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페이퍼’ 폭로 이후 주가 20% 하락…‘메타’로 사명 바꾸며 ‘초강수’

[비즈니스 포커스]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믿을 만하지만 그만큼 주가가 높아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종목이기도 하다. FAANG 중 페이스북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일까. 페이스북의 최근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이후 급락한 페이스북 주가는 최근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페이스북을 둘러싼 악재들과 함께 ‘메타’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건 이후 기회 요인들을 살펴봤다.
지난 3개월 간 페이스북의 주가 추이
지난 3개월 간 페이스북의 주가 추이
비윤리적인 기업 낙인…‘페이스북 페이퍼’가 뭐길래

페이스북의 주가는 지난 9월 7일 382.1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7일 페이스북의 주가는 312.2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주가가 무려 20% 정도 하락한 셈이다. 이 한 달 보름 동안 페이스북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페이스북의 주가 급락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먼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지난해 10월 미 하원은 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 등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16개월간의 강도 높은 조사 끝에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4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따라서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다.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져 실제로 지난 6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독점 규제 5개 법안이 미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공동으로 발의됐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통과된 이후 페이스북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을 겪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또한 지난해 12월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반경쟁적 행위를 막기 위한 ‘디지털시장법’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월 주가 폭락이 있기 전부터 이와 관련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주가 급락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The Facebook Papers)’라고 불리는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 폭로다. 이 내부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체 조사를 통해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특히 자회사 인스타그램의 경우 10대 소녀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고발한다. 이와 같은 알고리즘이 페이스북의 수익에는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 업체들의 알고리즘이 편향돼 있다는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퍼’를 통해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영국 런던 의회에서 열린 온라인 콘텐츠 규제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는 프랜시스 호건 페이스북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사진=연합뉴스
영국 런던 의회에서 열린 온라인 콘텐츠 규제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는 프랜시스 호건 페이스북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페이퍼’는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페이스북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한 프랜시스 호건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하원에 제공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CNN 등 17개의 미 언론사들이 연합해 호건 전 매니저가 제공한 방대한 문서들을 토대로 기획 기사를 여러 차례 집중 보도하고 나서며 사회적 관심에 불을 붙였다. 호건 전 매니저는 10월 3일 미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인터뷰한 데 이어 5일에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을 이어 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10월 5일 페이스북은 ‘6시간 먹통’ 사태로 곤욕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물론 계열 서비스인 왓츠앱·인스타그램 등에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페이스북의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무려 4% 넘게 곤두박질쳤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느리고 꾸준한 쇠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10월 25일 2021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반전을 꾀했다. 3분기 매출액은 290억1000만 달러(약 33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순이익은 91억90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날 호건 전 매니저 역시 영국 런던 의회에서 열린 온라인 콘텐츠 규제 관련 청문회에 참석하며 강공을 이어 갔다. 이에 페이스북의 주가는 10월 27일 312.22달러까지 폭락했다.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페이스북이지만 페이스북은 2018년에도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회원 5000만 명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알려지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에도 페이스북의 주가는 하루 만에 6.8% 폭락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승세를 이어 나갔다.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이와 같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 이번 ‘페이스북 페이퍼’ 논란에도 장기적으로 페이스북의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 추구’뿐만 아니라 ‘기업 윤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페이스북 페이퍼’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의 젊은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기업 윤리 논란’은 예상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페이스북의 10~17세 사용자는 지난 2년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로 새 출발, 이미지 쇄신 성공할까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10월 28일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초강수’였다.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모바일 다음 시대는 ‘메타버스’ 시대가 올 것”이라며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 모양의 새로운 회사 로고도 공개했다. 12월 1부터 새로운 사명에 따라 주식 시장의 종목 코드 또한 FB에서 MVRS로 변경될 예정이다.

굳이 지금 시점에 ‘사명 변경’을 선택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새 이름과 새 로고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지배 구조 체제 등에 변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 핵심 플랫폼들은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들이 ‘메타’라는 사명 아래로 들어오긴 하지만 지주 회사 체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해 지배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한 것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특히 페이스북에 대한 저커버그 CEO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막대하다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저커버그 CEO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과반인 56%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점 구조 아래에서는 어떤 혁신이나 변화든 ‘저커버그 CEO’를 통하지 않고서는 시작조차 힘든 것이다. 저커버그 CEO의 페이스북에 대한 지배력이 여전한 환경에서 “이용자들의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는 알고리즘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오명을 벗고 주가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10월28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은 10월28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미래 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메타버스’라는 명확한 비전을 내건 페이스북의 결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연일 하락세를 그리던 페이스북의 주가 또한 10월 28일 이후 소폭 반등세로 돌아섰다. 11월 2일 기준 328.0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 공간의 연결을 통해 가상 세계에서 실제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회·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회의실인 ‘호라이즌 워크룸’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들은 ‘내 집’에 앉아 있지만 VR 기기를 통해 가상 회의실에 PPT를 띄워 놓고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실제 저커버그 CEO는 향후 AR·VR 사업을 관장하는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의 실적을 분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메타버스 분야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메타버스’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미래 시장이다. 메타버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많은 전문가들이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생태계에 특히 기대를 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14년 페이스북이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한 ‘오큘러스’의 위력이다. 이원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 기준 VR 헤드셋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오큘러스를 핵심 축으로 하는 페이스북은 향후 펼쳐질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30억 명이 넘는 인구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한 경험 또한 향후 펼쳐질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저커버그 CEO는 향후 메타버스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