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변동성 확대 속 내년 상반기 3800까지 상승 전망…‘성장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머니 인사이트] 8월 이후 코스피의 두드러진 하락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임박, 경기와 기업 실적 정점 우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세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Fed의 테이퍼링 조합은 특히 신흥 시장에 부정적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 시장의 이동 제한 강화도 영향을 줬다.다만 코스피의 200일선(9월 14일 기준 3110) 부근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 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 침체 이후 주가 반등 국면에서 부양책 축소와 맞물려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여름 조정·가을 반등·겨울 상승 전망을 유지한다.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또 한 번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가 하락의 세 가지 원인
8월 이후 한국 증시의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코스피는 8월 20일 3060까지 급락하며 7월 고점 대비 7.4% 하락했다. 한국 증시와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여타 국가에 비해 더 컸던 배경은 첫째, Fed의 테이퍼링 임박. 둘째, 경기와 기업 실적의 정점 우려. 셋째,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씩 따로 보면 큰 이벤트가 아니거나 이미 잘 알고 있는 요인이지만 세 가지가 모두 한꺼번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국과 신흥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줬다.
2분기를 전후로 경기와 기업 실적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8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된 것이 아니라 경기 확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성장 속도가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되는 반면 물가 상승률은 2분기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물가 수준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와 가계의 소비 지연을 통해 하반기 경제 성장 속도를 추가로 감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이동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고 Fed의 테이퍼링 선언 결정에도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봉쇄와 이동 제한이 강화되면서 경제와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중국이 사전 봉쇄를 강화했고 한국에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수출의 7%를 차지하는 아세안 지역의 델타 변이 확산이 눈에 띄는데, 아세안의 생산 비율이 높은 자동차·부품·원자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 차질과 병목 현상을 연장시키고 있다.
2020년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제시된 Fed의 테이퍼링에 대한 전제 조건은 ‘이중 책무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었다. Fed의 이중 책무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의미한다. 지난 8월 18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상당한 추가 진전이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충족됐고 완전 고용 측면에서는 충족에 근접했기 때문에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9월 초 발표된 8월 고용이 델타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Fed 위원들의 언급을 종합해 보면 Fed는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가을 반등·겨울 상승 전망
‘경기 둔화와 Fed의 테이퍼링’ 조합은 특히 신흥 시장에 부정적이다. 경기 사이클이 상승할 때는 Fed의 유동성 공급 축소가 신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경기 사이클이 하락할 때의 유동성 공급 축소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와 외국인 주식 매도를 통해 신흥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 시장의 이동 제한 강화는 경제와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는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코스피의 200일선(9월 14일 기준 3110, 고점 대비 약 마이너스 8% 수준) 부근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 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 침체에 따른 바닥 확인 후 약 1~1.5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양책 축소와 함께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격 조정)’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증시가 경험한 두 번의 대세 상승장을 보면 아무리 강한 랠리라도 200일선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한 적은 없었다. 200일선은 과거 상승장에서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의 지지선 역할을 했던 레벨이다. 코스피의 고평가 부담은 해소된 상태다. 지수는 9개월이나 횡보한 반면 기업 이익 추정치는 연초 대비 40%가 넘게 상향되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14.7배에서 10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계산되는 이론적 지수의 저점은 약 2900~2950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지수는 38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일선 부근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바라보고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코스피지수는 ‘여름 조정·가을 반등·겨울 상승’, 연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0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의 상승 추세 재개를 예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가수익비율이 과거 저점인 10배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밸류에이션의 충분한 조정이 있었고 빠른 백신 보급으로 적어도 내년 봄에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으로 백신 모멘텀이 넘어오면서 이동 제한 조치들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유럽과 중국의 부양 기조 전환이 예상되고 현금을 대거 확보한 기업들의 설비 투자 사이클도 코스피 밸류에이션 멀티플의 재반등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1000과 2000에 도달했던 과거 두 차례의 강한 상승장을 이끈 것은 기업 이익보다 밸류에이션 상승이었다. 위험 선호와 기대, 개인 투자자들의 저변 확대가 시장을 이끌었다는 뜻이다.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걱정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년 대비 기저 효과에 의한 증가율 둔화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 고점을 넘어 성장 궤도에 재진입한 주요국 경제와 신성장 산업으로 확장한 기업들의 변신, 대규모 현금 확보에 따른 구조적 설비 투자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내년 봄에는 자연스럽게 경제 지표들의 기저 효과도 반대 방향(경기 저점 확인, 턴 어라운드)으로 바뀔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 약 한 달 반 정도 선행하는 미국의 재확산지수는 7월 중순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하는 중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강했던 남부의 재확산지수는 이미 1을 밑돌았다. 재확산지수가 1을 밑돌면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가 소멸한다는 의미다. 9월 중순 이후에는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 시장의 백신 접종률도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Fed는 “테이퍼링이 곧 기준금리 인상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사 소통을 통해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있고 미국의 장기 금리에는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한 테이퍼링 전망이 일정 부분 선반영돼 있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증시 조정에서 단기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가치주(방어주)보다 오히려 ‘성장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반등하면서 업종에서도 순환매가 일단락되고 주도주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와 친환경 에너지, RNA·DNA 관련 바이오주에 기회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