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택한 목격자, 범죄의 타깃이 되다

[서평]
타인의 위험을 모른 척 넘기면 그 일은 내 탓인가?
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 유혜인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5800원


출간과 동시에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고 전 세계 22개국에 번역되면서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소설, ‘아임 워칭 유’가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각 인물의 시점으로 긴박하게 진행되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 예측 불가한 결말은 ‘환상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평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소설은 애나의 실종 당일 엘라가 위험한 상황의 소녀들을 외면하면서 시작된다.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엘라는 매력 넘치는 소녀 애나와 세라를 보게 되고 또래로 보이는 칼과 앤터니가 소녀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목격한다. 교도소에서 막 나왔다는 두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엘라는 걱정되는 마음에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마음을 바꿔 그대로 지나치고 만다. 다음 날 아침 엘라는 기차에서 봤던 소녀 애나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보게 되고 ‘내가 개입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애나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리던 엘라는 애나의 실종 1주년 방송 이후 협박 메시지가 담긴 검은 엽서를 받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원망하는 애나의 엄마 바버라가 보냈다고 생각해 사설 탐정 매슈를 고용해 조용히 경고하고자 한다. 바버라를 만난 매슈는 그녀가 엽서의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지만 애나의 가족들에게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한편 실종 1주년 방송을 계기로 애나의 가족과 친구들도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라는 애나가 사라진 날 밤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애나의 아빠 헨리는 ‘역겨워’라고 말하는 딸의 환청에 시달리며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던 중 유력한 용의자였던 칼과 앤터니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증명되며 사건은 또다시 미궁에 빠진다.

칼과 앤터니의 혐의가 벗겨지면서 애나의 실종과 관련이 없어지자 이에 안도하던 엘라는 또다시 온 검은 협박 엽서에 공포에 빠진다. 이어 누군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모두의 거짓말 속 진실은 무엇인가

소설은 애나의 실종을 둘러싸고 목격자 엘라와 친구 세라, 아버지 헨리, 탐정 매슈의 시점이 교차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순수한 소녀라고 생각했던 세라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고 상황을 외면했던 엘라, 과거에 괴로워하면서도 애나에 대한 열등감을 잘못된 방법으로 이기고 싶었던 세라,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자 했던 아버지,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들을 관찰하는 한 사람의 정체까지. 탐정 매슈는 유일하게 제삼자의 시선에서 이성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가며 진실에 다가선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애나의 실종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번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전개되며 사실감을 더한다. 애나의 실종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칠수록 하나둘 드러나는 비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의 진실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BBC TV 뉴스의 앵커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 범죄를 다뤄 온 저자 테레사 드리스콜은 범죄가 무고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친구 그리고 목격자의 인생까지 잔인하게 뒤흔드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아임 워칭 유’에서 인간의 마음속 이기심, 욕망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잘못된 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이기적으로 만들 수 있고 진실을 왜곡할까. 외면한 진실 뒤엔 무엇이 남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예상하지 못한 결말에 놀라면서도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와 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게 될 것이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