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수많은 내담자를 치유해 온 심리학자가 발견한 일곱 마리 코끼리

[서평]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에바 분더러 지음 | 김현정 역 | 1만6800원


사소한 것에 당황하고 흥분하는 순간에 대부분의 삶들은 보다 태평하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에서 되도록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다. 스스로 예민함을 부정하거나 사소하게 여기거나 자책하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는 화와 흥분에 관해 진지하게 마주하지 않고 부적절하게 바라본다. 40여 년간 진료실에서 내담자들을 만나 온 심리학자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 박사는 자신을 찾아온 내담자들의 얘기를 꺼내 놓으며 자신의 욕구를 인식해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가 화의 버튼을 누르지 않게 되는 여러 방안을 제안한다.

가끔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되뇌기도 한다. “뭘 그런 걸 갖고 화를 내.” 과연 우리는 정말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는 것일까.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양말을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부인,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먼저 주문 받는 웨이터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회사원, 퉁명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친구 때문에 기분이 상한 남자의 얘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감정이다.

저자는 갑자기 몰려오는 불쾌한 기분을 떨쳐 버리려고 애쓰지 말고 그 안에 감춰진 진짜 원인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 원인은 과거 어딘가에 존재하며 대부분 기억 속에서 잊힌 경험의 층 아래에 감춰져 있다는 말이다.

모기 뒤에 감춰진 거대한 코끼리는 대부분 ‘여러 연령대에서 중요한 욕구를 처리할 때 경험한 부정적 경험’에서 생겨난다. 즉, 인간이 추구하는 ‘견고한 유대 관계, 인정과 존중, 동등한 대우와 공평함, 에로틱과 육체적 사랑, 안전, 호기심’ 등과 같은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거나 좌절됐을 때 그것이 흔적으로 남아 사소한 일에도 반복적으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다.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를 찾는 일은 자신의 흔적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모기의 침 뒤에 어떤 얘기가 숨어 있는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볼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 느꼈던 모욕감이나 좌절감, 억눌린 감정을 찾아내 이해하고 화해해야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 내면의 코끼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제시한다. 여러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측정하고 평균값을 낼 수 있는 자아 진단표를 작성하고 문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떤 자기 보호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지 분석해 보기를 권한다. 또한 문제 상황이나 유리한 상황에서 자기와 타인에 대한 이미지를 양극성 프로파일표로 작성해 자신의 코끼리에 대한 생각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통로로 마음속의 고난을 인식한 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한 성찰과 훈련이 이어진다. 모기를 코끼리로 만드는 약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진정시키고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비효율적인 자기 보호 프로그램을 올바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편협한 이미지를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곧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위한 자가 치료법이기도 하다. 저자는 잘못된 자기 보호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내면의 평정을 되찾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스스로의 약점에 매달릴 필요가 없으며 불쾌한 감정을 현실에 맞게 분류할 수 있고 과거의 상처 때문에 모기를 코끼리로 만드는 일을 막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곳에 적절히 분배해 쓰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평판을 걱정하느라,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는 지상 목표를 위해 자신을 버려둔 채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욕구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실현하며 사는 것, 그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길이자 이 긴 여정의 끝에 우리가 도달할 종착지인 것이다.

마현숙 한경BP 기획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