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하나로 차량 공유·딜리버리·금융 서비스 모두 가능…초기 주가 변동성은 주의해야

[돈 되는 해외 주식]
사진=인도네시아에서 운행 중인 그랩 전기차(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제공
사진=인도네시아에서 운행 중인 그랩 전기차(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제공
동남아시아 ‘슈퍼 애플리케이션(앱)’ 그랩이 12월 2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전 그랩의 기업 가치는 396억 달러로 평가받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해 현재 283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수요 회복 우려와 기존 주주들의 락업(lock-up : 의무 보호 예수) 해제 물량에 따른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그랩은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부문 점유율 72%, 딜리버리 부문 50%를 차지한다. 향후 금융 서비스 분야의 확장에 따른 성장이 가능해 중·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다만 오미크론의 영향과 락업 해제에 따른 초기 변동성은 주의해야 한다.

슈퍼 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통합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뜻한다. 그랩을 슈퍼 앱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차량 공유·딜리버리·금융 서비스를 그랩 앱에서 통합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랩카를 통해 P2P 라이드 헤일링을, 그랩푸드를 통해 음식 배달을, 그랩 페이를 통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다. 동남아에서 그랩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동남아시아는 성장성과 디지털화의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그랩이 제공하는 차량 공유·딜리버리·금융 서비스는 디지털화와 함께 2020년 침투율 3%, 3%, 4%에서 2025년 침투율 11%, 12%, 1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랩이 서비스하는 시장이 2025년 1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랩은 앞으로 높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슈퍼 앱은 고객 락인 효과(Lock-in effect : 자물쇠 효과)에 따른 지불 금액 증가, 비용 관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생활 서비스 플랫폼 메이퇀이 2019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슈퍼 앱 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데 당시 플랫폼 내 거래 횟수 증가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발생했고 주문당 비용이 감소하며 흑자 전환이 가능했다.

그랩 역시 3개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재방문율이 85%로 높고 사용 금액 역시 1.4배씩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스닥 상장한 동남아 ‘슈퍼 앱’ 그랩
하지만 주가는 상장 후 6개월 동안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그룹인 우버·리프트·도어대시·SEA·메르카도리브레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과의 경쟁 지속으로 인한 늦은 흑자 전환 시기, 락업 물량 해제에 따른 우려 때문이다.

그랩의 주가매출비율(PSR) 밸류에이션은 블룸버그 기준 2022년 14배로 우버와 리프트의 3배, 도어대시의 9배, SEA의 9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회계 처리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이를 조정해도 여전히 높다. 하지만 경쟁 그룹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랩은 우버나 리프트와 달리 금융 서비스 부문을 가지고 있고 반대로 SEA와 달리 차량 공유·딜리버리 서비스 부문을 보유해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랩의 전체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 전환은 2024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서비스 부문별 경쟁사가 많고 이에 따른 경쟁 심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딜리버리와 금융 서비스 부문은 고투(GoTo)와 SEA의 동남아시아 서비스 확장에 따라 추가 투자와 마케팅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내년까지 지속된 경쟁은 2023년에 들어서며 시장 재편과 함께 수익성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