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받은 안전한 원료와 기능성 갖춘 제품이 시장 선도할 것
[컴퍼니] ‘새치 샴푸’는 새치 커버 기능을 갖춘 샴푸를 말한다. 머리를 감으면 제품의 특정 성분이 흰머리를 어두운 색으로 변색시킨다.새치 염색약은 주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눈과 두피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염색약을 매일 사용하는 샴푸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새치 샴푸가 주목 받고 있다.
다양한 새치 샴푸 출시…넓어진 소비자 선택 폭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 성분을 위해 성분으로 판단해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리며 새치 커버 기능 샴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반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는 제품들이 출시돼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염모 제품 시장은 2019년 290억 달러(약 36조원)에서 2023년 420억 달러(약 52조원)로 5년간 4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모 제품 시장의 성장세에는 새치 커버 기능 제품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COMBE는 남성 새치 케어 브랜드 ‘저스트 포 맨’으로 전 세계 염모 제품 시장의 3%를 차지(유러모니터 기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출시된 염모 기능성 샴푸 ‘토너 젤 샴푸’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 ‘컨트롤 GX 그레이 리듀싱 샴푸’를 선보이며 새치 커버 샴푸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은 인구학적 특성으로 손쉽게 염색할 수 있는 제품의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2020년 일본 시장 조사 기관 후지경제 마케팅 요람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염모 제품 중 20%는 염색약 유형이 아닌 새치 커버 기능을 갖춘 컬러 린스·샴푸·트리트먼트 등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리시리는 2009년 헤어 컬러 트리트먼트를 출시한 후 2013년 헤어 컬러 샴푸까지 손쉬운 새치 커버와 트리트먼트 효과를 앞세워 염모 제품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 시세이도가 ‘프리올(PRIOR) 컬러 컨디셔너’를 출시했고 가오는 염모 브랜드 리라이즈를 통해 컬러링 샴푸를 2021년 선보였다.
카페인 샴푸로 유명한 독일 닥터울프의 알페신 역시 2011년 ‘튜닝 샴푸(Tuning Shampoo)’, 2012년 ‘파워 그라우(POWER GRAU)’를 연이어 출시해 유럽에서 새치 커버 샴푸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1993년 염색 기능이 포함된 새치 커버 제품 ‘컬러 린스’를 출시했고 2020년 리즈케이의 ‘알블랙 샴푸’, 이엘라이즈의 ‘루트헤어샴푸’, 2021년 8월 모다모다 ‘프로체인지블랙샴푸’, 2022년 2월 서울화장품의 ‘메르센보떼’ 등 새치 커버 샴푸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시장 조사 기업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한국 샴푸 시장에서 새치 샴푸 비율은 약 8%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새치 샴푸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일본 가오의 리라이즈나 미국 COMBE의 ‘저스트 포 맨’ 등이 한국에 들어올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치 샴푸 제품이 대거 선보이면서 기업들은 염모 방식에 다양한 기술력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 기술은 △식약처의 사용 금지 처분으로 이슈가 된 1, 2, 4-THB를 사용 △모발 멜라닌 합성을 촉진하는 새치 케어 성분 ‘그레이버스’를 원료로 사용 △이온 결합 방식을 통해 색소를 머리카락에 고정 등 3가지 기술이 주로 쓰인다. 별개로 새치 샴푸는 아니지만 염모제에 거품을 첨가해 샴푸처럼 사용하는 거품형 염모 제품도 있다.
20여 년 전부터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은 머리를 감으면 자연스레 새치가 커버되는 새치 샴푸를 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출시된 새치 샴푸들이 새로운 염모 제품 시장을 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염색의 편리성과 탈모 증상 완화, 두피 케어, 헤어 볼륨 케어 등 부가적 기능성까지 인정 받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새치는 물론 복합적 헤어 고민을 갖고 있는 고객들의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품별 색상이 발현되는 시간, 모발과 두피에 대한 자극의 수준, 주요 성분의 안전성에 차이가 있으므로 소비자들은 새치 샴푸를 선택할 때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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