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교육 행정 개혁 시급
초·중등 교육 낭비 심해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 및 직업 교육 강화 필요

[경제 돋보기]
교육 개혁 대통령이 필요하다[경제 돋보기]


한국은 교육에 대한 열의와 투자는 많은데 성과는 작다. ‘일 따로, 교육 따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와 노동 시장이 괴리돼 있다. 이러한 교육의 모순은 한국이 훨씬 심각하다. 독일의 노동경제학연구소(IZA)는 한국이 공식 실업률은 높지 않지만 특히 고학력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이 매우 높은 국가라고 평가했다.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을 고학력 국가지만 숙련 인력 부족 국가에 속한다고 분류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한눈에 보는 교육(Education at a Glance, 2020)’ 국제 통계는 의문의 한국 교육을 통계로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대학이 초·중등보다 떨어지지만 초·중등 교육에는 낭비가 많고 직업 교육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 지출이 초·중등학생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반면 대학생은 가장 적다. 공교육이 영유아원으로 확대돼 3~5세의 조기 교육 비율이 94%로 OECD 평균 88%를 웃돌 정도로 올라갔지만 여성의 노동 시장 참가율은 여전히 낮다. 직업 교육을 받는 고등학생 비율이 18%로 OECD 평균 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중간 숙련 인력의 부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초·중등학교 교사의 급여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지만 교사의 수업 시간은 가장 짧은 편이다. 또 초·중등학교의 시설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은 30% 학생만이 교실에서 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100%다”라고 부러워할 정도로 최신식이지만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25~34세의 대학 졸업자 비율은 70%로 OECD 국가 평균 45%보다 1.5배 이상 높고 여성 대학 졸업자의 비율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지만 고용률이 낮고 대학의 인문계도 비율이 높지만 취업은 가장 저조하다. 대학 졸업자의 평균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고 반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비율은 높다. 25~64세 기준 대학교 졸업자는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소득이 36% 많은데 이는 OECD 평균 54%의 3분의 2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인이 평생 교육을 받는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일터에서 비공식적으로 교육 훈련을 받는 비율은 고용 비율이 10% 남짓한 대기업과 공공 부문의 경우 최상위권으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일하는 중소기업은 최하위권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외면받아 왔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후보들이 각종 개혁을 약속하지만 이번에도 교육 개혁은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의 대전환은 숙련에 따라 고용과 임금이 전혀 달라지게 만든다. 교육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불평등도 줄일 수 있다. 학교의 혁신을 촉진하도록 이를 가로막는 낡은 교육법 제도와 제왕적 교육 행정을 바꿔야 한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키우고 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개혁이 시급하다. 인재 확보가 국가 경쟁력이고 교육은 최고의 경제 정책이자 최고의 복지 정책이다. 교육의 낭비를 없애고 사교육보다 공교육를 더 신뢰하게 만들 교육 개혁 대통령을 원한다.

김태기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