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의 자부심으로 자라나는 ‘오산양조’
[막걸리 열전]물건을 사고팔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뒤섞인 시장 풍경 속에 양조장이 있다. 불그스름한 벽돌이 켜켜이 쌓인 예쁜 건물 위로 ‘술에 스미다’라는 간판이 견고히 자리 잡았다. 이곳에 술로 뭉친 두 사람이 있다. 만면에 포근한 미소를 띠고 또 다부진 목소리로 그들은 우리 삶 속에 은은히 스며들어 깊어지는 술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통을 잇는 마을기업
시에서 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며 시장 일대를 정비할 때 김 대표는 잘 운영하고 있던 가업을 정리했다. 오로지 나고 자란 오산을 생각하며 새 사업을 모색하던 중 그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렸다. 큰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마당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활기차고 정겨운 동네 양조장을 말이다. 한편 오 이사는 취미로 양조를 접하고 전통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오산의 대표 전통주를 만들고 싶은 소망을 품게 됐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오산양조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양조장을 마을기업으로 운영하며 김 대표와 오 이사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쉴 틈이 없다. 몸은 힘들지만 양조장 운영이 지역의 발전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하루는 늘 보람차다. 두 사람의 진심을 헤아린 주민들도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서로가 도우며 만든 선한 에너지는 오산양조의 원동력이 된다.

오산양조는 현재 탁주를 기본으로 증류주와 요리술도 선보이고 있다. 모두 오산의 특산품인 세마쌀로 만든다. 1만 병 이상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올해만 8톤의 쌀을 사용했다고 하니 지역 농산물을 순환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그니처 제품으로 처음 ‘오산막걸리’가 탄생했고 고도수의 진한 탁주인 ‘오매백주’는 시조(市鳥) 까마귀와 시화(市花)인 매화를 상징한다. 문화 유적인 독산성 세마대지에서 영감을 얻은 증류식 소주 ‘독산’ 시리즈까지 제품마다 오산의 색깔을 듬뿍 담았다.

오 이사는 “양조를 시작하게 된 그 초심을 잃지 않으며 오산에서 정직하게 양조하는 것, 그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산양조는 그 무엇보다 지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양조장이고 싶다. ‘정성을 다하면 겉으로 배어 나오고 이는 감동과 변화를 만드는 힘이 된다’는 중용의 구절처럼 오산양조만의 가치를 발효한 술이 퍼져 나가고 더 많은 사람이 젖어들 수 있도록 지나온 5년처럼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이소담 객원기자 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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