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운항 방해에 테러 수단 악용까지…위협 탐지 및 무력화 기술 개발 중
[테크 트렌드] 방송 촬영에서 건설 현장 점검, 재난 현장의 수색 작업 등 드론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드론은 유용한 수단이지만 사고를 일으키거나 각종 범죄와 테러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드론의 확산과 함께 드론의 위협에 대처하는 기술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
드론은 원격 또는 자율 조종되는 무인 항공체이므로 조종자의 인적 피해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드론은 이제 취미 수단을 넘어 촬영·측량·탐색·재난 구조 등 사람이 하기에 어렵거나 힘든 작업 분야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결과 공식 기록상으로도 민간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등록된 드론은 약 170만 대에 이른다.
한국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드론도 2014년 359대에서 2020년 약 1만6000대로 40배 이상 폭증했다. 드론의 사용량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드론 배송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FAA가 2020년 아마존의 드론 배송 신청을 승인했고 2021년에는 드론의 야간 운항까지 허가하는 등 드론 배송의 제반 여건이 착실히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드론의 확산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소형 드론은 몰카 촬영 등 사생활 침해 수단으로 악용되는가 하면 드론으로 인한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초로 무인 항공기 운항 규정(Part 107 of the Federal Aviation Regulations)을 2016년 8월 시행했던 이유도 드론이 여객기 추락과 같은 대형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드론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다. 무게 400g의 소형 드론은 헬리콥터의 캐노피를 박살낼 수 있고 2kg대의 드론은 대형 여객기의 기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드론이 항공기의 운항을 방해하는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2016년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 인근에서 여객기와 충돌했는가 하면 2018년 12월에는 활주로 근처에 출몰한 드론 때문에 런던 개트윅공항이 장시간 폐쇄돼 약 1000편의 항공편이 취소, 지연됐고 승객 14만 명의 발이 묶였다. 같은 해 멕시코에서도 여객기가 드론과 충돌해 기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공항에서는 2020년 드론 때문에 수십 편의 항공 일정이 지연, 취소됐다.
또한 드론을 이용한 범죄와 테러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일본 총리 관저에 대한 방사성 물질 공격, 2018년 8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미수, 2019년 8월 예멘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설비 파괴 등은 모두 드론을 이용한 테러였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2020년 공항시설법을 개정하는 등 드론의 위협에 적극 대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론 도입에 따른 사고나 범죄 행위와 같은 부작용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방안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기존 항공기에 맞춰 만들어진 현재의 방공 시스템은 중소형 드론을 막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드론의 위협을 방지하거나 제거하는 일련의 기술들은 무인 항공기 대응 시스템(C-UAS : Counter-Unmanned Air System) 또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이라고 불린다. 안티 드론 기술은 크게 위협적인 드론을 식별, 추적하는 탐지 기술과 드론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정지시키는 무력화 기술 등 두 분야로 나뉜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티 드론 장비 중 탐지 전용은 약 33%, 무력화 전용 장비는 약 40%, 통합 장비는 27%를 차지한다.
드론 탐지 기술은 기존 방공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기술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드론 탐지에는 다양한 소리와 영상 등 정보들이 이용된다. 드론 특유의 소음을 감지하고 소음의 시간차를 계산해 위치를 추적하는 음향 탐지가 있는가 하면 드론의 원격 조종에 사용되는 특정 주파수대의 신호를 추적, 식별하는 주파수 탐지도 있다.
또한 카메라 등 이미지 센서를 통해 영상 정보로 식별하는 영상 탐지나 레이더파를 방사해 반사파의 소요 시간과 특성으로 식별,추적하는 레이더 탐지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드론 탐지 기술들은 소음·빛·날씨 등의 환경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테러 등 중대 행위에 대처할 때도 여러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효과적인 무력화 방안 모색 중
탐지 단계에서 시작한 안티 드론 시스템의 임무 달성은 드론이 본래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게 만들거나 탈취 또는 파괴하는 드론 무력화 기술에 달려 있다. 드론 무력화 기술은 탐지와 달리 기존 방공 시스템과 상이한 점이 많다.
