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IPO 신기록 행진, 2022년에 ‘더 큰 장’ 열린다…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들 줄줄이 대기

[스페셜-재테크 대전망]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여의도 LG 에너지솔루션 본사 스케치 / 사진=한국경제신문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여의도 LG 에너지솔루션 본사 스케치 / 사진=한국경제신문
2021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대풍년이었다. 2022년에도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다시 한 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범의 해’를 맞는 2022년에는 기업 가치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IPO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초대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가치 10조원에 도전하는 기업만 5곳에 달한다.

‘조 단위’ 초대형 공모주 늘어, IPO ‘큰 장’ 열린다

2021년 IPO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데는 몇 가지 결정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11월 실행된 ‘IPO 공모주 일반 청약자 참여 기회 확대 방안’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신규 상장주 배정 한도가 25%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고 균등 배정 방식이 도입되면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2020년부터 이어진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에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되는 증권 시장의 속어)’ 행렬도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시장 참여에 불을 지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의 여파가 이어지며 2021년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필두로 카카오뱅크·크래프톤 등 빅딜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그 결과 2021년 IPO 시장은 신규 상장 종목 수와 공모 금액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3일 기준 올 한 해 총 109개의 종목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했고 연간 누적 공모 금액은 20조252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9조원대를 훨씬 넘어선 규모다. 그 무엇보다 신규 상장주들의 성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2021년 신규 상장한 109개 종목 중 95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상승 마감됐고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60.6%에 달했다.
더 뜨거워지는 공모주 열기…2022년 IPO 캘린더
11월 이후 IPO 열기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22년 IPO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상’ 신화를 이어 갈 IPO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2022년 신규 상장이 거론되는 기업 중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13개로, 2021년 11개보다 많다. 특히 ‘단군 이후 최대 규모’라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등 기업 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빅딜만 5건이다.

특히 시가 총액이 큰 종목은 신규 상장 이후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현행 제도는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해 상장일부터 15영업일 동안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 종목 중 시가 총액이 상위 50위 이내에 들면 특례 편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신규 상장 종목 중 SK아이테크놀로지·카카오뱅크·크래프톤 등은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된 사례가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에 편입되면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펀드 등에서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어 수익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초대형 신규 상장주는 지수 편입 가능성을 고려해 상장 직후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단군 이후 역대 최대 규모’ LG엔솔 등 출격 준비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종목은 2022년 IPO 시장의 포문을 열게 될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된 2차전지 제조 업체다. 당초 2021년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전기차 리콜 사태 등으로 발목이 잡히며 2022년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11월 30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초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1월 중 증시 입성이 예정돼 있다.

‘단군 이후 최대 IPO’라는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규모만 10조9000억~12조70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0년 삼성생명(4조9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예상 기업 가치(시가 총액)만 60조1380억~70조2000억원으로, 상장하자마자 시총 톱 5위 안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인 30만원에 결정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3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다.

‘건설업계 대장주’를 노리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창립 20년 만에 IPO에 나선다. 내년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2월 10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 공모 가격은 5만7900~7만5700원으로 총 1600만 주를 공모한다. 공모 규모는 9264억~1조2112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 가격 기준 상장 후 시가 총액이 약 6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모회사인 현대건설(약5조5000억원)보다 큰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오일뱅크도 셋째 상장 도전에 나선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8년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지만 국제 유가 하락, 아람코 투자 유치 등을 이유로 IPO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2월 1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접수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심사 결과는 내년 2월 중 나올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 중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유가에 힘입은 실적 호조 덕에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는 8조~1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친환경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그룹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도 2022년 IPO 대어로 주목 받고 있다. 기업 가치를 약 10조원으로 평가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음악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다루고 있다.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산업’에 기반한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기업 가치 5조~8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카카오모빌리티도 2022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IPO 주간사회사 선정 작업을 재개했다. 카카모빌리티는 지난 8월 2022년 상장을 목표로 상장 주간사회사 선정에 나섰지만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상장 절차를 전격 중단한 바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장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새벽 배송 3사’로 일컬어지는 마켓컬리·쓱닷컴·오아시스마켓 모두 2022년 IPO를 위한 주간사회사 선정을 완료했다. 한국의 새벽배송 열풍을 일으킨 마켓컬리는 당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비용과 세금 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현재 마켓컬리의 기업 가치는 5조원대로 추산된다. 신세계 이마트의 SSG닷컴은 새벽배송의 후발 주자이지만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IPO 최대어로 꼽히는 쓱닷컴은 기업 가치 10조원 이상에 도전한다. 새벽배송의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마켓 또한 1조원대의 몸값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