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분야들…아마존고 등 행동 데이터 수집에 활용

[테크 트렌드]
신세계백화점 식품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식품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오프라인 시장의 위기다. 오프라인만이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독보적인 분야를 소개한다. 이 다섯 가지 분야에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착실히 쌓아 둔다면 위기의 오프라인에도 승산이 있다.

1. 경험

더 이상 어디에서 일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신종 코로바나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재택근무 열풍에 따라 일하는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삶이 시작됐다. 자기가 일하는 곳이 곧 사무실이 된다.

도시와 지방, 양쪽에서 다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주거 구독 서비스’가 나왔다. 요금제에 따라 주중 며칠은 도시 호텔에서, 며칠은 지방의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 한 달은 도시의 아파트, 다음 달은 지방의 전원주택, 또 한 달은 해변가 작은 마을을 체험할 수 있다. 로컬 주민들과 ‘스테이 체험’을 할 수 있는 로컬 커뮤니티 프로그램, 이벤트 프로그램도 있어 주민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다. ‘거주·체험·경험’은 전부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특징이다. 오프라인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인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 한 오프라인은 망하지 않는다.

지난 9월 2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매장 식음료(F&B) 브랜드 가운데 카페·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장된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카페·디저트 브랜드의 비율은 전체 F&B 중 32%인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 수천 명의 방문객을 모집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카페’가 등장하면서 백화점 사이에 유명 카페를 입점시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백화점이 쇼핑 공간에서 ‘체험형 공간’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사진을 예쁘게 찍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체험형 매장’이 백화점 성공의 주요 공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 스마트하고 재미있는 쇼핑

알리바바의 유통 사업 중 핵심은 신선식품 플랫폼인 허마셴셩이다. 2020년 상반기에 중국 내에서만 24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의 허마셴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연결하는 옴니 채널 기능을 한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동시에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해 주는 물류센터의 역할도 한다.

허마셴셩 내에는 푸드코트가 있다. 외식·외출 수요를 잡기 위한 요식업의 매출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신선식품의 폐기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 목적 고객뿐만 아니라 취식 목적 고객까지 잡으면 제품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이 푸드코트는 오프라인이면서 동시에 언택트(비대면)다. 고객이 방금 구입한 식재료가 그 자리에서 레스토랑 주방으로 레일을 타고 자동으로 옮겨진다. 고객은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에서 레스토랑의 자리를 정한 뒤 가서 앉으면 로봇이 그 자리로 요리를 가지고 온다. 이제 허마셴셩 매장은 안전한 공간, 체험이 있는 공간, 재미있는 공간이 된다.

그냥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진정한 쇼핑이 아니다. 수많은 오프라인 쇼핑 사업이 인스타그래머블함을 추구하고 포토 존을 운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누구보다 스마트하고 재미있는 쇼핑 방식 그 자체도 쇼핑 대상이다.

제대로 된 기업은 소비자가 ‘재미’와 ‘추억’을 느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여기에서도 얻어 가는 게 있어야 한다. 바로 소비 ‘빅데이터 수집’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소가 돼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생산 기지가 돼야 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들은 오프라인·온라인 양쪽을 다 개선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소중한 씨앗이 된다.

아마존도 아마존고를 매출 때문이 아니라 고객 행동 데이터 수집을 위한 장으로 쓴다. 이 데이터를 자율주행에도 고스란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오픈한 오프라인 공간은 주얼리·속옷·화장품·테크 회사들이 다양하게 입점했는데 3~4개월에 한 번씩 입점 브랜드와 인테리어가 리뉴얼된다. 모두 온라인에서는 얻기 힘든 행동 데이터들이다.
오에라가 내놓은 125만원짜리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50㎖). 사진=오에라 제공
오에라가 내놓은 125만원짜리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50㎖). 사진=오에라 제공
3. 럭셔리 사업

2021년 8월 68만원짜리 에센스, 110만원짜리 앰풀, 120만원짜리 크림 등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이 자체 개발한 초럭셔리 상품을 들고 화장품 시장에 데뷔했다.

이 같은 가격 전략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기존 명품 화장품과의 차별화가 있다. 고가의 원료 함유량을 크게 높여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다. 이제 백화점들은 기존 럭셔리 제품을 입점시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럭셔리 제품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백화점이 태생적으로 보유한 이미지 사업, 바로 럭셔리 사업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로열티를 유지하기 위해 오프라인을 중시한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짜리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구매 과정에서도 럭셔리한 체험을 원한다.

