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나에게 전하는 마음 충전법…
“나 스스로에게 친절해도 괜찮아”

[서평]
‘어른이’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베스 에번스 지음 | 이은숙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3000원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기고 재미있고 신날 줄만 알았는데, 막상 어른이 된 우리의 앞에는 온통 어렵고 낯선 일투성이다. 다양한 책임과 할 일들이 숨 쉴 틈 없이 쏟아져 정신없이 살아가다 문득 자기 혼자만 아직 제자리걸음하는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지 않은가. 같이 출발했던 주변의 친구들은 어느새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고 자신은 꿈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데 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만 같을 때…. 이런 우울한 기분이 계속될 것 같고 이유 없이 화가 나며 때로 TV만이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서글퍼지는 그런 순간….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의 저자 베스 에번스는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요. 당신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니까.”

멘탈 개복치의 일상 극복기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우울해지고 불안해하는 ‘개복치급’ 유리 멘탈의 소유자였던 저자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안해지고 뒤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녀는 우울증·대인기피증·강박장애·자해 등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저자는 부정적 감정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덜 지옥처럼 만들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터득했고 자신이 깨달은 지혜를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엮어 냈다.

부정적 감정에 깊게 빠진 자신의 모습을 ‘산산히 부서진 조각으로 가득 찬 쓰레기통 같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자신의 쓰레기 중에서 작은 조각을 하나씩 골라내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강아지 쓰다듬기’,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 듣기’, ‘날씨 좋은 날 산책하기’와 같이 마음에 드는 아주 사소한 조각부터 먼저 찾아가며 묵묵히 나아가다 보니 깨진 조각들이 어느덧 반짝이는 하나의 전체가 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소한 실수 때문에 전전긍긍하느라, 자기 마음 같지 않은 인간관계에 힘겨워하느라,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에 묶여 있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하루 24시간, 1주 7일, 1년 365일 내내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사실 우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가장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

어른이 되는 매뉴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어른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수많은 실수를 거듭하며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법을 배워 가고 수없이 실패하며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고 해도 괜찮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엄마 친구 아들이나 딸이 어떠하든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자기답게 나로 살아가는 것,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고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음에 드는 매니큐어 색을 손톱에 바르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먼저 찾아 나간다면 막막하기만 했던 인생의 다양한 문제들이 한결 쉽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은 기발한 사색부터 깊이 있는 내면적 고찰까지 폭넓은 문제를 다루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며 몸만 자란 ‘어른이’가 마음도 성숙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뭐야, 나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며 안도감을 주는, 조금은 별나기도 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으로서의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