겠는가. 분노를 증폭시키는 의사 결정일 뿐이다.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조직의 처신에 투영해 인식한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리더의 모습은 사람들이 리더가 자기 인식과 자기 비판이 ‘결핍’됐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이는 리더뿐만 아니라 회사의 명성을 가장 쉽게 손상시키는 방법이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 내부 구성원을 공격하거나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는 행동을 결정할 때는 다시 한 번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결핍’이라는 판단은 리더가 아닌 이해관계인이 하는 것이다.

그만큼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 조직과 리더는 평상시와 다른 정도와 다른 수준의 의사 결정을 해야 하며 처신과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리더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반대하는 논리를 말하고 이해관계인의 관점에서 ‘딴지’를 걸어주는 절차를 꼭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을 ‘레드 티밍(red-teaming)’이라고 말한다.

레드 티밍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리더의 위기 의사 결정 과정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경영 실적을 잘 만들어 내는 것과는 별개다. 급박한 상황에서 복잡한 이해관계인의 기대, 미디어의 관여, 해야 할 말을 못 하는 조직 비즈니스의 한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전적으로 리더만의 몫이 아니다. 위기에 직면하면 바로 레드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