기존 방공 시스템은 대형 항공기에 맞게 만들어져 소형의 드론을 무력화하기 어렵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지는 등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드론 무력화 기술은 드론이 특정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지오펜싱(geo-fensing)이나 재밍(jamming)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과 드론을 나포하거나 파괴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분류된다.
지오펜싱은 드론의 항법 시스템에 항만·공항·부대 등 특정 시설물을 접근 금지 지역으로 설정해 해당 구역에 드론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지오펜싱은 민간용 드론에 종종 적용되는데 해킹 등의 조작 가능성과 금지 구역의 변경 내역을 실시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약도 있다.
실시간 활용 면에서 더 유리한 기술은 드론 조종용 통신보다 강한 전파를 발사해 드론의 조종을 교란하는 재밍이다. 재밍의 수준은 단순히 드론의 조종을 방해하는 것부터 항로를 이탈시키거나 다른 목적지로 유도하고 더 나아가 드론의 조종권을 강제로 탈취하는 것 등 다양하다.
드론 무력화 기술 중에서 드론의 접근을 거부하는 지오펜싱과 재밍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일명 하드킬(hard kill)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드론을 포획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드론의 포획은 총기류나 추적용 드론으로 목표 드론에 그물망 등을 투사해 추락시키거나 독수리 등 맹금류를 이용해 드론을 나포하는 기술이다. 포획 방식은 유인 항공기와 유사한 크기의 대형 드론에는 부적합하고 중소형 드론에 적합하다.
첨단 기술 개발로 유명한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최근 드론 포획 시스템인 MFP(Mobile Force Protection)의 성능을 공개했다. 탐지 기능과 무력화 기능을 모두 갖춘 MFP 시스템은 X밴드 레이더로 접근하는 드론을 탐지한 후 대응 작전을 수행할 소형 드론을 발사한다. 발사된 소형 드론은 목표 드론에 접근해 탑재하고 있던 끈끈한 띠 뭉치를 투척한다. 목표 드론은 로터에 휘감겨 작동을 방해하는 끈끈한 띠 때문에 추진력을 잃고 추락하게 된다. MFP는 비교적 소형 설비이기 때문에 군사 시설뿐만 아니라 호송 차량 등에도 탑재할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무력화 방안은 드론을 파괴하는 것이다. 드론 파괴는 인명 피해 우려가 크거나 주요 시설물의 피해가 발생하는 범죄나 테러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론 파괴에 사용되는 기술로는 대공포·미사일과 같은 대공 무기류와 함께 레이저, 고전력 극초단파(HPM : High Power Microwave), 전자기 펄스(EMP : Electromagnetic Pulse) 등을 발사하는 에너지 무기 등이 있다.
독일 기업 딜은 고전력 극초단파를 이용해 드론에 장착된 반도체를 손상시키는 기술을 공개했고 라인메탈은 5~30 kW의 레이저로 드론을 태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드론 파괴용 기술 개발 경쟁에는 한국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화는 비호 복합 30mm 대공 화기를 드론 요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고 드론 격추용 레이저 대공 무기(BLOCK-I)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리플렉스는 최대 1km 떨어진 거리의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500MHz~2GHz 주파수 대역의 EMP 건을 개발하고 있다.
드론 파괴는 최종적인 해결책이지만 사용상 제약도 많다. 일단 파괴된 드론의 잔해가 지상에 떨어지면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레이저나 HPM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EMP는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일정 내에 있는 전자 장비를 피아 구분 없이 모두 파괴하므로 함부로 사용하기 힘들다. 드론 파괴용 기술의 효과는 목표물의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군집 비행을 하는 다수의 드론을 상대할 때는 EMP가 유리하다. 레이저와 HPM은 한 번에 하나의 표적만 공격할 수 있어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상대하기 곤란하지만 EMP는 일정 범위에 속한 모든 전자 회로를 다 태우므로 복수의 드론을 일거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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