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터지자 제보자부터 공격
부정 여론 지속되는 결과 초래

[강함수의 레드 티밍]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A사의 비위생적인 공장 제조 설비 상태가, 11월에는 연매출 400억원이 넘는 B사의 비위생적인 제조 현장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직원이 공장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첫째 메시지는 영상 제보자에 대한 공격이었다.

A사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직원이 고의성을 가지고 이물질을 제품 반죽에 투입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식품 테러에 해당하는 행위이며 계획적인 소행으로 추정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B사는 “과거 근무했던 직원이 불미스러운 퇴사로 앙심을 품고 악의적으로 제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보자 공격, 책임 회피 논란 야기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회사의 메시지는 “비위생적인 제조 공정이 의심스럽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불식할 수 없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격자(제보자)’를 ‘공격’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기업에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나쁜 일이 발생하면 외부 사람들은 그 책임을 우선 일이 발생한 기업에서 찾기 마련이다. 기업이 어떤 처신을 보여주는지가 대중의 나쁜 감정이나 분노에 영향을 미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 회사의 제조 시설을 찾아가 위생 상태를 조사하고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다수 발견했다. 제보자를 공격함으로써 두 회사가 얻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기업은 공격자의 문제 제기에 부정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분명히 대응하자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상황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과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리더는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한 후 위기 의사 결정을 하기를 권한다.

첫째, 이슈가 제기될 때 기업은 대응 논리, 자기 합리화, 사실 관계 및 정황에 대한 근거 정보를 취합한다.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다는 점을 사과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핵심 주제에 대한 변론이나 정당화를 위한 논리를 말한다.

문제는 그 변론이나 정당화 내용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지만 이해관계인들이 ‘바라는 바’는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원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이 이해관계인들의 그것과 연결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들의 관점에서 어떤 지적과 비판이 나올지 검토해야 한다.

둘째, ‘사건의 사건’을 연결해 만들 필요가 없다. 이는 곧 대중의 관심과 이해관계인을 사건에 더 개입시키는 셈이 된다. 온라인에서는 기사와 댓글, 사람들이 작성한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되는 결과를 만든다.

그런 ‘위기 결과물(crisis outlets)’은 결코 기업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사건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데 제보자를 고발하는 메시지가 우선된다. 기업은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것보다 제보자를 공격하는 그 ‘위기 행동(behave)’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보다 먼저 ‘달’을 살피기를 권한다. 의사 결정자는 사건이 발생하면 누가 우리를 공격했는지를 살피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책임 소재를 따지기 마련이다.

그 이후 언론의 취재 내용과 범위에 관심을 갖는다.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보도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것을 ‘목적’으로 위기관리를 한다.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 내용과 방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해당 식품에 대한 고객 불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나 순대를 납품받는 음식점주에게 미치는 영향이지 제보자에 대한 수사 의뢰가 아니다. 위기 대응의 본질에 먼저 대응하면서 그다음 대처를 고려해야 한다.

고객이 회사에 기대하는 것은 회사가 공장 설비나 제조 공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거나 비위생적 요인이 현재 상황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과 조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