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세계 최고 기업에서 배우는 불변의 승자 코드

[서평]
전쟁터 같은 치열한 비즈니스에서 승리하려면
비즈니스 워
데이비드 브라운 지음 | 김태훈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원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삶 속에서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며 산다. 특히 비즈니스 현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가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익을 올리든 간에 같은 일을 당신보다 더 빨리, 더 유능하게, 더 저렴하게, 더 잘 어필하려는 다른 누군가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싸워 성과를 내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를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전략과 전술일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세계 최고 기업들 간의 치열한 비즈니스 전쟁의 역사 속에서 배울 수 교훈을 주제로 화제를 몰고 온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 ‘비즈니스 워’가 책으로 나왔다. 전 세계 1500만 청취자가 구독하는 팟캐스트 비즈니스 워는 2018년 시즌1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시즌4를 이어 가며 경제·경영 부문 팟캐스트 누적 청취 시간 1위를 기록했고 2019~2020년 최고 비즈니스 부문 팟캐스트상을 받기도 했다.

이 방송의 진행자인 저자 데이비드 브라운은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기업들을 연구하고 심층 분석하는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해 왔다. 그리고 이 방송의 내용을 엄선한 경영 전략서를 쓰기로 하면서 온갖 권모술수와 피 튀기는 전쟁이 난무했던 중국 전국시대 지어진 병법서 ‘손자병법’의 핵심 지침을 차용해 온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법칙뿐만 아니라 경영에서의 중요한 인사 등에도 깊은 통찰력을 주는 최고의 전쟁 연구서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사랑하는 고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손자의 명언과 조언을 빌려 역사상 기억될 만한 기업 스토리와 비즈니스 승부의 결정적 순간을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정리했다.

초일류 기업, 그들은 무엇이 달랐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는 늘 “뭔가 아마존 같은 걸 만들어야 해”라고 말했다.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는 수백 가지 가능성을 훑은 다음 헤이스팅스 창업자에게 유망한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했다. 바로 우편으로 영화를 빌려 주는 사업이었다. 그들은 뜻을 모아 넷플릭스를 공동 창업했지만 처음에는 DVD를 구매하거나 빌리는 식의 운영으로 대부분의 고객을 보유한 블록버스터와 전혀 다르지 않은 형태의 사업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창고 안 수십만 개의 DVD에 둘러싸여 있던 랜돌프 창업자가 말했다. “왜 이 많은 걸 여기에 보관해야 하지.” 그러자 헤이스팅스 창업자가 “고객들이 DVD를 원하는 만큼 갖고 있게 하자. 하나를 다 보면 우리가 다른 걸 보내 주는 거야”라고 답했다.

더 이상 연체료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셀링 포인트였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혁신은 월정액으로 요금제에 따라 한 번에 한 개 이상의 DVD를 무제한으로 대여하는 서비스와 고객이 다음에 볼 영화를 미리 지정해 두면 이전 영화를 반납하는 순간 보내 주는 예약 서비스로 이어졌다. 블록버스터가 거의 20년 동안 사람들이 영화를 빌려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공을 들였다면 넷플릭스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로 바꾸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기만 하면 됐다. 넷플릭스는 손자가 강조했던 바로 그것, ‘상대의 약점을 활용’하는 일을 해냈던 것이다.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이 책에선 역사에 회자될 초일류 기업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 낸다. 이런 기업들이 어떻게 혁신적 계획을 수립하고 적들을 물리치며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했는지 면밀히 비교하고 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BM 대 유니백. 넷스케이프 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대 RIM, 깁슨 대 펜더, 범블 대 틴더, H&M 대 자라, 앤하이저부시 대 밀러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두 회사 간의 치열한 승부는 물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선두 자리를 꿰차고 나갔거나 기울어져 가던 기업을 다시 회생시킨 독특한 기업가들의 면모도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는 기업들에는 분명한 공통의 방식이 존재하며 그 방식이 앞으로의 미래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성공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는 사회 구조와 너무나 긴밀하게 엮여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는 숨겨진 세계”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전쟁이 진정으로 놀라운 이유는 이 승리 기업들이 남긴 아이디어가 단순한 혁신을 넘어 세상을, 우리가 일하고 먹고 놀고 입는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경제·경영서임에도 그 어떤 실제 전투이나 극적인 영화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유의미하며 흡입력 있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지러운 시국, 지속적으로 바뀌는 비즈니스 시장의 주파수 속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을 수많은 기업의 리더와 직장인들이 책 속에 담긴 27개의 위대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롤 모델 삼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불변의 승리 코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