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그린랩스 대표…“‘팜모닝카본’ 시범 서비스, 토양이 거대한 탄소 저장고 역할”

[ESG리뷰]

데이터와 농업이 만났다. 그린랩스는 데이터와 가장 먼 것처럼 느껴지는 농업에 과감히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한국의 대표 농업 스타트업이다. 그린랩스는 다양한 스타트업 출신의 C레벨 경영진을 비롯해 ICT 기반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제품 개발 전문 인력을 통해 농업의 데이터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농업 전반의 컨설팅을 비롯해 농장시설·설계·설비, 농자재, 양액·센서, 생육 분석 등 세세한 분야의 전문화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를 만나 그의 철학을 들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사진=그린랩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사진=그린랩스
-농업과 데이터의 만남이 신선합니다.

“그린랩스는 기존 농업에 테크를 접목해 데이터 기반으로 농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농업 스타트업입니다. 2017년 클라우드 기반으로 농장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관리하는 ‘팜모닝 스마트팜’을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고 농업 전체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지난해 7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농업 경영 플랫폼 ‘팜모닝’을 선보이면서 생산을 넘어 유통·판매까지 나서고 있죠. 팜모닝을 통해 농민이 작물 재배와 판매에 이르기까지 농민의 농장 경영에 필요한 많은 의사 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17년 창업 이후 현재 1500여 곳의 농장 경영주가 팜모닝 스마트팜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고 일반 회원 농가 수는 전체 농가의 30%가 넘는 40만여 가구에 이르죠. 매년 3배 이상의 성장을 이어 오면서 농업 데이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앱 기반의 팜모닝에는 어떤 기능이 있습니까.

“온라인에서 각 농가의 경제 상황이나 경제 목표에 따라 어떤 작물을 키워야 할지부터 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용, 재배 시설의 비용이나 설계 등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다루고 있어요. 특히 귀농을 결심했을 때부터 예상 가능한 지출 비용과 매출을 알 수 있고 직접 농사를 지을 때도 프로젝트 매니징을 해주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농장 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농산물을 팜모닝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때 수많은 바이어들을 비교 분석해 적절한 바이어를 매칭해 직접 유통처를 찾는 것보다 수익률이 좋아지고 정산도 더 빨리 받게 됩니다. 바이어도 적합한 농산물을 직접 소싱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조달받을 수 있죠. 도매 시장 낙찰가보다 농가에서 가져다주는 게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농가의 유통 포트폴리오 믹스도 가능해집니다. 각자에게 최적의 물류 조건을 찾아줘 사회적인 유통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어요.”

- 데이터 농업 사업의 가능성은 높나요.

“아시아 전체 농가의 평균 재배 면적이 1ha(헥타르) 정도인데 한국은 9917㎡(3000평)가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굉장히 영세한 게 특징이에요. 스마트팜은 모든 규모의 농가를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죠. 소상공인에 대한 솔루션은 굉장히 많은데 농민들을 위한 솔루션은 지금까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전에도 많은 창업과 회사 매각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적인 사업을 넘어 사회 전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야에 투신하고자 했습니다. 농업이 바로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면서 이익도 크고 오랫동안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보고 있어요. 그동안 식량의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부분은 디지털화나 효율화가 잘 안 돼 있었죠. 기후 환경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식량 생산과 유통을 하기 위해 농업의 혁신이 따라줘야 한다고 봅니다.”

- 탄소 저감 활동 농가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흙을 갈아엎지 않는 탄소 농법 실천 농가를 대상으로 ‘팜모닝카본’을 시범 서비스 중입니다. 탄소 농법은 토양의 탄소 방출을 최소화하고 토양 내 미생물 분해를 촉진해 탄소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토양 내 고정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토양을 거대한 탄소 저장고로 삼는 거죠. 해외에서도 탄소 저감이 이슈가 되고 있고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려는 수요처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그린랩스는 경제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고 농민의 탄소 저감 활동을 탄소 배출권으로 바꿔 기업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농업 분야 첫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인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농업 전문 탄소 시장인 ‘테라톤 이니셔티브’를 조성, 농부들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톤당 15달러에 매입해 탄소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에 판매합니다. 포천 500대 기업들이 인디고의 고객이죠. 이 같은 회사들처럼 그린랩스도 미래 비전을 보고 있어요. 현재 그린랩스는 국내와 해외의 대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내년쯤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 탄소 저감 활동과 인센티브를 결합할 때 문제점은 없나요.

“농업이나 축산업에서 탈탄소 활동들이 더욱더 가속화되려면 그에 참여하는 농가들의 경제적인 인센티브 구조가 잘 설계돼야 합니다. 지금의 상태로는 농가가 적극적으로 탈탄소 활동, 즉 탄소를 줄이는 농법이나 탄소를 줄이는 축산 활동을 하는 경제적인 동인이 부족합니다. 나라가 보조금을 지원할 때도 탄소 저감 활동을 하는 농가들을 지원해 준다면 동인을 더 높일 수 있을 겁니다.”

- 최근 인수·합병(M&A)을 많이 했는데 시너지가 클 것 같나요.

“최근 인수한 브이하우스는 작물 변경을 쉽게 돕자는 취지로 인수했습니다. 브이하우스는 비닐하우스에서 어떤 작물을 재배할 때 예상 비용, 어떤 시설이 필요하고 설계는 어떻게 할지를 자동화(오토메이션)해 옵션을 넣으면 견적이 바로 나오는 서비스입니다. 농업을 데이터의 영역으로 가져와 진입 장벽을 낮출 계획입니다. 또 축산 스마트팜인 리얼팜을 인수한 것은 농업과 마찬가지로 축산업에서도 모든 것들이 오프라인에서 소수의 경험 베이스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축산이나 농업이나 생명을 키워 잘 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사이에 비효율이 없는지 모니터링하려면 축산에도 스마트팜 시설들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팜모닝의 솔루션과 결합한다면 축산업도 빨리 디지털화될 겁니다.”

- 앞으로의 비전은 뭔가요.

“앞으로 2~3년 내에 농민들은 농장의 현황·비용·매출은 물론 농장을 효율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손쉽게 휴대전화에서 팜모닝을 통해 보게 될 겁니다. 또 예측 가능한 농장 경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전에는 자연재해에 좌지우지되며 시도하기 어려운 게 농업이었다면 이제는 창업의 카테고리 안에 당당한 하나의 아이템이 될 겁니다. 그린랩스는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을 자영업 경영자로서 접근하고 있고 농민들이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또 앞으로 한국에서의 실험을 바탕으로 아시아로 빠르게 확장할 계획입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구의 과반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이 농업에서 나오지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전무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디지털 농장 경영 솔루션을 보급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계획입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