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움직임 주가 지수와 밀접하게 변동…달러는 역의 상관관계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달러·주가’ 움직임에 답이 있다[비트코인 A to Z]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비트코인 상승 랠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3만 달러에서 6만 달러까지 두 배로 뛴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몇 차례 조정과 상승을 반복하면서 지난 11월 다시 6만8000달러라는 최고치를 써낸 뒤 20% 이상 조정을 보이고 있다.

사실 1년 이상 이어지는 이번 랠리를 우리는 ‘기관 장세’라고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비트코인 시장 본격 진입은 올 상반기 이후 정체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투기적 투자자들의 매수와 매도에 따라 빠른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 양상이다.

주가지수와의 관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6만8000달러 최고점 이후 20% 이상 하락하며 기술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와 그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Fed)의 예상보다 이른 통화 긴축 전환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기간 중 대표적인 위험 자산이라고 하는 주식 값은 비트코인에 비해 덜 하락했다.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같은 기간 5%도 채 떨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비트코인은 주가지수와 매우 밀접하게 변동하면서도 ‘위험 자산’으로서의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최근 100일 평균 비트코인과 S&P500지수 간 상관계수는 0.33에 이르는데, 이는 올 들어 최고 수준이다. 일간으로는 두 가격 간 상관계수는 최고 0.48까지 올라가면 지난해 이후 근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두 가격 간 상관계수는 0을 중심으로 최고 +1, 최저 -1로 표시되는데,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고 -1에 가까울수록 두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 된다. 과거 10년간 평균 0.1도 안 됐던 비트코인과 S&P500지수 간 상관계수가 이렇게 높이 올라왔다는 것은 그만큼 비트코인이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가상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가상 자산 전문 정보 업체 ‘더 로직(The Logic)’은 구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가상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고 그중 80%가 “가상 자산은 위험 자산”이라고 답했다. “다소 위험하다”는 답(19%)까지 포함하면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가상 자산을 위험 자산 또는 그와 유사한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를 두고 가상 자산 투자 회사 ‘소파이(So-Fi)’를 이끌고 있는 리즈 영 투자전략부문 대표는 “ 가상 자산 내에서 다른 알트코인들에 비해 비트코인은 리스크가 적고 안전한 자산이라고 이야기되지만 사실 비트코인 자체도 다른 자산에 비해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몇몇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처럼 주가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통화 긴축 우려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을 이어 간다면 내년 가격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은 안정적인 기관투자가들의 수급 기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위험 자산에 따라 흔들리면서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등장했다. 금융 위기가 터지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위기를 이겨내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마구 돈을 풀었다. 금융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었고 이런 돈 풀기의 결과는 달러화 가치의 추락이었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그런 달러의 값어치 하락에 대한 반기라고 할 수 있다.

달러화와의 관계

달러화 가치와 비트코인 가격은 실증적으로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달러 값과 비트코인 값은 반대로, 즉 역(逆)의 상관관계로 움직인다’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우선 달러화는 경제나 금융 시장 상황이 불안할 때 투자자들이 찾는 궁극적 안전 자산인 반면 비트코인은 일종의 위험 자산 중 하나다. 두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둘째, 인플레이션에 따른 영향이다. 인플레이션은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수요가 늘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니 달러화 값을 낮출 것이다. 반면 총 발행량이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은 그런 점에서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며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뛸 때 달러 값은 떨어지는 반면 비트코인 값은 오를 것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져 Fed가 돈을 죄기 시작하면 달러 값은 반등하고 비트코인 값은 반락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상 자산과 법정 화폐와의 싸움이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항하려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은 결국 비트코인과 달러화 간의 대리전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이유에서 비트코인과 달러화가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법정 화폐 가치가 하락할 때 그에 대한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그랬고 2012년 유럽 재정 위기 때도 그랬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선언한 2020년 3월 이후에도 그랬다. 당시 미국 정부는 2020년 3월 2조8000억 달러라는 대규모 재정 부양 패키지를 풀었고 그해 12월 9000억 달러, 올 3월 1조9000억 달러의 재정을 풀었는데 이 시점들이 모두 달러 값이 추락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던 시점이다.

반대로 최근 들어 달러 값이 크게 뛰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원자재 가격도 뛰고 물류비용도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긴축적으로 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이는 달러 가치를 높여 주고 있다.

달러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달러 인덱스인데, 이는 미국과 가장 교역이 많은 6개국 통화 가치 대비 달러 가치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달러 인덱스는 작년에 무려 10%나 하락했는데, 올 들어서는 이미 5% 이상 뛰고 있다. 작년에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돈을 풀었던 Fed가 최근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발표했고 내년 하반기엔 기준금리까지 올리겠다고 시사하며 빠르게 풀었던 돈을 가져 올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값이 지금과 같은 강세를 계속 유지하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 Fed가 150억 달러씩 자산 매입을 줄이기로 했고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달러와 비트코인 간에 엄격한 연관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인식에는 둘의 상관성이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사실이다.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자산에 대한 포지션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빗썸 이지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