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는 기회…아이의 행동 아닌 마음에 집중해야

[서평]
아이가 달라지려면 부모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언택트 시대, 자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홍명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5000원


부모들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곁에 있는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겪게 된다. 그렇게 많은 부모들이 언젠가부터 아이가 변했다고 말한다. 문을 잠그고 말도 하지 않고 노크를 해도 문을 열어주기는커녕 혼자 있고 싶다고 소리 지른다고 한다. 말이라도 하면 희망적이다. 어릴 때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지어 주던 얼굴은 항상 무표정이다. 온종일 쫑알대 잠시나마 쉬고 싶었던 귀는 언젠가부터 아이의 목소리를 갈망하게 됐다.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던 사랑스러운 아이가 사라졌다. 아이와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싶지만 아이는 방문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부모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상처를 받는다. 아이가 부모와 소통하기를 거부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낯설어하며 배우자를 탓하기도 한다. 아이는 친구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때 부모가 자녀를 나무라면 아이는 부모에게 수긍하지 않고 반항적 태도를 보인다. 이유 없는 아이의 반항에 화가 난 부모가 이유를 물어보면 아이는 마음을 닫고 점차 엇나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기에 설상가상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다. 비대면 시대가 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그저 엄마와 아이가 24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이와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언제까지 불협화음의 연속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아이는 급격하게 자라는 중이다

문을 잠그는 아이, 엄마에게 괜스레 화를 내는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사랑스러운 내 아이다. 사춘기 시기에는 감정과 욕구 조절을 잘하지 못해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워 아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아이들은 아직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미숙한 것이다. 전두엽이 발달할수록 정서적으로 안정돼 간다. 이제 부모들은 자식을 떠나 보낼 연습을 해야 할 때다. 사춘기는 앞으로의 험난할 인생길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꾸려가기 위한 연습의 시간이다. 부모도 힘들겠지만 자녀 역시 막막한 현실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이겨내기 위한 시간이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시간이다.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이다. 아이와 이 시기를 이겨낼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와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아이의 감정을 똑바로 읽고 공감해 줘야만 한다.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아이가 성장할 수 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는 침착한 상태로 어떠한 판단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대화를 시작하려는 강요도 없어야 한다. 그저 공감하고 동감하는 수다로만 시작하고 끝나야 한다.

아이가 좀 더 자라나기 위해 세상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내딛는 이 시기에 엄마가 굳게 서 있어야만 흔들리는 아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엄마는 내 아이를 보듬어줘야만 하는 사람이다. 자신 역시 힘들었던 엄마를 겪은 저자는 이 세상에 문제 아동은 없고 그저 준비되지 않은 문제 부모들만 수두룩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한없이 엇나가기만 해서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아이와 친구가 된 이야기를 지금 사춘기 자녀를 키우면서 마음고생을 하는 부모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아이는 또 다른 나’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평생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사춘기 시기의 거칠고 낯설기만 한 내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이제 눈을 마주 보고 마음을 읽어 아이와 친구가 돼 보자.

최윤경 한경BP 기획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