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7% 성장 전망, 서비스업이 성장 주도…자영업자 “매출 회복세, 낙관적”

[비즈니스 포커스]
‘위드 코로나’는 자영업자를 구할 수 있을까…영국 상황 살펴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이들은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텅텅 빈 거리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며 소비 심리 또한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는 이르면 10월 말 혹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우려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위드 코로나 논란의 핵심은 결국 자영업자들의 생존과 영업권 보장에 대한 문제다. 위드 코로나가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을까. 지난 9월 위드 코로나 두 달째를 맞고 있는 영국의 자영업자들을 만나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영국, 음식점·펍 등 서비스 산업이 성장세 주도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높은 백신 접종률을 토대로 ‘자유의 날’을 선언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방역 봉쇄를 풀었다. 지난 4월 미용실과 체육관 등의 문을 오픈하고 지난 5월 레스토랑·펍·카페 등의 실내 영업 제한을 풀었던 영국 정부는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모든 모임 제한과 영업 시설 운영 제한 또한 해제했다. 이와 함께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영국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지난해 영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영국 통계청(ONS)의 발표에 따르면 첫째 락다운이 진행된 지난해 4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5%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급감한 영향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지난해 영국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타격을 입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서비스 위주의 산업 구조여서 이동 제한 조치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음식과 숙박 등 서비스 산업 부문의 타격이 매우 컸다. 실제로 2020년 영국의 GDP는 9.8% 하락했다. 30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는 1년 만에 반전을 맞은 상황이다. OECD는 영국의 GDP가 2021년 6.7%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G20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세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2021년 영국의 GDP가 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영국의 빠른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는 업종이 레스토랑과 펍 등 서비스 산업이라는 것이다. IMF는 특히 영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이 봉쇄 조치 해제를 통한 서비스 산업의 회복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영국의 빠른 백신 접종률을 경제 성장의 주요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영국은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4단계 봉쇄 해제 로드맵’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며 6개월여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를 시행해 왔다. 특히 올 4월부터 점진적으로 식당과 펍 등의 영업이 재개되며 서비스 산업의 회복세가 영국의 GDP 성장률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는 서비스 산업이 약 80%를 차지한다. 봉쇄 조치의 완화로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소매 유통 산업 또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자영업자를 구할 수 있을까…영국 상황 살펴보니
실제로 지난 9월 ‘위드 코로나’ 두 달째를 맞은 영국의 거리 모습만 보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마스크를 쓴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일상 곳곳을 살펴보면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지만 음식·커피숍·펍 등을 제외한 식료품점이나 백화점 그리고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할 때면 자연스레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봉쇄 해제 로드맵에 따라 학교 또한 학생들에게 완전히 개방하고 대면 수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학교 내 건물 출입을 위해 ‘4일 내의 코로나19 음성 결과’ 등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다만 이 경우에도 코로나19 검사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들이지 않는 셀프 검사 키트로 간편하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석사 과정 프로그램에 재학 중인 앤 우 씨는 “여전히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챙겨야 하고 코로나19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일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언제든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서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파티를 즐기는 일도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님 늘어 일손 부족, 정부 지원금이 버팀목 됐죠”

런던의 쇼디치는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한 감성의 레스토랑과 펍이 몰려 있는 대표적인 상권이다. 특히 인근에 시티오브런던 등 오피스가 몰려 있어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이기도 하다. 쇼디치 인근의 리버풀스트리트에서 비빔밥 가게를 운영 중인 조명훈 씨 또한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낙관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랫동안 문을 걸어 잠가야 했던 비빔밥 가게가 다시 문을 열고 손님을 맞기 시작한 지 3개월째. 그 사이 가게를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는 조 씨는 “처음 영업을 재개했을 때만 해도 혼자 가게 일을 했는데 지금은 손님이 늘어 일손이 부족하다”며 “지난달부터 아내가 가게에 함께 나와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늘어나면서 가게 매출도 빠르게 회복세를 그리는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매출이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조 씨는 “봉쇄 조치 해제 이후 사람들의 외식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재택근무가 확대된 영향으로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는 유동 인구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며 “특히 재택근무와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회사마다 정책이나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매출이 언제 완전히 회복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권의 분위기는 꽤 낙관적인 상황이다. 특히 영국 정부의 지원금이 영국 내 자영업자들에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를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 기간 동안 자영업자들에게 세금 감면과 현금 지원을 포함한 과감한 재정 지원 정책을 펼쳤다. 조 씨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해 2만5000파운드(약 4000만원), 올해 1만2000파운드(약 2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현금으로 한 번에 지급받았다.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들에 대한 최대 지원금 650만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조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봉쇄 조치가 있을 때마다 지원금을 지급 받았는데 무엇보다 금액이 컸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버티는 데 실질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주변 상권만 보더라도 지원금 덕분인지 오히려 규모가 큰 가게들은 문을 닫는 가게들이 보이지만 작은 가게들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곳이 많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는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가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는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가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실제로 영국의 작은 가게들 중에는 유독 리모델링에 들어갔다며 안내문을 내건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이 또한 정부 지원금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작은 가게들로서는 리모델링을 한 번 하려고 해도 가게 문을 며칠씩 닫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가게 문을 닫은 기간 동안 정부 지원금을 활용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조 씨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위드 코로나 이후 당장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희망적”이라며 “현재 리모델링 진행 중인 가게들까지 문을 열면 상권의 분위기 또한 지금보다 더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영국)=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