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성장률 미국 추월 전망…소비 심리 회복 ‘명품’, 그린 딜 수혜 ‘신재생에너지’ 유망

[스페셜 리포트]
‘미국보다 유럽’…2022년 돈 버는 해외 투자 전략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미국에 이어 유럽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절대 다수가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 가고 있지만 2022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미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월가에서 또한 근 10년 만에 유럽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1년 11월 “2022년에는 유럽 증시가 불 마켓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간스탠리 또한 2022년에는 유럽 증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IB “2022년 유럽 증시에 주목하라”

최근 몇 년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급증한 데는 미국 등 해외 주식 투자를 통해 쏠쏠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 가는 것과 비교해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해외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 포털인 세이브로의 외화증권예탁결제에 따르면 주식 매수 금액은 2019년 210억 달러에서 2021년 2028억 달러로 규모가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그중에서도 국가별 결제 금액을 비교해 보면 미국 시장이 64.4%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대부분이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상황에서 유럽 주식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외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주식 투자가 보편화되고 미국 외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시장별 외화 증권 예탁 결제 현황에 따르면 유로 시장에 대한 주식 매수 결제 처리 금액은 2019년 359만 달러에서 2020년 196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2021년 446만 달러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투자가 가장 활발한 시장은 영국으로 2019년 주식 매수 금액 1500만 달러에서 2021년 3억4600만 달러로 늘었다. 독일(2021년 1억6000만 달러) 프랑스(2억9000만 달러) 등에도 많은 금액이 투자되고 있는데, 투자되는 금액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삼성증권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 증시에 투자된 금액은 각각 1500억원과 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1.18%, 168.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도 미국 등 선진국 증시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유럽 지역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보다 유럽’…2022년 돈 버는 해외 투자 전략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성장률이 5년 만에 미국을 웃돌 것”이라며 유럽의 반격을 예고하고 나섰다. 변 연구원은 “2022년 경기 회복의 주도주는 서비스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특히 유럽에 유리하다”며 “유럽의 서비스, 소비자기대지수가 역사적으로 고점 부근에 근접한 데다 특히 영국과 유로존의 저축률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미국과 비교해 소비 여력과 인플레이션 대응 여력에서 유럽이 더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가 확산되며 국경 봉쇄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유럽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유럽 국가들의 국경 봉쇄가 다시 강화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경 봉쇄를 완화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 연구원은 “2022년에는 공급망 이슈 해소 등으로 유럽 지역 전역에 회복세가 확산될 전망”이라며 “특히 자동차 반도체 공급 완화에 따른 자동차 생산 증가 등으로 독일이 전체 유럽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람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유럽은 미국보다 은행주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시기에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으로 유럽 국가들의 방역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유럽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 에너지’부터 ‘명품주’까지, 어디에 투자할까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2022년 유럽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유럽 증시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움직임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와 비교해 ‘여전히 싼’ 유럽 증시는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애플·알파벳·테슬라의 주가 상승이 S&P500지수 상승률에 절반 이상 기여했다고 짚었다. 이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2022년 금리 인상까지 본격화되면 빅테크 기업들에만 의존하기보다 대안 투자처를 찾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경고다.

모간스탠리 또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모간스탠리는 “미국은 2022년 중간 선거 등 정책 이슈와 공급망 병목 현상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와 비교해 안정적인 성장세가 전망되는 유럽 증시는 2022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데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계기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친환경 투자와 규제 등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계 자산 운용사인 슈로더는 “유럽은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녹색 회복(geen recovery)’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재생가능 에너지 관련주들에 주목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럽 그린 딜’ 관련 테마주를 추천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을 목표로 총 7조 유로(약 9581조원)라는 엄청난 자금이 유럽의 에너지 기업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기업들은 이탈리아의 다국적 전기 회사 에넬, 독일 최대 가스 구매 업체 RWE,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 SSE, 스페인의 전력 회사인 이버드롤라사 등이 꼽혔다.
유럽증시에 대한 관심과 함께 LVMH 등 '명품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럽증시에 대한 관심과 함께 LVMH 등 '명품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보상 소비 열풍이 이어지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명품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품주는 프랑스의 에르메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구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루이비통·크리스찬디올·불가리·펜디 등이 속해 있는 LVMH는 지난 1년 사이에 주가가 492.30유로(2020년 12월 23일 기준)에서 701.50유로(2021년 12월 21일 기준)까지 뛰어오르며 명품주들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밖에 독일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는 유럽 최대의 기술 기업인 지멘스, 유럽 최대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 나이키의 라이벌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등 전통적으로 강한 주식들도 한국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