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싼 가격에 여가 즐길 수 있는 쉬운 방법…노동 시간 감소로 매력 점차 부각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사진) 현대차는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와 컬래버레이션해 가상 공간에서 쏘나타 N 라인을 시승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사진) 현대차는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와 컬래버레이션해 가상 공간에서 쏘나타 N 라인을 시승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최근 주식 시장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 중 하나는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의 세계를 말한다. 인간은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매우 의심스럽기도 하다.

사무실 옆자리에 동료가 앉아 있는데 굳이 메타버스에 로그인해 아바타를 고르고 가상 공간에서 부장 아바타, 내 아바타, 신입 사원 아바타가 한데 모여 회의하게 될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한낱 공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는 먼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테마다. 다만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노동은 점차 자동화나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사람은 ‘실업 상태’에 내몰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사실 이것은 근거 없는 두려움에 불과하다.

과거 1, 2차 산업혁명에서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것은 맞지만 그래서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도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콜센터와 물류센터에 많은 사람이 필요 없어지고 은행 지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래서 실업률이 높아졌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미국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직전 실업률이 60년 만의 최저치인 3.5%까지 하락했다.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왜 오히려 낮아진 것일까.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인간은 종종 비관적으로 미래를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낙관적 쪽으로 발전해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기술의 발전도 그렇다.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것은 맞지만 그래서 인간이 실업 상태에 내몰리게 된 것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을 도와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흐른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의 연간 노동 시간은 3000시간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약 2000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노동 시간이 짧고 그렇지 못한 국가일수록 그 시간이 길다. 한국의 노동 시간이 독일보다 긴 이유는 한민족이 더 근면성실하거나 한국에 악덕 고용주가 더 많아서라기보다 독일에 비해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독일은 한국보다 적게 일하는 데도 소득은 많다. 이것이 바로 생산성의 마법이다. 더 적게 일하지만 더 부유해진다. 결국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사람의 노동 시간은 더 빠르게 줄어들고 여가 시간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는 세상’은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축복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하지 않는 인간은 나태함과 싸워야 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미디어·게임·스포츠·엔터테이먼트 등의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를 나태와 지루함에서 구원해 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여가 시간에 즐거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며 돈을 지불하기를 망설이지 않고 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2035년 ‘주당 15시간 노동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어떤 이는 많이 노는 게 뭐가 어렵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노는 데도 돈이 든다. 4인 가족이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골프를 하고 오면 큰돈이 지출돼 있다. 노동은 돈을 버는 행위인 반면 노는 것은 돈을 쓰는 행위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금전적으로 그렇게 여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결국 사람은 앞으로도 적은 비용으로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현실 세상에서 직접 비행기로 이동하고 호텔에서 자고 맛집에서 식사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유튜브·넷플릭스·게임 등이 그것이다. 결국 향후 미디어·엔터테인먼트·게임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것을 한꺼번에 통합할 수 있는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 메타버스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2021 상반기 투자 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