비싼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과 주변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기는 의식이 소비의 큰 동기가 되는 현상을 베블렌 효과라고 한다. 특정 상품을 소비할 때 그것의 원래 효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목을 통해 얻는 만족들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상품 자체의 실제적인 쓰임새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을 소비할 때 다른 사람에게 비칠 자신의 이미지와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가치의 일부가 되는 이런 상품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소비되는 것이 태생적으로 잘 맞는다. 그래서 혹자들은 럭셔리 산업이 있는 한 오프라인 업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버스정류소 스마트쉼터. 사진=서울시 제공
버스정류소 스마트쉼터. 사진=서울시 제공
4. 생활 밀착형 편의

온라인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오프라인의 장점 중 하나는 ‘지금 즉시성’이다. 지금 당장 필요하고 지금 당장 급할 때 오히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제격인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편의를 적재적소에서 빠르게 해결해 주는 것이 오프라인이라는 말이다.

2021년 8월을 기준으로 서울의 주요 전통 시장은 대부분 온라인 장보기나 전화 주문을 할 수 있다. 시장 내 여러 점포에서 각각 상품을 담아도 한 번에 묶음 배송해 결제 후 2~7시간 내에 소비자에게 전달해 준다. 온라인의 장점을 접목한 오프라인은 이렇게 결제 후 바로 내 손에 들어온다는 즉시성 때문에 편리하다. 오프라인이지만 안전도 고려해 비접촉 결제 수단인 제로페이와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도 사용한다.

또한 오프라인 공간은 온라인에 바로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완충 역할을 해주고 스마트 시대 교육의 장이 돼 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가올 정보기술(IT) 시대에 이런 편의를 준다는 것을 직접 피부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돼 준다.

서울시의 많은 구가 영상 회의를 위한 설비 제공 공간, 인터넷 강의 수강 장소, 북카페, 강의실, 회의실, 세미나실, 인공지능(AI)·가상공간(VR) 체험실,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형 버스 정류소 스마트쉼터는 이미 서울 시내의 여러 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버스 정류소가 CCTV, 비상벨, 대기 질 현황 알림판, 공기 정화 살균기,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에어나이프, 버스 도착 안내, 냉난방, 스크린 도어를 장착해 다시 태어났다. 이런 오픈 공유 시설은 주민 편의도 제공함과 동시에 눈으로 볼 수 있는 IT 오프라인 라운지가 돼 준다.
삼성전자 초대형 사이니지 전광판.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초대형 사이니지 전광판. 사진=삼성전자 제공
5. 리테일 테라피

오프라인 쇼핑은 쇼핑을 통한 힐링, 우울감 극복, 리프레시, 적절한 육체적 활동을 도와준다. 클릭 한 번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이 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리테일 테라피의 일환으로 ‘전망’과 ‘조경’ 자체를 셀링 포인트로 잡기도 한다. 사람의 시야각은 실제 전망을 육안으로 봤을 때 극대화된다. VR과 증강현실(AR)이 아무리 발달해도 시야각은 스마트폰 화면 크기나 모니터 크기에 그친다. 이들의 원근감과 몰입감은 오프라인에서 육안으로 보는 광경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다. 미각 역시 시각에 영향을 받는다.

스타벅스 해운대 엑스더스카이 점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매장으로, 스카이라운지 전망을 제공한다. 꼭 커피 때문이 아니라 ‘뷰’가 목적인 방문객도 상당하다. 실내에 인공 운하를 조성한 싱가포르 더 쇼퍼스 앳 마리나베이 샌즈(The shoppers at Marina Bay Sands)도 같은 맥락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

사이니지(공공 장소나 상업 장소에 설치되는 광고, 안내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뷰도 현실감을 높인다. 실제로 고래가 헤엄치는 듯한 바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당장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폭포, 바람이 휘날리는 벚꽃 영상이 초대형 사이니지에 펼쳐지면 실재감과 몰입감이 높아진 사람들은 그 장소에서 쇼핑을 하는 동안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과 쇼핑을 통한 힐링을 느낀다.

경험과 소비가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이 이 표현을 가장 스마트하고 재미있게 하도록 해주는 것이 오프라인의 살길이다.

정순인 LG전자 VS사업본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