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소득 분위별 가계 부채 부담 차이 커
총량 관리 중심에서 미시적 대응 전략으로 바꿔야

[경제 돋보기]
가계 부채, 소득 분위별로 접근하라[경제 돋보기]
가계 부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가계 부채(가계 신용 통계 기준)는 올 1분기 말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늘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처분 가능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올 1분기 말 171.5%로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이 여전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가구 부채는 크게 금융 부채와 임대보증금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당 8256만원의 부채를 부담하고 있는데 그중 73%인 6050만원이 금융 부채이고 27%인 2207만원이 임대보증금이다. 금융 부채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올 1분기 44.7%로 전년 동기(47.6%)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주가 상승에 따라 금융 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인데 ‘동학개미’의 레버리지 주식 투자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면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니 가계 부채는 문제없다’고 생각해도 될까. 혹자는 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이 올 1분기에 0.18%로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가계 부채의 문제성을 평가 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시장의 변화는 이러한 평가에 부정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그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다. 저금리 기조와 적극적인 재정 지출에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물가 관리’라는 고유의 정책 목표를 지닌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 추가 인상의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대출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가계 부채의 문제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을 뒀던 주식 시장의 성장세 역시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 금융 자산의 증가세가 지속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의 급증에 따른 가구의 임대보증금 역시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득 분위별 가계 부채 부담의 차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세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의 대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금리 인상 추세가 가시화된다면 이들의 가계 부채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돈을 빌린 사람의 특성을 기준으로 가계 부채를 살펴보면 가계 부채의 총액이 증가하고 있고 신용이 높은 사람의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 부채 전체에서 신용이 낮은 사람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연되면서 취약 계층의 소득 창출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기 회복의 상황이 업종별·계층별로 상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취약 계층의 대출 상환 부담은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총량 기준의 가계 부채 대응 전략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정책 당국은 이제 보다 미시적인 분석에 바탕을 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총량 기준의 가계 부채 관리 정책은 가계 부채의 부담이 금융 시스템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응에만 초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계 부채는 소득 분위별로 다른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은 가계 부채 총량 관리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정책의 포용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