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지역 문화 자원 소멸 위기…체계적 지원 필요”
[인터뷰] 전 세계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등 ‘K놀이’에 빠져들었다. 연일 신기록을 경신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주요 소재로 등장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놀이는 외국 시청자뿐만 아니라 좀처럼 놀이터에서 또래들과 어울릴 일이 없었던 요즘 세대들에게도 낯선 문화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 고유의 문화를 맥이 끊기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이러한 문화의 이음새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한국문화원연합회다. 연합회는 한국 전통문화와 지역의 향토 문화를 발굴·소개하고 아카이브 작업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김태웅 회장은 “‘K문화’가 세계를 사로잡은 현상이야말로 우리 전통과 향토 문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한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어떤 곳입니까.
“한국문화원연합회는 1962년 강화문화원 개원을 시작으로 전국에 설립된 231개 문화원과 16개 시·도 연합회를 회원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문화 단체입니다. 지역 문화원들이 각 지역의 고유 문화를 보존·전승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연합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정부를 대신해 지역 문화원을 지원하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 이 자산들이 미래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죠.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사업, 실버 문화 페스티벌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지방문화원은 지역 문화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지방문화원은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 1980년대부터 향토사 연구 발표회 등을 통해 지역의 역사 문화를 연구하고 수집·발굴하는 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2018년부터는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을 통해 전국 지방문화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디지털화하고 지역 문화 이야기들을 콘텐츠화해 지역N문화 포털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어요.”
-지역N문화 포털의 사업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재 한국 사회는 저출생과 초고령화의 가속화로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 문화 자원이 소실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러한 문화 자원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어요.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의 목표는 점차 소실돼 가고 있는 지역 문화 자원을 수집·발굴·가공해 지역N문화 포털을 통해 전 국민에게 지역 문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겁니다. 지역N문화 포털에는 2021년 현재 지방문화원 소장 자료 140만 건의 목록과 4만여 건의 원문 보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지방문화원이 기획하고 만든 247건의 콘텐츠와 7000여 건의 이야기 자료들이 수록돼 있습니다. 소장 자료와 이야기 자료는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에요. 이야기 자료 텍스트·삽화·사진·웹툰·가상현실(VR) 등은 타 문화 영역에서 전시, 발간물 등에 활용되고 있고 교육 콘텐츠 기업과도 제휴해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이용하는 교수 학습 사이트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카이브 작업이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습니까.
“지금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줄다리기·구슬치기 같은 게임이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한국 전통 게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둔 곳이 흔하지 않아 지역N문화 포털에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딱딱하게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이야기로 구성해 지역과 전통 문화에서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끔 제공하기 때문에 재방문율이 높습니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를 주인공으로 했던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방영될 때도 온달산성·온달장군과 관련한 콘텐츠에 평소보다 4배 이상의 방문객이 찾기도 했어요. 이렇게 체계적인 정보를 통해 우리 젊은 세대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요.
“향토 자료는 지방문화원의 근간입니다. 연합회는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을 통해 각 문화원에서 직접 생산된 자료를 등록·관리하고 지역N문화 포털에도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 문화 자원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러한 방향으로 올해 지방문화원 통합 자료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시스템이 구축되면 전국 지방문화원에 시스템을 보급하고 적용할 수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향후 이 시스템이 거듭 발전해 문화 유관 기관을 비롯해 국민에게 다다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빅데이터 센터로 지정됐습니다.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5월 과기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관하는 ‘빅데이터 센터 구축 사업’의 문화 부문 지역 문화 빅데이터 센터로 선정됐습니다. 이는 원천 사업을 통해 구축된 데이터들이 향후 디지털 문화의 허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산업계·학계와 연계할 수 있는 활용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만들어 놓은 콘텐츠와 소장 자료들을 구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산업계에 지속적으로 활용돼 선순환되는 지역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22년은 지방문화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향후 계획은 세웠나요.
“지방문화원은 지난 60년간 지역에서 문화·예술 지킴이 역할을 해왔어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지방문화원의 인지도가 낮아졌고 방대한 자료들도 문화원 여건에 따라 방치되거나 활용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각 지역의 사정과 현황을 가장 높게 이해하고 있는 문화 조직 또한 문화원이죠. 문화원이 문화·예술 육성 정책에서 배제돼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방문화원 자료의 디지털 대전환, 문화원에서의 자료 발굴·수집 업무의 시스템화를 통해 여타 다른 문화·예술 단체에서 할 수 없었던 지역 문화 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김은아 SRT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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