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와 플랫폼에 올라탄 게임 산업…리소스 절약에 잘 만든 플랫폼으로 문전성시

[테크 트렌드]
게임 산업, 코로나 시대의 승자 된 비결
인간은 조건이 제한될수록 능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부침을 이겨 내며 밥벌이를 해낸 산업이 있다. 게임 산업이다. 비대면 코로나19 시대 최대 수혜 산업, 온라인 게임 산업의 특징 두 가지를 꼽았다.

실제 게임은 원격 서버에 설치돼 동작하고 게임 영상이 스트리밍돼 사용자 화면으로 전송되는 게임이 클라우드 게임이다. 사용자가 게임의 캐릭터·화면·속도·방향을 조정하면 그것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 원격 서버의 실제 게임에 전송된다.

클라우드 게임 전성시대

모바일·태블릿·PC·TV 등은 집마다 최소 하나씩은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인터넷, 이 두 개의 조합이 클라우드 게임 시대를 열었다. 사용자에게 클라우드 게임의 최대 장점은 고품질의 하드웨어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모바일·태블릿·PC·TV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 또한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하던 게임을 집에 와서는 PC에서 동일한 환경으로 이어 할 수 있다.

게임 제작사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PC·콘솔·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 유통되는 게임은 플랫폼마다 게임 환경 세팅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이 구동되는 클라우드 환경 하나만 관리하면 끝이다. 이 클라우드 환경 속 게임 하나가 모바일·태블릿·PC·TV와 같은 여러 디바이스에 동일하게 뿌려지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게임 콘텐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어 리소스를 아낄 수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같은 고용량·고품질 콘텐츠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개인 사용자 하드웨어 환경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스펙인지, 기기별로 다르게 보여지지는 않는지, 기기별로 동작 오류는 없는지 일일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게임이 잘 돌아가는지만 확인하면 되니 게임 콘텐츠를 훨씬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게이머의 PC·콘솔·품질에 맞춰 디자인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화려한 소리, 세련된 폰트, 정교한 색상, 혁신적인 레이아웃을 제한 없이 구현할 수 있어 창작의 범위가 무제한이 된다. 게임의 유지·보수·업데이트 관리도 매우 용이하다.

게임 산업은 한계 비용이 0원이다. 한 명의 새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추가 비용이 없다. 제조업은 사용자가 늘면 당연히 재료비와 인건비도 정비례해 증가하지만 게임 산업은 일단 구축해 둔 서비스에 사용자가 10명일 때와 1만 명일 때 소요되는 비용 차이가 없다.

하지만 사용자가 10명일 때와 1만 명일 때 발생하는 수익은 완전히 다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앱 내 구매(in app purchase) 기능이 있어 게임 앱을 한 번 이용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게임 속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볼 때 유저들이 결제할 거리가 계속 있다. 들어가는 비용은 없어도 들어오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게임이 좋다고 소문나 새로운 유저가 계속 유입 중이라고 생각해 보자. 게임 제작사는 소요되는 추가 비용이 0원인데 게임 유저는 더욱 북적인다. 전체 유저들은 새로운 대진을 할 맛도 난다. 앱 내 구매 매출도 오르게 되니 제작사는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아이템과 시나리오를 개발해 게임을 업데이트한다.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의 사용자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개별 사용자가 얻을 가치도 커지는 법이다. 플랫폼 게임 산업의 굉장한 강점이다.

게임 플랫폼 산업이 잘 구축돼 있다는 뜻은 ‘개방성’과 ‘가능성’에도 의미가 있다. 일단 재미있는 게임 하나를 만들어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면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하다. 책·영화·드라마·웹툰·소설 같은 다른 장르 콘텐츠로 연계하기도 쉽다. 팬덤과 인지도 덕에 흥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리소스 비용과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게임은 소셜 게임, 즉 친구들과 한 팀이 돼 상대 팀과 싸우거나 대결한다. 사용자 혼자 하는 게임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상대도 친구나 아는 사람이 아니라 매번 다른 사람, 모르는 사람과도 익명으로 게임을 한다. 플랫폼 게임은 다양한 유저들과 만날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열어 준다. 게임 산업의 풀을 넓히는 선순환을 바라는 유저와 제작사 모두 윈-윈하게 된다. 플랫폼은 더 많아지고 있다. 한쪽이 돈을 많이 벌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다. 플랫폼별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개성이 상생하는 구조다.

개방성과 가능성, 플랫폼 산업의 강자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두세 명의 팀이나 개인도 게임을 얼마든지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구글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기 게임을 올리고 돈과 유명세를 벌고 있다. 개발자들은 ‘게임 콘텐츠’의 완성도와 흥행성 그 자체에만 매진하면 된다. 일단 게임만 만들면 이를 올려 판매할 플랫폼은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환경 구축·마케팅·홍보는 플랫폼을 통해 하면 되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작하는 1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팀에 부담이 작다. 개발자나 소규모 팀의 ‘데뷔 무대’가 돼 줄 플랫폼이 있으니 게임 산업 자체가 흥이 나게 된다.

닌텐도 DS와 닌텐도 위(Wii)를 개발한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전 사장은 ‘게임 인구의 확대’가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 것 하나만 가지고 놀며 그것으로 만족하기에는 고객이 너무 많은 것을 이미 경험하고 알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을수록 더 다양한 것에 대한 욕망이 커진다. 우리가 만든 하드웨어는 구조를 이루고 거기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놀이를 보태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좋은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점점 더 좋은 살이 붙도록 해야 한다. 게임기는 다양한 놀이가 펼쳐지는 기기여야 한다.” 그의 말은 플랫폼으로서의 게임을 정확히 짚어 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 번도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지 않은 것과 같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클라우드와 플랫폼이라는 트렌드의 양어깨에 올라탄 게임 산업을 보라. 아이디어는 생각한 사람의 것이 아니고 그것을 구현해 낸 사람의 것이다.

정순인 LG전자 VS사업본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