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녹는 북극 얼음에 항로·자원 선점 두고 격전 벌어져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러시아 쇄빙선이 북극해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쇄빙선이 북극해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이 주재하는 ‘기후 변화 정부간 협약(IPCC) 제26차 당사국 총회’, 즉 COP26 회의가 끝났다. 올해는 기후 변화가 유독 심각해 각국 정상들이 얼굴을 맞대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마찰이 관련돼 커다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종전 방침만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후 변화는 생태적 대참사를 가져올지도 모를 정도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다. 세계는 10년마다 0.2도의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빠른 속도로 기후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각국은 ‘탄소 제로 2050’ 목표 시한을 앞당겨야 할 만큼 위기에 몰리고 있다.
‘기후 변화 시대’ 북극 해빙으로 신영토 경쟁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이상 기온에 새롭게 떠오르는 북극 항로

이상 기온으로 북극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의 항로와 자원을 개발하려는 국제 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두꺼운 얼음층과 빙산의 충돌 위험으로 약 1만km 떨어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만 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가속화로 북극 항로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함께 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아져 북극 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10년 안으로 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북극해 자원 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 수송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관광도 마찬가지다.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 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세계 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북유럽·일본·중국 등이었다. 컨테이너 화물의 주도적 생산지와 소비지 모두 북반구 지역이었다.

단, 이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지구 남반구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해야 하는 장거리 물류 체계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면 동북아 지역과 북유럽 지역 간의 화물 수송 체계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남반구 네트워크에서 북극해를 경유하는 북극 네트워크로 전환될 수 있다.
북극 항로는 △북극 신흥 광구에서 생산된 자원의 수송량 증가 △해빙으로 사라지는 영구적인 동토층 위에 설치된 기존의 지상 파이프 라인을 대체할 해상 운송 물량 증가 등 두 가지 측면에서 확대될 전망이다.

북극 항로 개발 초기에는 벌크 화물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 화물 수송은 조건이 간단하고 특정 화물의 적당한 수요가 있다면 선박 투입이 가능해 우선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북극 항로 사업은 운항 거리가 줄어들지만 선박비용·연료비 증가 등 사업성 제고를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선 유빙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빙 기능이 있는 선박이 필요하다. 내빙선이 도입되면 선박 내구성이 높아져 무게 증가로 해운 사업의 20%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이 상승한다는 문제도 있다.
‘기후 변화 시대’ 북극 해빙으로 신영토 경쟁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북극해 자원 개발 두고 각국 협력 체계 공고해져야

북극해가 녹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해로의 개통은 물론 북극해의 자원 개발이라는 또 다른 이슈를 제기한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지역에는 무한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어획량의 약 40%가 북극해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신(新) 북극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해빙과 함께 석유·가스의 탐사와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북극 지역에 매장된 자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극 지역에는 전 세계의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러시아·알래스카·캐나다·노르웨이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형 매장지가 개발돼 생산 단계에 이르고 있다.

북극에는 화석 연료 이외에도 고부가 가치의 광물 자원과 한류성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 2조 달러 이상의 철광석·구리·니켈 등과 함께 금·다이아몬드·은·아연 등 고부가 가치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한류성 어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희소 금속을 비롯해 매장 광물 자원의 종류와 양 역시 풍부하다.

자원과 항로 등을 통해 북극해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영유권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분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남극 조약으로 큰 충돌이 없는 남극과 달리 명확한 국제 조약이나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북극해는 자원 선점을 두고 인접 국가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덴마크에 전운이 감돌고 있어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벌써부터 주목된다.

이 밖에 무분별한 북극의 개발과 산업화는 북극해와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관련 기관은 △북극이사회의 기능 강화 △다양한 이해관계인 간의 협력 확대 △극지 해역 운항 선박 안전 기준(polar code) 등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극에서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익 추구는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원 개발·플랜트·해상운송·조선·수산업 등 파급 효과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북극 개발 참여 기회를 높일 계획이다.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활동을 강화해 북극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북극 공동 연구 확대를 위한 다산기지 규모의 확충과 북극 항로 개척 지원, 북극해 연구 진흥 등을 위해 쇄빙연구선 건조도 추진 중이다. 극지 연구와 활동을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극지 전담 부서도 신설할 방침이다.

북극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북극 시대를 앞두고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하며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북극 항로 개설과 관련한 쇄빙 산선과 항만 정비 등 관련 인프라 건설, 북극권 조립주택 사업 등 북극 개발과 관련된 수요 증대에 미리 대비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