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장 셧다운 한국 무역에도 악재
동남아 국가와 보건 분야 협력 강화해야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아세안(ASEAN) 10개국 중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2억70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인도네시아로 387만 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월 중순 5만 명 이상으로 급증하다가 8월 중순까지 급등세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2만 명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역시 누적 확진자 수가 각각 170만 명, 140만 명을 넘어 하루 확진자 수가 2만 명 내외를 나타내고 있다. 태국 역시 2만 명 이상의 1일 확진자 수를 보이면서 누적 확진자 수가 9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이후 이를 규탄하는 시위와 폭력 진압으로 정치 상황이 불안한 미얀마 역시 델타 변이의 확산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0명(7월 14일)까지 증가했다. 부실한 보건 의료 체계 아래 누적 사망자 역시 1만3000명을 넘었고 지난 1주일 동안 15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지닌 베트남 역시 상대적으로 적절히 대응했던 초기 과정과 달리 델타 변이의 확산과 함께 8월 중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9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델타 변이의 확산에 따라 동남아 전역의 공장이 생산을 줄이고 폐쇄에 대비하면서 글로벌 무역은 물론 한국의 무역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공장 폐쇄가 가속화하고 있는데 나이키와 아디다스 현지 공장의 가동 중단 결정에 따라 생산 공장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호찌민시 당국은 첨단산업단지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 봉쇄 명령을 내렸다. 태국 역시 공장 지역이 델타 변이 확산의 위험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 내 6만여 개 공장은 노동자 감염에 대비해 생산을 줄이고 노동자를 격리하기 위한 긴급 계획을 마련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와의 경제 협력은 한국 경제, 특히 생산·공급망·수출 분야의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가치 사슬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천연자원과 노동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동남아 경제권은 한국 기업에 여전히 매력적이고 동시에 시장으로서의 잠재력 역시 커 동남아 국가와의 경제 협력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사람, 상생 번영, 평화 등 3P 공동체를 지향하는 ‘신남방 정책’이 한국 정부에 의해 시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상황에서는 그 방향성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책 과제와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단순한 경제 협력에서 벗어나 국제 개발 협력 분야와 결합한 협력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델타 변이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당면 과제인 동남아 국가와 보건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남아 지역에 제공되는 한국의 공적 개발 원조(ODA), 공적 기금 등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검토하고 개발 이슈와 연계된 협력 과제를 설정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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